토지이용과 교통체계는 체인(chain)과 같다

수성구 만촌동 만촌네거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수성대학교 옆 편에 작은 마을이 보인다. 두봉 마을이다. 마을은 가느다란 오이모양으로 생겼다. 또한 마을 주변은 전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산속에라도 와 있는 듯하다. 도심 속 산골마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작은 마을에 개발이 우후죽순 시작되면서 구청과 주민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바로 마을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의 유일한 진입로 때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두봉 마을의 갈등을 통해 도시개발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다뤄봤다●

오전 7시 반, 마을 입구로 들어오는 유일한 입구가 마비됐다. 폭이 불과 5m정도 밖에 안 되는 입구를 트레일러와 덤프트럭이 지나가느라 끙끙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통학을 하는 학생들과 마을 주민들이 30분 째 지나가질 못하고 있다. 트레일러가 지나가자마자 학생들과 차량들이 혼잡하게 지나다니기 시작한다. 학생들과 주민들이 혼잡한 차량 사이로 지나다니는 것이 위험천만하기만 하다. 두봉 마을에서 42년 째 살고 있는 이판옥(65) 할머니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사인력으로 인해 마을주민들이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오후 5시, 두봉 마을에서 42년 째 살아온 김재연(72) 할머니는 택시 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밖에서 장을 보고와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마을에 진입하려하지만 20분 째 마을입구가 꽉 막혀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 결국 그날 김재연 할머니는 기본요금 정도밖에 안 나오는 거리의 택시요금으로 2만 원이나 지불했다. 김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받은 용돈을 택시비로 전부 쓰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4m의 진입로, 하루 평균 2천대 통행해…현재 두봉 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는 다가구주택과 연립주택, 유치원 등을 포함해 5곳이며 추후 두 곳 정도의 공사가 추가로 시행될 예정이다. 때문에 이로 인해 매일 출·퇴근 시간이 되면 두봉 마을 진입로에서 한바탕 얼굴을 붉히는 주민들이 자주 보인다. 이러한 병목현상으로 인한 피해 정도를 측정하고자 이판옥 할머니를 포함한 ‘만촌3동 난개발 반대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에서 지난 6월 3일 자체 교통량 조사를 실시했다. 오전 7시부터 시작해 오후 11시까지 시행한 이 조사에서 하루 총통행량은 2,028대로 집계됐다. 출·퇴근 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는 403대가 진입로를 지나갔으며, 퇴근시간인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330대가 지나간 것으로 드러나 출·퇴근 시간대가 가장 붐비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재연 할머니는 “현재도 출·퇴근시간이면 꼼짝 못할 정도로 막히는데, 구청에서는 마을 입구는 안 넓혀주고 계속 건축 허가만 내줘 마을입구가 완전히 포화 상태다”라고 말했다.

1990년도부터 시작된 마을 입구 갈등마을입구를 넓혀달라는 마을 주민들의 요구는 1990년도부터 시작됐다. 당시 마을입구에 위치한 오성중·고등학교가 건축허가를 받아 신축을 할 당시 마을 주민들은 수성구청 측에 “오성중·고등학교가 건축이 끝난 후 개교하면 학생들과 학부모로 인해 마을 입구가 붐빌 테니 도로를 넓히거나 추가로 개통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수성구청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식의 대답만 하며 지금까지 실질적 해결은 회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3번의 집회와 수차례의 요청 끝에 만난 구청장 4월 말부터 6월까지 주민들은 수성구청 앞에서 주민대책위를 꾸려 마을 입구 확장을 위한 집회를 했다. 구청에 민원도 수차례 넣었다. 결국 지난달 13일 마을대책위원 3명과 본지기자가 수성구청장을 만나 마을 입구문제에 대한 논의를 가질 수 있었다. 이날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마을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구청 측에서도 상당히 고심 중”이라며 “내년에는 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마을로 들어가는 동쪽에 길을 추가로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논의에 참가한 두봉 마을 주민인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은 “지금까지 구청은 건축업자들의 편에 서서 전체 마을주민의 편의보다는 일방적인 건축개발에 힘을 실었다”며 “이제는 공동체의 전체이익을 위한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나?도시에서 교통은 일반적인 사적재화와 용역과는 다르다. 교통서비스로 인한 외부효과가 다분히 크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교통은 공공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교통시설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관리는 해당지역 뿐만 아니라 도시전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교통체계는 토지이용체계와 함께 도시를 지탱하고 유지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토지이용계획이 일정한 토지 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을 담는 그릇에 관한 계획이라면, 교통계획은 다양한 활동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토지이용과 교통체계 간의 관계는 상호 밀접하게 작용하고 있다. 즉 토지이용과 교통체계는 체인(chain)과 같다는 뜻이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도시계획론 참조)두봉 마을의 토지이용계획(건축 개발)과 교통체계(마을 입구 도로)의 상황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개발함에 있어서 교통체계는 같이 고려해야함이 당연하다. 이에 대해 김희원(IT대 전자공학 11) 씨는 “토지를 개발할 때 개발에 대해 주민들이 간섭할 수는 없지만 마을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 주민전체의 공공성을 위해서라도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본교 행정학부의 이시철 교수는 “도시계획원리에서 ‘Pay as you go’라는 계획 시스템이 있다”며 “신개발지역에 개발업자가 진출을 하면 도로교통과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일부를 책임지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도시개발을 할 때에 개발과 인프라가 동시에 구축되어야 한다”며 “두봉 마을의 경우도 단순히 개발만 하는 것이 아닌 교통인프라를 같이 구축해야만 도로 때문에 막혀 있는 마을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도시의 토지이용과 교통은 불가분의 관계다. 구청에서는 토지개발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도로 순환을 위한 거시적인 관점의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개발업자들 또한 이러한 개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것만이 건강한 도시개발을 위한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이상지 기자/lsj12@knu.ac.kr정인혜 기자/jih13@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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