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00년이 된 ‘군주론’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에 대해 윤순갑 교수(사회대 정치외교)와 서면 인터뷰를 나눠 봤다●

 

-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의 자질 및 행동과 더불어 국력의 핵심인 군대 등 여러 방면으로 군주를 논했습니다. 각기의 내용을 교수님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군주를 포함한 정치 리더의 1차적 의무는 정치사회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리적 강제력에 대한 독점이 최후의 수단으로서 합법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 리더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그중에 하나는 본질적으로 ‘나쁘다’는 인식이고, 다른 하나는 ‘고매하다’는 인식입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이러한 인식과 결별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치 리더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는 권력 행사에 있어서 어떠한 수단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덕(德)을 행하여 국가를 파멸로 이끌기보다 부덕(不德)을 행하더라도 국가의 안전과 번영을 이룩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했습니다. 이로써 그는 종교는 물론이고 윤리나 도덕으로부터 정치의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주장은 ‘마키아벨리즘’이라는 악명을 얻게 됐지만, 이탈리아의 통일을 갈망했던 마키아벨리의 입장에서 이러한 평가는 얼마든지 재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주의 자질과 행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인식은 국력의 핵심인 군사력에도 그대로 투영돼 있습니다. 그는 어떤 국가든지 제국주의 정책 또는 영토 확장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하면서 군사력을 강조했습니다. 즉 훌륭한 군대를 가지면 부를 획득할 수 있지만, 부를 획득한다 해서 항상 훌륭한 군대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탈리아 민족의 독립과 자유를 자기 민족의 역량으로 쟁취해야 한다고 보고 용병이 아닌 국민군의 조직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용병에 의존하는 군주는 평시에는 용병에게 수탈당하고 전시에는 적에게 약탈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적시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사력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 학생들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총학생회장, 수업 중 각 조의 조장 등 다양한 리더를 접합니다. 군주론을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이해하며 적용·습득해야 할까요?
두 가지 측면에서 습득할 내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군주론을 집필했던 마키아벨리의 삶의 자세입니다. 마키아벨리는 15년 동안 봉직했던 피렌체 공화국을 멸망시킨 매디치가(Medici family)로부터 반 메디치 음모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관직에서 추방돼 9년 동안 피렌체를 떠나 유랑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때 그는 자신의 생애에서 최대 비극을 맞지만, 오히려 그것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삶의 위기에 낙담해서 실의에 빠져있지 않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마키아벨리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에 헌신하는 마음입니다. 마키아벨리를 유랑하는 신세로 만들었던 이탈리아였지만, 그는 조국에 대해서 헌신하려는 자세에는 미동도 없었습니다. 이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 때문이라고 해도 좋고 애국심 때문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이러한 헌신과 애국심이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의 현재를 그토록 철저하게 분석하게 했고 미래를 고민하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꿈꾸는 것이 리더로서의 삶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리더에게 구비되어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 담겨있는 글이 아니라 행동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국가의 리더를 직접 선출하는 학생들이 현실 정치를 접하고 판단할 때 군주론에서 배웠으면 하는 내용이나 덕목 등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오늘날 우리들은 대부분의 공직이 국민의 직접선거로 충원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어떻게 선출하느냐 하는 문제가 바로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가장 설득력 있는 해답은 일찍이 플라톤에 의해서 제시됐습니다. 즉, 가장 힘센 사람, 가장 부유한 사람, 가장 교활한 사람이 아닌, ‘가장 지혜로운 사람’에게 공동체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원칙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권좌에 오른 군주의 통치술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군주론에서는 정치 리더의 선출과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군주가 국민의 선거를 통해서 지위를 확보한다는 관념이 아직 그에게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는 해도 그는 권력 획득기와 권력 유지기로 나눠서 군주의 통치술에 대해 소상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리더는 높은 곳에서 나아갈 곳을 꿰뚫어 보고 여러 가지 상황을 제대로 해석할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유의하면, 정치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고 처방하고 있는 사람을 찍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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