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생 302명을 대상으로 직업 선택에 취미를 반영할 의사가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렇다’고 답한 사람이 238명,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이 64명으로 집계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로 선택에 취미를 반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를 선택한 황현식(인문대 독어독문)씨는 “화학에 관심 있어서 독어독문임에도 불구하고 복수전공을 화학공학과로 신청했다”며 “사람은 취미를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니다’를 선택한 신수지(인문대 철학 07 졸업)씨는 “예전부터 취미는 업으로 삼으면 안된다고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yes'를 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미를 일로 삼고 싶은 의사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취미를 일로 삼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예술은 가난한 것이고, 나는 먹고 살기 위해 취업을 해야한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무엇인가가 있다지만 그것과 내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마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그런 오해를 풀기 위해 현재 대구에서 자신의 취미를 찾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의 안민열, ‘도노반과 제 3행성’의 송재돈씨를 만나보았다. 우리가 만나 본 이 예술가들의 삶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각자 모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직업에 있어 예술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고, 취업을 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고 구별하는 것이 우리를 더 어렵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연극저항집단 백치들 그가 만들어가는 세상

“평범한 직장인의 삶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삶은 어떤 것이 다른가요?” 라는 질문에 그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살아가는 예술의 세계에도 불화가 있고 그 사이에서 조율도 해야 하며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일들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다. 

“단지, 환경이 다른 곳일 뿐이지 우리가 마주하는 고민들은 다르지 않아요. 다른 공간에 있을 뿐 우리는 같은 처지에 있어요”

라고 그는 대답했다. 하고 싶은 일은 한다는 것은 꽤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는 그의 말에 조금 더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저는 ‘백치들’이라는 사회에 소속돼 있는 거에요”  

연극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배우가 있어야 하고, 연출이 있어야 하고, 또 그걸 잘 표현하는 좋은 연기들이 필요 하듯이 ‘백치들’은 어떤 창조적인 가치를 위해 하나로 향해가는 우리는 한 공간이자, 사회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에 즐거움을 느껴 ‘백치들’을 만들었을까.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과 특별한 차이점이 없다면 그는 무엇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연극 무대는 뮤지컬에 비해 없는 것들이 많아요. 별 것이 없죠. 자유롭고 싶으면 물욕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어요. 별 볼 것 없는 그 공간에 올랐을 때 육감으로 느끼는 쾌감, 가까운 거리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행복,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과 결과물을 일궈냈을 때의 그 기분 그 모든 인연들이 채워진 이 곳에서 짜릿함을 느껴요”

그때 그가 말한 빈 공간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느끼는 가난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없다’는 것에 물질적으로 가난함을 느끼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민열씨는 빈 공간을 채워진 공간이라 말했다. 그는 또, “흔히 우리가 ‘가졌다’는 것은 물질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에요. 그것에 반대된 개념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맞춰보면 엄청 부유한 것이죠.” 

그의 말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과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차이를 두자면 하나는 물질적인 가치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사회이고 하나는 정신적인 가치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것이 차이라는 정의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직업을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해야 더 행복할 수 있고 후회하지 않을지. 그 의문을 나는 그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민열씨에게 후배 한 명이 찾아와 연극을 해야할 지 말아야 할지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해 줄 것 같나. 그 후배는 연극을 하고 싶어하지만 경제적인 여건과 앞으로 미래에 불안해하며 고민을 하고 있다. 

햄릿에 말을 그는 빌려와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서 문제는 죽는 것과 사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거든요. 이것과 저것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문제죠. 우리의 삶이 그래요. 선택의 순간들이고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것일 뿐이죠. 이건 연극에 한정지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택의 순간에 놓여져 있는 문제에요.”라고 말했다.

선택의 기로는 우리에게도 닥쳐온다. 졸업을 앞두고 아마 가장 큰 기로에 서지 않을까. 선택에 기로에 선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말이 없는지 물어봤다.

