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과 같은 도시 주거문화에서는 흙을 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 많은 우리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흙장난 하는 것을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흙이 더럽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데 있다. 과연 흙은 더럽기만 한가? 아이들에게 교육할 때도 “밖에서 놀다오면 손을 여러 번 비누를 이용해서 뽀드득 뽀드득 깨끗이 씻어라”는 말을 몇 번이고 강조한다. 과연 이상의 우리 어머니들의 생각이 옳은 것인가? 사실 이러한 생각은 옳기도 하고, 그르기도 하다. 즉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흙장난 후에 손을 깨끗이 하라고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아이들이 흙을 더럽게만 생각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먼저, 흙을 점토광물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더러우니 손을 깨끗이 씻으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 흙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입자단위로 분석하는 결정광물학적 입장에서 관찰해보면, 지문에 묻은 흙의 입자는 너무 미세해서 한 번에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점토광물학적 크기의 결정으로 쌓여져있는 흙의 입자 사이에는 세균이 많이 서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흙장난하고 들어온 아이들에게 ‘손을 여러 번 씻어라’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이들에게 흙은 더럽기만 하다는 인식만을 남겨 주는 것은 무언가 석연찮다. 우리 인간에게 흙이 가져다주는 이로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생명 탄생의 모체가 되고, 인간 생활의 영위를 위한 의식주를 해결 해주며, 현대 생활과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 재료로서 점토의 이용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고마운 흙을 아이들이 ‘더럽다’고만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앞에서 말한 것 중에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흙의 의미를 떠나서 우리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흙인 점토에 대한 이해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그 용도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하는 것이다.

점토와 인간생활
인간은 고대로부터 점토를 이용하여 식기를 포함한 다양한 토기를 만들어 사용하였으며, 원시시대부터 문명이 발달된 오늘날까지 점토는 인간생활의 여러 방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왔다. 점토 없이는 우리의 생활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토기를 노천에 널어 주위에 나무를 태워 구웠으나 점차 돌과 점토를 이용한 요를 만들어 토기 및 도자기 등을 생산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점토를 이용한 요업의 발전이 최근에는 세라믹스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림문자로 불리는 역사시대 계형문자의 원형은 기원전 4세기경에 메소포타미아에서 점토판에 기록되었다. 채문토기도 만들어졌고 물래가 사용되었다. 실을 짜는 가장 오래된 베틀이 점토로 만들어 졌다. 건축이나 도로용에 점토연와가 이용되었으며 기원전 1300년경에는 유약을 구워 붙인 장식용 타일도 출현했다. 이와 같이 인류 최초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점토의 문명이었다. 금속의 이용이 시작되어 드디어 철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에 넘어오면서 점토의 사용은 점차 눈에 띄지 않게 되었지만 실은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더욱 그 이용이 다양해지고 있다. 
점토는 천연적으로 미립자의 집합체로 수분을 함유하면 가소성을 나타내고, 건조하면 강성을 나타내며, 소성하면 소결하는 물리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점토가 갖는 물리적인 성질 때문에 인류가 문명의 이기를 갖게 될 때 점토의 유용성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요업이 발달하게 된 근원도 점토 원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찬란한 문화재의 하나로 자랑하는 비취색의 고려청자도 점토 원료가 없었다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분쇄기의 이용이 없었던 옛날에는 천연적으로 미립자인 점토가 요업의 발전에 이바지한 기여도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토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얼마나 이용되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고 대표적인 점토의 용도에 대하여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철의 생산에는 철광석의 분광을 굳히는 고온로용의 원료로 한 펠레트나 제철, 제강의 주조용 사형을 성형으로 하는 점결체로서, 점토가 다량 사용된다. 고온로의 로벽은 내화점토를 주원료로 한 내화연와로 만들어져 있다. 철과 함께 건설공사의 주재료인 포트랜드시멘트의 주원료가 석회석이지만 점토도, SiO2, Al2O3, Fe2O3 등의 성분을 공급하는 원료로 첨가되고 있다. 건축에서 점토는 기와, 토관류, 타일, 점토연와 등의 원료가 되어 벽재가 되기도 한다.
