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은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이자 아주 새롭고 역동적인 최신 학문이며, 일반인들이 꽤 관심 있어 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또한 천문학은 우주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호기심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천문학의 대상은 태양, 태양계, 항성, 외계 행성, 항성계, 성간물질, 은하, 은하단, 초은하단, 우주구조 등이다. 천문학은 가까운 천체에서부터 매우 먼 거리에 있는 천체를 다양한 파장영역에서 관측하여 그 특성을 밝힐 뿐만 아니라 수치모의계산과 이론적 검증을 통해, 천체의 생성과 현재 모습, 진화를 규명한다. 이러한 천문학의 발달로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우주의 팽창이나 우주의 가속팽창이 밝혀졌고, 기존 천문학과 물리학 지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새 학문 분야를 창출하기도 하였다. 우리는 소행성이 수시로 지구에 아주 가깝게 접근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혹시나 지구에 큰 재앙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들다가도, 별 주위에서 외계 행성이 새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에는 우주 공간 저 멀리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설레기도 한다.
EU에서 2008년에 발표한 ‘ASTRONET’ 보고서, 미국 학술원에서 2012년에 작성한 ‘The Astronomy and Astrophysics Decadal Survey’, 한국천문학회 정기발전 연구회에서 2011년에 작성한 장기발전 방안 보고서, 한국천문연구원의 2010년, 2011년 연차 보고서, 올해 초 한국천문학회에서 한국연구재단 자연과학단의 의뢰로 수행한 천문학·우주과학 분야 국내외 연구동향 분석 내용을 토대로 하여 국내외적으로 비중 있는 연구 분야 10개를 선정해 보았다. 이들은 (1) 항성과 항성계, (2) 성간물질과 별과 행성의 탄생, (3) 외계 행성과 생명체 탐사, (4) 중력파와 밀집성, 일반상대론의 정밀한 검증, (5)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 규명, (6) 은하, 은하단과 거대 블랙홀, (7) 우주 거대구조와 우주론, (8) 초기 우주에 처음 생성된 항성, 은하, 퀘이사 탐사, (9) 우주 자기장의 기원, (10) 고에너지 천문학 분야 등이다. 이들 연구 분야는 학자에 따라 공감의 차이가 충분히 있으리라 짐작한다.
이들 분야 중 가장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두 개의 분야를 고른다면 외계 행성과 우주론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게도, 이 두 분야 모두 일반인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지구 바깥 어느 먼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궁금증과 기대감, 그리고 우주 전반에 대한 큰 틀을 이해하기 위한 지적 갈증과 호기심 때문이리라. 1995년 처음으로 별 51 Peg 주위를 도는 목성 크기의 행성이 발견되면서 많은 천문학자들이 태양이 아닌 다른 항성 주위에서 행성을 찾는 새로운 연구 분야에 참여하게 되었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외계 행성의 발견과 관련 연구에 힘을 실어 주었다. 외계 행성 탐사 방법으로는 시선속도 정밀 측정, 별 앞가림 현상 이용, 미시중력렌즈 현상, 펄서 타이밍, 직접 이미징, 측성 관측 등이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의 70% 이상이 시선속도 정밀 측정 방법으로 발견되었다. 또한 2009년 발사된 인공위성 망원경 케플러의 성과로 외계 행성이 빠른 속도로 많이 발견되고 있고, 올해 중 발사될 측성 인공위성 망원경 GAIA가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 조만간 더 많은 외계 행성들이 발견되리라 예상한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를 포함한 경북대 내 천문대기과학과 교수와 대학원 졸업생은 한국천문연구원 팀과 함께 영천시에 위치한 보현산 천문대에서 자체 및 국제공동 관측연구를 진행해 왔다. 본 연구팀은 1.8미터 망원경과 고분산 분광기를 이용한 시선속도 측정 방법으로 모두 7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하는 등 국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편, 미시중력렌즈 방식을 이용한 외계 행성 탐사연구에 관한 이론적 연구는 국내에 또 다른 연구팀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미시중력렌즈 탐색시스템인 KMTNet(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을 개발 중이다.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 곳에 직경 1.6 미터 전용망원경을 각각 설치하여 남반구 하늘을 24시간 모니터링하려고 한다. 이중 두 대의 망원경이 올해 안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탐색시스템이 완공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외계 행성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발견될 것이고, 기존의 탐사 지상망원경, 케플러, GAIA 등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외계 행성을 발견하게 되므로 외계 행성의 특성을 연구함에 있어서 특정 관측방법에 편향되지 않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외계 행성 연구 분야에서 한 축을 맡게 되리라 기대한다.