“가난한 국가들을 보면 행복지수가 높은 경우가 많아요. 부의 기준과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해요. 기성세대들이 온전히 ‘부’라는 것을 ‘돈’이라는 개념으로 만들어버렸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은 그 선택에 있어서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개인을 넘어서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지금 너무 좁은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넒은 세상으로 나아가서, 그 곳에서 꿈을 가지세요. 저는 배우라는 꿈을 이뤄내고 또 그런 기회를 가지기 위해 ‘백치들’이라는 단체와 공간을 만들었어요. 막연히 나는 뭘 하고 싶다와 같은 이상주의가 아니에요. 저는 낮에는 노동을 하고 저녁에는 연극 만드는 일을 해요. 제가 말하는 것은 꿈과 현실이 공존해야 한다는 거에요. 정해진 시기는 없어요. 그런데 책임은 져야 해요. 계속 나아갈 줄 아는 용기가 있어야 해요. 그걸 막연히 이상만 꿈꾸면서 오기를 바라기만 해서는 안돼요. 기회는 만들어야 해요. 내가 존재하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행동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 행동에 있어 선택이 필요한 거죠. 우리는 모두 햄릿이 되어야한다는 겁니다” 

인디밴드 도노반과 제 3행성이 나타나기 까지

현재 인디밴드 ‘도노반과 제 3행성’에서 도노반을 맡고 있는 송재돈 씨는 대구 토박이 사나이다. 전형적인 대구 부모님 사이에서 자란 그의 인생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악을 좋아해 중학교 때부터 밴드로 활동할 정도로 열성적이었지만, 음악으로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진로는 평범하게 은행과 관련된 회사에 취업하는 것으로 정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취업한 회사에서 그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업무 시간에 노래 가사를 쓰며 보내는 것이 그의 큰 낙이었다. 그러다 옆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료를 보면서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걸까하는 생각에 방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으로 먹고 살기 힘든 시대라는 생각은 여전히 있었다. 그래서 파견 근무를 신청했다. 이민을 가서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음악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캐나다로 가게 됐는데, 그때가 벤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해였다. 그쪽에서 해외이주 업무를 했는데, 올림픽을 개최하다보니 이민 오는 사람들이 많아 돈을 많이 벌었다. 그렇게 사업이 잘되나 싶더니 무리하게 뻗쳤던 사업이 망하고 결국 무일푼이 되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음악에 대한 욕구는 더 강렬해졌다. 결국 1집 앨범을 내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사실 회사를 그만두면서 부모님과의 불화도 있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때 나온 노래가 “범물동” 이라는 노래다. 

언젠가 숨막히게 춥던 겨울/ 기타를 던지며 잔뜩 화내시던 밤/ 원망과 작아지는 내모습에/ 마음이 아파 훌쩍 떠나 버린 곳/ 지난 한주도 괜찮았어요/ 늘 걱정하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죠/ 이젠 느낄 수 있죠/ 조용히 나를 이끌어 오던 그대의 음성을

  

그 어떤 말로도 설득되지 않던 부모님이, 이 노래를 듣고 “그래 너 하고 싶은대로 노래해라”고 말씀하신 계기가 되었다. 외국에 있다가 대구에 와서 음악을 시작하려니 인프라, 팬, 인맥 아무것도 없어 생소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1집 앨범을 500장을 찍었는데 역시나 살 사람이 있을리 만무했다. 집에 쌓아놓기가 뭐해서 앨범을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혹시나 해서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앨범을 비치해 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비치가 됐다. 대구에 있는 뮤지션의 앨범이 핫트랙스에 비치된건 도노반과 제 3행성이 처음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었는데, 시도한 건 도노반과 제 3행성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때 이후로 불러주는 사람이 많아졌다. 평범했던 송재돈씨는 결국 대구의 대표 뮤지션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가장 시간 잘 가는 것을 하라

송재돈 씨는 곡을 써서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풀어놓는 게 재미있고 자신에게 가치있는일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는 돈을 바라거나, 유명해지고 싶어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할 때 시간이 가장 잘 가기 때문에 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음악을 하는 게 좋아서 하는 것이지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가질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음악을 좋아해서 뛰어들었는데, 의외로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다보니 그것이 자신을 먹고 살게 해주었다. 그는 가끔 기타 교습을 하거나 공연을 다니면서 크지는 않지만 만족할 만한 수입을 얻고 있다.   

그는 비생산적이든 아니든, 자기가 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다. 나와 같이 뮤지션과 같은 꼭 특별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다른 외부적인 요인에 휘둘려서 정작 자신이 뭘 가장 하고 싶은지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하든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으로 가장 ‘잘 사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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