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하면 떠오르는 곳이 어딘가? 열에 아홉은 진해를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진해 말고도 화사한 벚꽃을 질리도록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경상남도 합천이다.합천은 해인사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합천 8경’이라 하여 해인사 외에도 볼 곳이 많다. 여기에 최근 명소가 된 합천영상테마파크를 덧붙일 수 있다. 2004년도에 개장한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는 1920년대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 오픈세트장답게 드라마 <각시탈>, 영화 <써니>, <포화 속으로> 등 67편의 각종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대구 서부정류장에서 출발해 합천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린 뒤 시간에 맞춰 하루에 15번 오는 버스를 타면 영상테마파크에 도착한다. 테마파크의 입구는 ‘가호역’이다. 역 안에 들어가면 매표소가 있다. 마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터널을 지나 귀신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테마파크에 들어서면 마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마차는 손님을 태우고 돌아다니는 일종의 안내자 역할을 한다. 그리고 테마파크 안쪽으로 쭉 이어지는 전차와 철로가 있다. 철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면 친숙한 듯 낯선 골목들이 나타난다. 서울이 배경인 만큼 각종 상점과 호텔이 즐비하다. 간판은 일본어거나 거꾸로 쓰인 글자들이다. 얼핏 보면 세트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실제처럼 정교한 간판과 건물들로,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로 간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대로를 따라 쭉 걷다 보면 얼마 전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각시탈>의 촬영장이 나온다. 욱일승천기와 일본 국기가 높게 설치돼 있어 일제 강점기를 나타내는 세트장임을 알 수 있다. 그 옆에는 합천의 숨은 맛집 ‘사누끼 우동집’이 있다. 일본어로 쓰인 간판에 정갈한 일본식 인테리어로 테마파크의 일부로서 자연스럽다. 서너 종류의 우동과 튀김 등을 팔며 가격도 4,000~6,000원 선으로 관광지의 음식점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우동집을 나와 조금 더 걸으면 커다란 역이 나타난다. ‘서울역’이 아닌 ‘경성역’이다. 경성역을 지나 영화 <전우치>에 나온 철교를 통과하면 1980년대의 서울이 펼쳐진다. 이곳에선 더는 일본어가 보이지 않는다. 길거리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붙어있는 전단에는 지금은 쓰지 않는 과장된 표현들이 쓰여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낡은 극장의 입구에는 반공·반첩이라는 글씨가, 영화 포스터에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옛 배우의 이름이 쓰여 있다. 골목 사이로 들어가면 뽕짝이 흘러나올 듯한 ‘풍전나이트’, 아직도 어느 시골구석에는 있을 것 같은 ‘용암탕’이 보인다. 높은 담 위에 올라가면 가정집이 있는데, 80년대 서울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부 둘러본 뒤 기차 전시장과 버스 터미널을 지나가면 출구가 나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테마파크 골목골목을 구경하고 나면 합천호와 벚꽃이 조화를 이룬 경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테마파크 입구 건너편에는 합천호를 끼고 산까지 이어진 길이 있다. 제법 긴 길이지만 왼쪽엔 벚꽃, 오른쪽엔 거울 같은 합천호가 있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걷다보면 지루하지 않다. 이곳에서 5km를 더 가면 합천의 명소 백리벚꽃길이 나온다. 백리벚꽃길은 마라톤도 열릴 만큼 긴 길(약 40km)이므로 자가용이 있다면 드라이브를 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 길을 달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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