현대는 석유의 시대이기도 한데, 점토는 이 석유, 광산의 생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탐사상 점토질 퇴적물이 중요시되고 있다. 유전개발에는 유정굴착용 진흙물을 조제하는데 점토가 이용되고 체유 후의 석유 정제 과정에도 탈색제나 촉매로 점토가 이용되어지는 등 석유와 점토는 떼어놓을 수가 없다.
또, 현대 생활에는 종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점토는 도화지의 주원료인 펄프의 섬유의 간극을 충진 시켜 백색도와 불투명도를 향상시키는 진료 및 종이의 표면을 매끄럽게 함과 동시에 광택 등을 내는 도포제도 이용된다. 일반적으로 고급인 종이일수록 다량의 점토가 사용된다(아트지는 중량의 30-40%). 필기구인 연필의 심에도 점토가 들어가며 연필심의 경도는 점토의 함유량에 따라 결정된다. 많은 일용품에도 점토가 이용되어 도자기 이외에도 고무나 플라스틱의 충진제, 면직물 등의 마무리제, 도료·안료·화장품의 원료도 되고, 의약, 농약, 계면활성제 등에도 이용된다. 이같은 많은 방면에서 점토는 미립의 분말, 즉 분제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또 점토와 유기물 등의 복합물질을 합성해서 도료, 그리스 등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점토는 여러 종류의 공업제품의 원재료로서 직접 간접으로 널리 이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세라믹스의 원료로서 발전했다. 다른 한편, 점토의 제 성질은 농업을 시작으로 땅에 건설을 하는 토목건축 방면에까지 토질의 기초로 중요하다. 토양개량, 누수방지, 보링용 진흙물 등에 이용되는 반면 점토가 물을 흡수 팽창하는 성질을 가지는 경우에는 터널 공사 등에서 지반 팽창이나 붕괴의 원인이 되어 사태, 낙석 등의 자연재해의 요인도 된다. 최근에 건강과 관련된 환경문제가 대두되어 점토가 관여하는 토양오염, 수질오탁, 분진 등의 공해방지 대책이 긴급과제가 되고 있다. 흡착성이 큰 점토는 공장폐수나 원자력 산업의 방사성 폐수의 처리에 이용된다.
지하자원의 탐사에는 석유 외에 각종의 금속광상이나 지열탐사 등에도 점토는 크게 공헌하고 있다. 열수작용에 의해 생성된 각종 금속광상의 모암은 열수변질을 받아 점토화 되어 있어 점토화대는 광상탐사의 좋은 지표가 된다. 지열지대의 암석의 열수변질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점토화 변질의 현상은 학술적으로도 광상생성작용을 연구하는데도 중요하다.
점토에 대한 연구는 흥미롭고 복잡하다. 이는 부분적으로 많은 지식이 최근의 것이고 일반적인 과학적 지식의 총체 속으로 전체적인 융합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점토의 성질은 단순히 팽윤과 비팽윤으로 나누어지며, 이것은 성질의 모든 형태에 차이점을 준다. 점토의 이용은 화학적이고 물리적인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과 동물의 행동, 그것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식물에게 점토의 중요성은 역시 점토의 물리-화학적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
환경과 점토의 상호작용은 생태계에서 기본이다. 인간과 자연 간의 대부분의 상호작용은 점토막을 통해 여과된다. 점토의 기본 성질을 이해한다면 인류에게 가장 큰 장점으로 이용되고 다루어질 수 있다. 환경 속의 점토라는 부분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점토광물학에 대한 무시와 충분치 못한 이해라는 약간의 예가 생태학적 재난을 야기 시킨다고 해서 인류에게 유용하고 필수적인 모든 활동을 삼갈 이유도 없다. 아는 것이 힘이다. 그렇지만 현명한 자의 손에 있을 때만 그러하다.

정원우 교수(사범대 지구과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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