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방학 숙제를 하러, 혹은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문화예술회관’에 가본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그 이름 문화예술회관. 그러나 성인이 된 후로 그곳에서 ‘문화예술’을 즐겨 본 사람이 있는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706버스를 타고 문화예술회관으로 가보자. 대구미술협회가 주최하는 대구아트페스티벌은 매해 2만 명이 넘게 다녀간 대구지역 대표 가을 미술축제다. 각양각색 선물세트 같은 ‘대구아트페스티벌 2013’으로 떠나보자●

최근 ‘대구문화예술회관’은 명절에 맛있는 음식을 과식해 배가 빵빵히 부른 아이 같다. 292명의 작가들의 작품과 가을의 문화잔치를 찾은 수많은 관람객들 때문이다. 올해로 3회 째를 맞는 ‘대구아트페스티벌2013’이 바로 즐거운 명절이다.

‘대구아트페스티벌2013’은 시민들이 작품을 전시해 축제의 한 주체로 참여함으로써 대중과 미술의 거리감을 좁히고자 하는 전시다. 1층과 2층에 걸쳐 마련된 1~11전시실에는 작가의 신청을 받아, 심사에 의해 최종 선정된 180여 명 작가의 작품을 1, 2부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또 9일부터 12일까지 특별전으로 유명작가 112인을 초대해 ‘감성의 공유’를 테마로 전시를 진행했다.

다른 전시회와는 달라!

[설화 속에 피어난 그대여 - 전창욱]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180명이라는 엄청난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개성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유화물감, 수채화들 중 ‘설화 속에 피어난 그대여’라는 흰 나무를 찍은 사진이 눈에 띈다. 하얀 서리가 낀 나무는 메말라 보이지만 얽히고설킨 뿌리들이 추위를 이겨내는 강인함을 느끼게 한다.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주목. 주목은 나무 중에서 제일 오래 사는 나무로, 살아서 천 년을 살고 죽어서 천 년을 산다고 한다. 전창욱 작가도 이 강인한 생명력에 반한 것은 아닐까.

 

[쉼 - 황지영]

옷 몇 벌이 걸린 옷장과, 의자가 있는 파란 방은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의 방일 것만 같다. 혹은 작가의 내면을 ‘파란 방’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 방을 보며 누군가는 외로움을, 누군가는 평온함을 느끼겠지만 해석은 보는 이의 자유다.

 

[자연에 물들다 - 한명진]

옷이 과연 미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다른 한 부스에서는 천연 염료로 만든 옷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캔버스에 그리는 그림은 내 의도대로 색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만 다양한 염료를 사용하는 천연 염색은 그 그윽한 색을 표현하는데 훨씬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옷들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옷들에도 작품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괜찮지 않을까. 이 세 작품 말고도 다른 개성을 지닌 작품들이 엄청나게 많다. 다른 작품들이 더 궁금한 사람은 꼭 한 번 방문해보시라.

시민들 위한 다양한 행사 열려

1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있어 흥을 돋운다. 오는 15일에는 추첨을 통해 유명 작가의 작품을 증정하고, 시민 투표로 인기 작가를 선정한다. 또 15일 오후 4시에는 이유경 교수(계명대 서양화)가 ‘미술의 대중화’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

행사를 주최한 대구미술협회 박병구 회장은 “현재의 각박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문화·예술을 통한 감성의 공유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가에게는 최소한의 경비를 받아 작품 전시와 홍보를 돕고, 작품 판매 금액은 모두 작가의 몫으로 돌려 창작 의욕을 높이고, 시민들에게는 미술과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미술의 문턱을 낮추어 미술을 대중화시켜 대중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며 “이번 2013년도 행사도 다양한 작품과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획으로 구성되었으니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팝아트 동아리를 하고 있는 조동오(선문중 2) 군은 “모두 전문 작가 못지않게 실력이 너무 좋아서 놀랐고, 미술을 잘 몰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올해로 두 번째 관람이라는 박향숙 씨는 “작년보다 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작품이 많아진 것 같다”며 “전시회 분위기가 좀 정적인데 조용하게 그림 감상에 집중할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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