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라는 단어가 103년의 전통을 품은 진주의료원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마 진주의료원을 관리, 감독하는 경상남도가 지난 2월 26일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선언한 다음부터일 것이다. 그 후 경남도 홍준표 도지사가 진주의료원에 폐업 방침을 밝힌 후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왜 이렇게 진주의료원의 폐업이 뜨거운 감자가 돼버렸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진주의료원의 역할부터 알아야 한다. 진주의료원은 공공의료시설로서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얼마 전까지 민간병원에서 꺼려하는 의료보건사업을 진행해왔다. 그 대표적인 예로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진주에는 수많은 민간의료시설이 있었지만 진주의료원이 가장 앞장서서 환자 진료에 힘썼던 일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또한 경제적 부담 없이도 누구나 쉽게 적정한 가격으로 적절한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럼으로써 진주의료원은 다른 민간 병원의 과다한 의료 비용의 왜곡을 막고 의료보건 시장의 적절한 가격을 형성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런 진주의료원의 역할로 많은 환자들은 진주의료원을 찾았다. 하지만 폐업 결정으로 인해 200여 명에 이르던 진주의료원 환자들은 갈 곳 없이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다. 진주의료원에 입원한 대부분의 환자들의 경우 진주의료원보다 세 배 이상 비싼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공공의료원 중 흑자를 내는 곳은 채 10곳도 되지 않는다. 단순히 적자를 이유로 공공성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제2, 제3의 진주의료원 사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젠 시나브로 의료의 민영화가 서민들의 발목을 옭아매고 있단 말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시설의 상황은 심각하다. 전체 의료기관 중 10%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나라의 공공의료 상황은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을 보면 적게는 35%부터 많게는 거의 100%에 이르는 영국까지 우리나라에 비해서 공공의료의 수준이 놀라우리만큼 높았다.
지방의료원장으로 13년을 근무한 박찬병 원장은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목표는 흑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돈이 되는 정형외과 같은 과목뿐 아니라 수익과 상관없이 필수진료학과를 진료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료원은 만성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아니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경영 전문가들은 진주의료원을 보면서 민간병원처럼 효율성을 높이라 한다. 효율성이라니? 무슨 효율성을 말하는 것인가? 단순히 흑자를 내는 것으로 효율성이 높은 병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면 수많은 환자들에게 값싼 가격으로 다양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의료원의 효율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은 돈과 환자.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한민국의 공공의료의 초점,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당신의 초점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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