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진실, 위안부역사관을 통해 밝히다

“여러분들이 염려해주고 저희를 위해 마음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현재 대구에서 위안부 역사관을 건립하기 위해 추진 중인데 여러분들의 힘을 모아주세요” 마이크를 잡은 한 노인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4) 할머니이다. 그녀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건립하고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야한다”며 천 여 명의 시민들 앞에서 소리쳤다. 비록 얼굴과 손은 주름으로 가득 찼지만 결의의 찬 그녀의 눈빛은 청춘이었다. 몇 분간의 짧은 연설이 끝나자 천 여 명의 시민들의 박수세례가 이어졌다. 그녀의 눈가는 빛났다●

지난달 14일 오후 5시. 천 여 명의 시민들이 신천둔치 동신교 생활체육광장에 모였다. 바로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주최한 제 4회 ‘평화와 인권을 위한 대구시민걷기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이날 걷기대회에서는 대구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4), 김분이(87), 이선옥(89) 할머니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걷기대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는 것과 대구 중부경찰서 맞은편에 들어설 예정 중인 위안부역사관 건립을 위해 개최됐다.

위안부역사관, 어두운 역사를 기리다  2009년 12월부터 시민모임에서는 ‘일본군위안부역사관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위안부역사관을 건립하기 위한 모금활동이 진행 중이다. 시민모임의 이권희 조직국장은 “위안부역사관 건립을 통해 일본군에게 수모를 당한 위안부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위안부역사관을 건립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구역사교사모임에서 활동 중인 성광중학교 박재홍(사범대 역사교육 88) 교사는 “대구역사교사모임에서도 1997년부터 위안부할머니들의 문제와 올바른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다”며 “4년 전부터는 시민모임에 대구역사교사모임에서도 함께 위안부역사관 건립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역사가는 역사에 대한 사실을 알아내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단순히 일제강점기시절과 위안부할머니가 가슴 아픈 역사라고해서 감추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사는 “과거는 현재를 보여주고 미래는 현재로부터 나온다”며 “올바른 과거를 아는 것이 올바른 현재를 보는 첫걸음이기에 위안부역사관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위안부역사관 정부지원 금액 0원현재 시민모임에서는 정부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모금활동을 통해 위안부역사관을 건립하고 있다. 시민모임 이 조직국장은 “처음 위안부역사관을 건립하기 위해 기획했을 당시만 해도 정부와 대구시의 협조를 구했으나 예산 부족을 비롯한 각종 이유로 여러 차례 거절당했다”며 “작년 12월부터 시민모임에서 자체적으로 위안부역사관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1988년 8월 14일에 위안부역사관을 개관한 경기도 광주의 ‘일본군위안부역사관’ 또한 설립의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을 운영하는 나눔의집 박재홍 과장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을 건립하던 시기에도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순수 민간자본과 시민들의 모금활동을 통해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을 설립했다”고 답했다. 시민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정우 교수(경상대 경제통상)는 “위안부 문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나서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부기관에서 문제를 떠넘기기만 했다”며 “좀 더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었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팔찌를 통해 희망을 꽃피우다현재 위안부역사관 건립모금 총액 5억 원 중 약 2억 3천만 원이 모였다. 이에 올해 1월 대구 중구 서문로 80번지의 대지 36평(119m²) 규모의 후보지를 계약한 상태이다. 이렇게 많은 모금이 모인 데에는 시민모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단체재정사업인 ‘희움’에서 판매하는 의식팔찌의 역할이 크다. 시민모임 이 조직국장은 “작년 3월 고려대학교 경상대학 동아리 ‘사이프(SIFE)’에서 의식팔찌 사업을 먼저 제안했다”며 “의식팔찌와 함께 위안부할머니의 재활치료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압화 작품까지 함께 팔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조직국장은 “올 7월 말에는 공중파에서 아이돌 가수 그룹 ‘비스트’의 양요섭 씨가 희움 의식팔찌를 착용하고 나와 희움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 조직국장은 “지금은 압화 가방을 비롯해 압화 엽서, 파우치 등 상품군도 많아져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한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위안부역사관 건립에 대해 시민들과 경북대학교 학생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지 기자/lsj12@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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