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아트웍스는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의 예술 활동을 서포트하고,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예술의 장을 만들어 예술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예술가와 시민들을 이어주어 모두가 행복한 예술의 대중화를 꿈꾸는 단체다. 시민들과 예술이 끊임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무빙아트웍스 박준창 대표(29, 영남대 한국회화과 졸업)를 만나 무빙아트웍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범어지하철역에 위치한 범어아트스트리트의 9번 방에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여러 사람들의 얼굴을 그린 팝아트 초상화 전시가 한창이었다. 사실 이 9번 방은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무빙아트웍스가 범어아트스트리트에서 임대를 해, 지역의 신진 작가들이나 돈 없는 예술가들에게 무료로 빌려주는 전시공간이다. 공간을 빌리는 것에 특별한 조건은 없다. 작품의 퀄리티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열정만 확실하면 된다. 전시를 해서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라도 더 홍보하고 앞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전화통에 불이 나도 좋으니까, 제발 전시하고 싶다는 열정을 가진 작가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박 대표가 무빙아트웍스를 만들게 된 것은 대략 6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박 대표가 대학교 2학년이었을 때, 대구·경북 지역 7개 미술대학의 156명 학생들이 대학생들끼리만의 전시를 하고자 한 적이 있었다. 이정도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은 문화예술회관과 봉산문화회관정도 밖에 없었는데, 둘 다 대학생들로만 꾸려진 팀은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그러던 중 동성로에 삼덕 맨션이라는 건물을 발견했다. 철거 예정이었던 건물인 터라 매우 지저분했지만 대학생들이 사비를 들여 하나하나 청소를 하고 팜플렛도 찍고 일층부터 오층까지 모든 공간을 작품으로 채웠다. 그렇게 대학생 연합전시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이렇게 일회성으로 끝나기엔 아쉽다고 생각한 박 대표는 그 후로도 발품 팔아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그리고 4학년이 되었을 때, 후배들에게 뭔가 물질적인 도움보다는, 그들이 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대에 공문도 보내고 학생들을 모집해서 단체를 만들었다. 그것이 무빙아트웍스의 전신인 ‘YAFF’였다. 

YAFF가 만들어지고, 마땅히 전시할 장소가 없었던 그는 카페를 택했다. 카페 파스쿠치에 미술 작품을 전시해도 되겠냐는 기획을 제안했고, 결국 파스쿠치에서 다섯 번의 전시회를 해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겠다는 생각을 한 YAFF는 직접 작품을 들고 거리고 나갔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YAFF의 대학생들은 자신이 들 수 있는 크기의 작품을 들고 영하 18도의 날씨에 하루 종일 동성로를 쏘다녔다. 진정한 무빙갤러리의 시작이었다. 박 대표는 “많은 갤러리들이 대구에 있지만, 시민들이 잘 가지 않아 실질적으로 소통이 전혀 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잘 살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당시에 다가가지 않는 기존 갤러리에 반감이 있었다”며 “예술이 재밌다는 것을 인식을 시키고 싶었다. 예술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다, 잘 모르겠다, 비싸다 이런 인식을 없애고 싶었다. 이런 작업을 젊은 작가들이 해야 기성작가도 깨달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린 학생들이 일으켰던 일종의 반란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좀 더 전시다운 전시를 보여주고 싶어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벽을 설치하고 작품을 걸었다. 3회 째 진행된 무빙갤러리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왔다. 대구백화점 앞 무대를 빌려서 크게 전시를 했다. 얼마 전인 9월 8일에는 5회 째의 무빙갤러리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그리고 'YAFF'라는 이름이 그 의미를 잘 나타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올해 5월에 ‘무빙아트웍스’로 개명했다. 무빙아트웍스는 현재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으로 선정돼 국가의 지원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이 되어, 다른 기업으로 인해 생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밝혀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 대표는 “미술은 어느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재원이다. 이것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회적 기업은 근본적으로 비영리 집단이기 때문에 항상 재원에 대한 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무빙아트웍스는 후원자를 두고, 어느 정도의 금액을 받는 대신 그 후원자에게 매달 작가들의 작품을 보내 전시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작품을 전시하게 되면 작가의 입장에서도 한 번이라도 더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후원자의 입장에서도 단순히 물질적 후원이 아니라 한 작가를 후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단순히 작품 렌탈의 개념을 넘어 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사람들은 미술을 한다고 무슨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미술은 자기한테도 이득이 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충분히 예술이라는 것으로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가치가 있다. 나는 작가와 시민을 이어주는 중간 역할자로서 이 길을 개척해 나갈 것”라고 말했다.

무빙아트웍스는 지금도 부지런히 시민들과 예술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 9일, 한글날에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캘리그라피를 선보이고 시민들과 함께 훈민정음을 써보는 체험도 해볼 예정이다. 이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무빙아트웍스가 시민들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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