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힐링이 난무하는 요즘 조용한 산기슭에 새소리가 들리는 한옥에서 즐기는 휴가만큼 심신을 편하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오전 7시 버스를 타고 안동으로 향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사이의 이동 시간을 생각하면 부지런히 움직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안동터미널에서 하차해 1번 버스를 30분간 탄 뒤 교보생명역에서 내려 67번 버스를 타고 40분간을 달리면 도산서원 입구에 하차할 수 있다. 하루에 네 번 도산서원 앞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운행되지만, 여유가 있다면 산길을 따라 도산서원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산길을 따라 가다보면 나무 사이로 돌아다니는 다람쥐들의 모습과 차가운 아침 공기에 녹아드는 새소리를 즐길 수 있다. 운이 좋다면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날다람쥐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15분을 걷다보면 도산서원 매표소에 도착한다. 하루에 네 번 운행하는 도산서원-안동시내 버스 시간표가 매표소 옆에 붙어있다. 서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꼭 시간표를 확인하도록 하자. 매표소에서 서원 쪽으로 들어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넓은 낙동강 지류에 우뚝 서 있는 ‘시사단(試士壇)’을 볼 수 있다. 시사단은 정조임금이 퇴계 이황 선생의 학덕을 기리고자 특별히 실시한 과거시험 도산별과가 진행되던 장소로, 비록 직접 올라가볼 수는 없지만 멀리서도 그 위용을 자랑하는 도산서원의 큰 볼거리 중 하나다. 서원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이황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던 장소들이 펼쳐진다. 따로따로 보면 다를 바 없는 한옥들이지만 서원의 은은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설명하기 힘든 존재감을 풍긴다. 서원의 분위기를 충분히 즐기고 싶다면 개장 시간쯤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람이 많은 시간대엔 관광객이 몰려 조용한 서원의 분위기가 다소 흐트러지기 때문이다.도산서원에서 67번 버스를 타고 시내 교보생명역에 하차하면 바로 건너편에 하회마을로 향하는 46번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보인다. 하회마을까지 꽤 시간이 걸리므로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하회마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하회세계탈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한국의 탈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탈이 전시돼 있다. 우스꽝스러운 선비탈부터 제법 으스스한 할로윈탈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박물관 관람 후엔 근처 하회별신굿탈놀이 전수관에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그리고 주말에 진행하는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할 수 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무형문화제로 등록돼 있고 탈놀이 자체도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공연 수준이 높고 재미있으므로 하회마을을 방문한다면 꼭 관람하도록 하자. 이후엔 매표소 옆에서 마을 입구로 들어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하회마을 입구로 들어가서 여유롭게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산책을 즐기자. 마치 조선시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기와집과 초가집들이 절경을 이루며, 이곳 저곳에서 이뤄지는 전통문화 체험 행사도 볼거리다. 노을이 내릴 때쯤 마을을 빠져나가는 길에서 감상할 수 있는 노을 젖은 기와집, 초가집들이 만들어내는 절경은 길다고는 하지 못할 안동 여행을 마무리 짓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풍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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