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안산하면 외국인과 이주노동자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지하철 4호선을 따라 안산역 1번 출구에 내리면 ‘안산 다문화 마을 특구’답게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가볼 안산의 주인공은 다문화와 외국인이 아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지금까지 알던 안산과는 다른 새로운 안산을 경험해보자.아침 6시, 전날 안산에 대해 늦게까지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잔 탓인지, ‘삐빅’거리는 스마트폰 알람이 밉기만 하다. ‘전국 최고의 녹지율 74%’, ‘계획도시’, ‘심훈과 상록수’등 어젯밤 보았던 자료들의 단어들이 머릿속을 헤엄친다. 정신을 차리고 동대구역에 도착해 서울행 기차를 타자. 세 시간 반가량, 수원역까지 도착하는 동안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슬슬 피곤이 가실 즈음이면 수원역에 도착한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바나나우유와 빵을 움켜쥐고 수원역 앞에서 737이나 8459번 버스를 타고 35분 정도 달리면 드디어 상록수역이 모습을 보일 것이다.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바로 작가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 최용신 선생이 농촌 계몽운동을 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길을 걸어보자. 지금의 안산시 본오동을 지나 최용신 기념관과 함께 천곡강습소까지 재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1931년 최용신 선생이 농촌계몽운동과 함께 야학을 통해 학생들을 가르쳤던 바로 그 장소, 그 거리다. 이곳을 뒤로 하고 다음으로는 조선시대 대표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를 만나러 가보자. 상록수역 본오지구대 앞에서 52번이나 101번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달리면 안산시청이 보인다. 여기서 5분 정도 걷다보면 단원미술관에 도착할 수 있다. 안산의 기운을 듬뿍 받은 김홍도 선생의 예술혼을 느껴보자. 사실 지금 밟고 있는 이곳의 지명이 ‘안산시 단원구’인 것도, 어렸을 때부터 20대에 이르기까지 김홍도가 그림 수업을 받은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김홍도 선생님을 뒤로 하고 축제를 즐기러 가자. 매년 5월 안산에서는 전국적인 규모의 ‘경기안산항공전’과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열린다. 내가 안산에 여행 갔던 날은 우연히 두 행사가 겹치는 날이기에 두 행사 모두 접할 수 있었다. 우선 시청에서 문화광장 쪽으로 쭉 걸어 내려 오다 보면 거리에서 펼쳐지는 국제거리극축제의 진풍경을 눈에 담아갈 수 있다. 거리극축제에 취해 내려오다 보면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정문이 보인다. 잠시 이곳 분수대 앞에서 쉬었다 가도록 하자. 만약 전날 싸놓은 도시락이 있다면 캠퍼스의 낭만을 소풍처럼 즐겨도 좋을 것이다. 에리카 캠퍼스 뒤쪽 경기테크노파크 쪽으로 나왔더니 경비행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바로 건너편 안산스피드웨이에서 항공전행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파들이 그곳에 몰렸지만 굳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마음은 없었다. 밖에서 봐도 생생할 정도로 비행기가 가까이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행기 에어쇼에 좀 더 관심이 있다면 날 잡고 이곳만 방문해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수많은 인파들도 비행기 소리도 잠잠해질 무렵 안산갈대습지공원에 도착했다. 국내 최고의 인공습지답게 갈대와 어우러진 푸른 하늘을 감상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갯바람에 고개를 흔드는 갈대들과 그런 갈대 사이로 비상하는 각종 철새들. 100만여 제곱미터의 공원에서는 안산의 문명도 사람도 갈대 속에 묻혀 조용히 흔들림만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나 또한 갈대 속에 몸을 숨기며 이번 여행의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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