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입학 후 술을 한 번이라도 안 마셔본 학생이 있을까? 술은 어느덧 대학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축제든 신입생 환영회든 술이 빠지지 않는다. 새내기 배움터에 갔을 때 숙소 한쪽 가득히 준비된 수십 상자의 술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고작 이틀 밤을 자는데 저 정도의 술을 어떻게 다 마실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집에 가던 날 얼마 남지 않은 술병은 내 걱정을 무색하게 했다.
축제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의 축제라고 하면 각 학과마다의 특색을 살린 이색적인 이벤트가 펼쳐질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주막을 통해 수익을 남기는 데 목적이 있는 듯했다. 이틀간 안주를 만들며 밤을 지새우니 나의 대학생활 첫 축제는 끝이나 있었다. 허탈했다. 
벌써 1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왜 대학문화에서 술이 빠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반드시 술이 있어야만 즐거운 행사를 만들 수 있는 것인가? 흥이라는 건 술이 없어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 분위기에 취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술을 왜 마시는지 주변의 애주가들에게 물어봤다.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뒤늦게 ‘어색함을 깨기 위해서’, ‘술을 마시면 말이 잘 나오니까’, ‘분위기가 좋아지니까’ 등을 답했다. 하지만 술로 극복한 어색함이 술이 깨고 나서도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알코올의 마법으로 유연해진 입이 청산유수 말을 내뱉는 것은 마법이 유지될 때뿐 그 힘이 사라지고 남는 건 민망함뿐이다.
이것은 잘못된 접대문화의 연장인 듯하다. ‘접대=술’이 공식화된 한국에서는 기업의 접대비 중 유흥업소에서 사용하는 금액만 매년 1조 원을 넘는다. 대학에서마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꼭 접대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 혹은 선후배가 만나는 자리라면 일단 술부터 마신다.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 때문이라면 그건 서로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문화를 즐기는 등의 방법도 있으니까.
언제까지 알코올의 마법에 의존할 생각인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술의 힘을 빌렸을 때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슬픈 일이다. 술잔에 술 대신 음료수를 채우고 한번 말해보자. 소통을 위해 애쓰다 보면 돈독한 대인 관계와 탁월한 화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민망함에 이불 속에서 하이킥을 하게 할 망언과 주사가 없는 것은 보너스다. 축제 때도 마찬가지다. 주막 대신 퍼레이드나 전시회를 한다면 새내기에게는 특히 더 흥겹고 의미 있는 축제가 될 것이다. 대학 내 음주금지 개정안이 나오고 학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지만, 더 나은 대학문화를 위한 시작이 될 거라 믿는다.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