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지난 3월 전체 대학에 학과학생회비(이하 학과회비)에 대한 대학들의 자체조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최근 언론보도와 같이 일부 대학에서 학생회 활동을 위한 학과회비 징수와 관련해 이를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관련 민원도 교과부에 다수 접수되고 있으니 자체 조사를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본교에서도 학과회비에 대한 조사와 함께 자체감사가 이뤄졌다. 본지는 이에 따라 본교에서 실시한 109개 학과회비 형태의 조사결과를 분석하고 본교생 107명을 대상으로 학과회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학과회비에 대한 학교의 개입에 학과회장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경영학부 학생회장 장재무(경상대 경영 12) 씨는 “이러한 방식이 학생들에게 더 신뢰를 줄 수 있다면 협조할 수 있다”며 찬성의 입장을 밝혔으나 신문방송학과 학생회장 신병인(사회대 신문방송 09) 씨는 “학생회는 학생의 자치기구인데 학교가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불순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학생들이 잘 운영하고 있는 학과까지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볼 것 같다”며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학과회비에 정부가 개입할 만큼 대학 자치 사회가 암울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자치단체만큼은 학생들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합의되고 규정돼야 하는데 학교나 교과부가 대학생 자치 기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공문을 보낸 교과부 박은지 주무관은 “학생들이 낸 돈이 좀 더 투명하게 운영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새학기마다 학부모님들이 학과회비 문제로 전화를 많이 하시는 상황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학과회비 왜 내?본교생 1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과회비를 내지 않은 43명(40%) 중에 학과회비를 내지 않은 이유로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학과회비의 용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가 그 다음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씨는 “학과회비가 교수나 학생회 소속 학생들의 회식비용으로 쓰인다는 말을 들었다”며 “학과에서 정확한 학과회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학과회비 징수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B 씨는 “‘학과회비를 내지 않으면 장학금 혜택에서 제외되거나 혹은 불이익이 있을 것이다’ 라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반발심에 학과회비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주무관은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이유도 학과회비를 걷는 것이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회칙이나 학칙에 근거해서 투명하게 쓰여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학과회비 쓰임 몰라도 내야 해한편 설문조사 항목 중 ‘학과회비의 쓰임에 대해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는 답을 한 학생의 수가 43명으로 40%를 차지했다. 이 중 학과회비를 낸 학생의 수는 26명으로 42%이다. 109개 학과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과회비 징수 및 관리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과(부) 별 결산 공개를 학과 총회, 게시판 등을 통해 공개하는 학과의 비율이 80%(85개 학과), 학생회 차원에서 처리하는 학과의 비율이 20%(21개 학과)이다. 결산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는 학과의 비율 또한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지암(경상대 경영 12) 씨는 “경상대는 돈을 많이 내지 않기 때문에 액수가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사용내역에 대한 공지가 일반학생들에게는 이뤄지지 않아서 (학과회비가 어디에 사용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과회비를 낸 60%의 학생들 중 학과회비를 낸 이유로 상당수의 학생들(35%)이 ‘학과 내의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에’와 ‘불이익이 있을까봐’를 꼽았다. 이에 대해 C 씨는 “학과회비의 금액이 커서 한 번에 내기 부담스러웠지만, 과 자체의 분위기가 전부 내야해서 낼 수 밖에 없었다”며 “사용내역이 모두 공개되지만 전부 신뢰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반해 D 씨는 “학과 행사에 필요한 비용이면 학과회비를 내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솔직히 4년 분이라고 걷고 일 년에 쓰잖아요~”학과(부)별 부과 기간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학교 측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1년 분을 징수하는 학과 수(15개)에 비해 4년 분을 한꺼번에 징수하는 학과 수가 81개(74.3%)로 대부분의 학과가 4년분의 학과회비를 신입생에게 한번에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분의 학과회비를 한번에 낸 E 씨는 “학과회비가 학생들에게 적은 돈도 아닌데 일괄 납부로 부담을 주는 것보다 학과 행사 참여인원을 대상으로 돈을 징수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에 사는 본교생 한 학부모는 “학과회비를 내야 한다며 갑자기 입학금에 준하는 금액을 보내달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며 “4년 치라고 해서 내지만 1년에 쓴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학과 학생회도 힘들다구요하지만 학과를 운영해나가는 학생회의 고충 또한 만만치 않다. 모 학과회장은 학생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비를 사용하기도 했다, 재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학과 학과회장은 “우리학과는 단대에서 가장 낮은 학과회비를 걷는데, 올해 진행될 행사의 규모와 수는 크기 때문에 학과회비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학과회비를 올리지 않는다면 내년 학생회가 새터나 오티를 준비할 돈을 남겨줄 수 없을 것”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단과대학 회장은 “학생회하면 차를 뽑는다고 하지만 학생회 살림살이 때문에 사비가 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며 학생들의 선입견에 대해 지적했다. 한 학과의 조교는 “실제로 해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학과회비 납부율도 줄어들고 학과행사 참여율도 낮아져 학과행사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며 무관심해진 학생들에 대해 걱정했다.

학생회, 학생 모두 만족시키는학과회비를 위해서본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과회비를 내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학과회비에 대한 충분한 설명 및 공지와 학과회비에 대한 예·결산 공개’가 88명(82%)에 달했다. 특히 학과회비를 안 낸 학생들 중에서 13명(30%)은 ‘학과회비 용도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부족해서’라고 답해 충분한 설명과 공지의 필요성에 대해 확인시켜줬다.학과 학생회에 있었다는 한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학과행사 예결산 내역을 웹자보나 자보로 알리고 조금만 신경써서 예산안 만들어 배포해도 학생들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학생들도 학생회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말고 우릴 위해 봉사하는 동료들로 봐주고 학과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학생과 채상훈 주무관 또한 “학과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학과 내에서 충분한 통의와 회칙에 근거한 투명한 사용이 전제된다면 학교에서 문제 삼을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채 주무관은 “학과회비가 많다고만 할 것이 아니고 적정비용이 얼마인지 학생회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사회대의 한 학과는 학과회비 납부 전에 학과 학생 부모님들에게 일일이 손편지를 써서 보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해당 학과 학회장은 “손편지를 써서 보내드림으로써 부모님이 안심하고 학과회비를 낼 수 있도록 한다”며 “또한 학과회비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매월 정리해 영수증과 사용내역을 파일로 만들어 과방에 배치하고 학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투명성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한편 기본급 정도는 학과에서 지원 받고 행사 때마다 돈을 약간씩 더 걷는 대안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조사결과 행사가 있을 때마다 돈을 걷는 학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학생들의 참여율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국 재정난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생회 행사 및 활동이 어렵게 된다.학과회비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제도적인 방안을 떠나 학생들의 자발적인 자정작용 강화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학생회 자체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제대로 합의를 거친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심화돼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연구원은 “학생사회가 힘을 모아 내부적으로 치밀하고 깨끗한 운영을 보여줄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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