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걷고, 버스를 타는 여행만 하다 보면 그 방식에 질려 버릴지도 모른다. 창원은 자칭 ‘자전거 특별시’다. 창원의 공영 자전거인 ‘누비자’를 타고 창원을 누벼보자. 단돈 천 원만 내면 두 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누비자는 창원 시내 전역의 230여 개 무인 대여소에서 이용할 수 있다(단, 대여시간이 2시간을 초과할 경우 추가 요금을 내야하니 명심할 것!). 창원중앙역에서 내려 정문으로 나서면 무인 대여소가 있는데, 휴대폰 결제를 이용하면 편하다. 이때 디스플레이의 대여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필히 어떤 자전거를 탈지 선택한다. 무인 대여소의 자전거는 저마다 상태가 다르고 간혹 불량인 것도 있으므로 반드시 선 점검, 후 결제를 할 것!

잘 빠진 자전거를 골랐다면 오늘 하루 당신의 발이 되어 줄 그의 안장이라도 쓰다듬어 주자. 자전거를 타고 창원대학교 캠퍼스를 가로질러 정문으로 나온다. 캠퍼스 밖에서 바로 보이는 왼편 길로 들어선다. 시작부터 경사가 높아서 힘이 빠질 수 있으나 걱정 마시라. 이만한 급경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평소 본인 허벅지의 근력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내려서 끌고 가도 무방하다. 자전거 여행은 기어를 느슨하게 풀고 천천히 달리는 것이 관건이다.

오르막을 올라가면 바로 왼편에 경남도립미술관이 있다. 기하학적인 무늬의 건물로 호기심을 끈다. 미술에 문외한일지라도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어지는 곳인데, 특이한 점은 25세 미만은 모두 청소년 요금(700원)이 적용된다는 것. 느긋하게 둘러보면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미술관을 관람할 생각이라면 자전거를 창원대학교 정문의 터미널에 세워놓고 오는 게 좋다.

기어를 최대한 푼다. 미술관 앞에는 경남도청이 있다. 도청의 중심에는 대로가 뻗어있고 양 옆에는 공원이 두 개 있다. 순전히 임의대로 잔디 공원과 호수 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잔디 공원에서는 포즈만큼은 프로인 고등학생들의 야구가 한창이고, 호수 공원에서는 잉어를 찾는 아이들이 아버지의 손가락을 잡아끈다. 여유를 느끼며 대로로 나가본다.

기어를 다소 조여보자. 장애물 하나 없이 쭉 뻗은 대로를 물 만난 고기마냥 달린다. 천 원으로 느끼는 이만한 속도의 쾌감이 어디 있으랴? 공원이 보이기 시작하면 페달을 잠깐 멈추고 오른쪽 길가로 들어서 보자. 용지호수공원이 보일 것이다. 용지호수는 수성못의 반절만 하다. 잔디밭과 지압공원이 어우러진 이곳은 언제나 시민들로 붐빈다. 호수를 둘러싼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는 덤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에 끌려 페달을 밟아본다. 주말이면 색소폰을 비롯해 통기타나 젬베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호수 입구의 반대편으로 나가 길을 건너 내려가면 큰 길과 함께 대여소가 보인다. 자전거를 맡겨두고 다시 내려왔던 길을 조금 올라가자. 사거리가 보이면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간다. 곧 ‘대원순두부’라는 빨간색 간판을 눈높이 즈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창원에서 한 끼만 먹을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이곳을 추천하리라. 부담 없는 가격에 맛있는 순두부를 맛볼 수 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큰 길로 나와 내리막을 향한다. 창원 경륜공단의 자전거 문화센터도 가볍게 둘러볼 만하다. 이후 코스는 완전히 당신의 자유의지에 맡긴다. 눈길 가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그저 페달을 밟아 보자. 도시 곳곳에서 초록의 공원들이 은근한 유혹의 손짓을 보내올 것이다. 공원에서 쉬어도 좋고, 무시하고 페달을 밟아도 좋다. 단, 너무 멀리 가지는 말자. 시를 벗어난 자전거에서 경보가 울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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