외계 행성 탐사 연구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부분은 표면이 암석으로 된 지구형 행성을 찾는 것이며, 그 중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것이다. 이는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 지구만이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인가’ 하는 질문에 어떤 해답을 던져줄 것이다.
1997년과 1998년에 두 개의 초신성 탐사관측 팀은 각각 Ia형 초신성의 등급과 거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엄청난 사실을 밝혀내었다. 이 사실은 그때까지 논의되던 감속 팽창, 등속 팽창 시나리오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1929년에 에드윈 허블이 외부 은하에서 오는 빛이 적색편이를 일으키는 정도로부터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이후, 가장 획기적인 천문학적 업적이라 할 수 있다. 2010년에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한 초신성 탐사팀이 같은 형의 초신성을 통하여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들 두 초신성 탐사연구팀을 이끈 세 명의 주도 천문학자들은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우주의 팽창 속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천문학과 물리학에 있어서 큰 도전이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물리학적 지식으로는 가속 팽창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암흑에너지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를 이해하고자 한다. 아인슈타인이 우주론 모형을 만들면서 포함 여부를 고민했던 우주 상수나, 관측되지는 않았지만 이론 물리학자들의 주목을 받는 스칼라 장이라는 새로운 입자가 가속 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로운 물질의 도입으로 가속 팽창을 설명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에 진리라고 믿었던 상대성 이론을 비롯한 중력법칙을 약간 수정함으로써 가속 팽창을 설명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천문학과 물리학에 미치는 파급력은 매우 크다. 때문에 필자는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이라도 이 글을 읽는 독자가 기억한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주모델과 최근 플랑크 위성의 우주 배경복사 관측 자료에 근거하여 우주 전체의 물질/에너지 분포를 보면 암흑에너지가 약 73%, 암흑물질이 약 23%, 보통물질이 약 4% 정도이다. 물질과 에너지는 상호 변환이 가능하므로 물질은 에너지로, 에너지는 물질로 바꾸어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가 맨눈 또는 망원경으로 매일 밤 관측하는 온갖 천체를 다 합쳐도 그 차지하는 비중이 우주 전체 물질의 약 5%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아직도 우주의 본질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에 대해 꾸준히 탐구해야 할 것이다.
앞서 기술한 미시중력렌즈 분야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천문학 분야 일부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연구가 국제협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이론적 연구나 수치모의계산 연구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관측 연구이다. 이들 각 분야에서 고른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어야 진정한 천문학 연구 강국이 될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나 연구 인력 규모가 작은 한국 천문학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관측 장비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당분간 어렵다. 따라서 국제 공동 개발 사업에 지분을 갖고 참여하여 공동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대형 또는 첨단 관측 장비의 사용 시간을 확보하여 축적된 장비 활용 경험을 기반으로 좋은 연구 성과를 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있는 대표적 프로젝트로는 미국, 호주와 함께 참여하는 지상기반 프로젝트와 일본, 유럽과 함께 하는 우주기반 프로젝트가 있다. 전자는 직경 25미터 거대 망원경 건설 사업인 GMT(Giant Magellan Telescope)이고, 후자는 적외선 우주망원경 사업인 SPICA이다. 우리나라 천문학계의 비약적인 발전과 성장이 조만간 이루어져 그 성과가 대표적인 국제적 연구로 많이 소개 되기를 기대한다.

윤태석 교수(자연대 천문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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