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삼평리’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최근 경남 밀양과 경북 청도의 송전탑 건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급기야 지난달 29일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한전과 주민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의 기간 중에는 공사를 중단키로 했다. 하지만 경북 청도에 있는 송전탑은 그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아직 마을 주민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측이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달 22일 한국전력 대구경북개발지사 앞에서 열린 청도 송전탑 기자회견과 27~28일에 걸쳐 경산이주민센터 김헌주 소장과 함께 청도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건설현장에 다녀왔다●

대화 없는 기자회견, 울부짖는 주민들지난달 22일 오전 11시 10분 한국전력 대구경북개발지사 앞. 약속된 시간에서 10분이나 지났지만 기자회견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한전 직원들은 말이 없었다. 그들은 기자회견에 자리한 모두를 향해 지긋한 눈빛을 쏘아대기만 했다. 문도 걸어 잠궜다. 멀리 청도서 온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분노했고 한전의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청도 공대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빈기수 삼평1리 새마을지도자는 기자회견문에서 “대대로 살던 주민들의 고향 마을 위로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게 해 마을을 죽인 데 이어 보상금 회유책으로 마을 공동체마저 파괴하며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빈 대표는 “그동안 삼평리 주민들과 청도 공대위는 한전과의 대화를 계속 시도했지만 한전은 주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겨쳐 버렸다”고 분노했다. 한전 사장과의 면담 약속이 있었음에도 기자회견이 끝난 후 시민단체와 마을 주민들은 의경들과의 대치 속에 한전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분열된 ‘삼평리’, 더 이상 평화는 없었다

지난달 27일 오후 5시. 경산이주민센터 김헌주 소장과 함께 청도로 들어가는 길. 늦은 오후에 취재 가는 것에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김 소장은 “한전 측에서 이른 새벽에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녁에 먼저 들어가서 공사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도착하자 천막이 눈에 띄었다. 김 소장은 “원래는 마을 회관을 이용해서 농성을 이어 나갔지만 삼평리 이장이 한전에 금전적으로 매수돼 주민들에게 더 이상 마을 회관을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며 “작년 9월부터 농성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천막 속에서 농성을 이어 갔으며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에도 천막 속에서 떨며 지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전의 보상금에 마음을 돌린 것은 삼평리 이장만이 아니었다. 많은 마을 주민들이 한전의 보상금에 매수돼 마을 공동체가 파괴됐다. 주민 배승우 씨는 “처음 송전탑을 건설할 때는 마을 주민의 80%가 반대했다”며 “피해 보상금 몇 억 원이 마을주민 간의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이 상황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광양과 강원도도 이미 송전탑의 피해자밀양과 청도 이외에 이미 송전탑이 지어진 곳은 어떨까? 전라남도 광양에 지어진 송전탑에 가 직접 자료를 수집해 온 빈 대표는 “전남 광양의 한 마을에서는 삼평리보다 더 먼 거리에 송전탑이 건설됐음에도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백혈병이나 혈액암 등이 발병한 것을 목격했다”며 “주민들의 생명권을 위해서 반드시 송전탑 건설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주민 배 씨는 “강원도 산 위에 송전탑을 세우고 난 뒤 강한 전자파에 영향을 받은 꿀벌들이 자기 집으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전부 죽어버려 그 지역의 양봉업이 전부 망했다”고 전했다.

대구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과연?다행히도 한전 측의 기습적인 공사는 강행되지 않았다. 다음날 현재 공사 중단중인 송전탑 공사현장을 답사했다. 송전탑의 지지부분을 묻기 위한 구덩이의 깊이는 족히 30m는 더 돼 보인다. 이렇게까지 커다란 송전탑을 세우는 한전의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김헌주 소장은 “처음 한전 측에서는 수도권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송전탑이 필요하다고 밝혀 ‘왜 수도권의 전기소비를 위해 경상도가 희생해야 하냐’는 주민들의 반발이 커졌다”며 “이에 한전 측은 대구와 영남권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송전탑이 필요하다고 말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소장은 “대구 시민들은 이러한 사실 앞에서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런 생각 없이 쓰고 있는 이 전기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지금 밀양과 청도의 주민들이 저토록 고통 받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의 이윤추구를 위해 불의한 공사를 강행하는 지금 ‘대구와 영남지역의 전력수요’를 핑계로 들이대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상지 기자/lsj12@knu,ac,kr

 

전자파, 왜 위험한가?

서로 다른 전하 사이에는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하며 이것을 ‘쿨롱인력’이라고 한다. 커다란 물통에서 물을 한바가지 떠냈을 때 그 부분을 바로 옆의 물이 메꾸어주는 현상과 같이 전도체 자체에는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인체의 유전체 같은 경우에는 전하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유전체 전체가 끌려가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력이 인체내부의 각종 기관에 작용면 그 기관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들고 이는 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정상적인 적혈구 속의 철 성분이 쿨롱인력에 의해 혈액 세포나 물분자, DNA의 결합원소 등을 밀거나 당기는 동작을 반복하여 진동하게 된다면 적혈구의 본래기능인 산소운반과 인접된 백혈구의 노폐물 운반작용에 차질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인체는 각종 혈액 질환과 뇌졸중, 관절염 등을 알게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체의 장기들 중 혈액이 많이 모이는 뇌, 간, 신장 등에 혈액이 원인이 되는 2차 질환을 유발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인체에서 해독 작용을 담당하고 있는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매사에 피곤함을 느끼게 되고 생활의 의욕 역시 떨어지게 된다. 인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뇌의 경우는 정교하고 미세한 뇌세포로 구성돼 있어 상호 간에 끊임없이 이온 등이 이동하고 있는데 주변 전도체, 전자파는 이러한 이온의 이동을 방해하게 되며 그로 인한 뇌세포의 피로를 유발시킬 수 있고 더 나아가 불면증이나 신경쇠약 같은 각종 정신과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유전자 변이까지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신경통이나 팔다리 저림이나 경련현상 역시 이러한 주변 전도체나 전자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예전 미국에서는 전자오락에 열중하던 어린이들이 갑자기 원인모를 발작과 경련으로 쓰러지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발작 증세 역시 뇌세포와 신경계가 고유한 자기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생기는 현대병의 일종으로 생각된다. 외국의 한 연구 단체의 발표에 의하면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선 부근에서 사는 임산부들의 기형아 출산과 암 발생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월등히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전자파는 암세포가 성장하는 데 촉매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사실은 여러 연구가들이 연구하여 얻어낸 결과이다.

과거 6~70년대만 해도 가로수 대신 길게 늘어선 전신주와 철탑은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상징물로서 은근히 자랑스럽게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고압전선과 같은 사람 머리 위를 지나가는 여러 전선들의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고압전선과 같은 전선들은 어느 한 곳에 고정돼 있으면서 계속해 인체에 축전 기계를 형성해 악영향을 끼친다. 베른대학 사회예방의학연구소 안케 허스(Anke Huss) 박사또한 스위스 국민 코호트(Swiss National Cohort) 시험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압 송전선 가까이에 사는 주민은 알츠하이머병(AD)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다<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2009>고 보고한 바 있다.

정리: 이주원 기자/ljw1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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