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서울로 가기 위해 오전 8시 정각에 모인 마이티 팀원들은 긴장한 기색 없이 편안해 보였다. 고등학생같이 앳돼 보이는 사람부터 연륜이 있어 보이는 사람까지 구성원들은 다양했다. 하하호호 수다를 떠는 모습에 평범하다 생각했던 것도 잠시, 외투 아래 갖춰 입은 줄무늬 야구복에서 ‘진짜 야구선수’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서울로 가는 길, 앞자리에 앉은 짧은 머리의 김민정(대학생, 32) 씨에게 왜 야구를 하는지 물어봤다. 할 만한 구기종목을 찾다가 야구를 시작했다는 민정 씨는 “야구와 같은 단체운동은 경험하기 쉽지 않다”며 “팀원이 힘을 모아서 성과를 내는 게 대단하고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출발한 지 4시간 만에 CMS기 전국여자야구대회 장소인 난지지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차를 타고 달려온 선수들은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으나 곧 기운을 차리고 야구 용품들을 날랐다. 선수들이 챙겨온 짐이 꽤 많았다. “서울 지역 팀들은 소풍 오는 것처럼 버스 타고 와서 짜장면도 시켜먹고 한다던데…” 오랜 시간 달려온 것이 피곤했던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선수들은 워밍업으로 둘씩 짝지어서 캐치볼을 하기 시작했다. 캐치볼을 하기 시작하자 선수들의 여유로움은 야구선수의 진지함으로 돌변했다. 평소에 연습은 얼마나 하는지 궁금했다. ‘마이티’의 트레이너 이정민 씨는 “들어오면 글러브 잡는 법부터 캐치볼 같은 기초 훈련과 근력 및 체력 훈련을 하고, 좀 더 성장하게 되면 야구 보는 법, 작전 등의 전술 훈련 등을 한다”며 “모두 사회인이기 때문에 연습은 주말에만 한다”고 말했다. 정민 씨는 “야구 경기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부상을 많이 당한다는 점인데, 한 번은 공이 날아와서 얼굴 한 쪽이 완전히 부은 적이 있다. 여자가 하기에 그런 점들이 어렵긴 하지만, 부상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야구에는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진지하게 연습하면서도 팀은 활기를 잃지 않았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요청에 ‘마이티’의 단원들은 언제 카리스마 있었냐 싶게 해맑은 모습으로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었다.

그리고 오후 세시, 대망의 첫 시합. 서울시 난지지구 1구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경기는 빨간 상의의 대구 ‘마이티’, 하얀 상의의 서울 ‘떳다볼’ 간의 경기였다. 1회 초, 수비는 ‘마이티’. ‘나이스 하자!’, ‘투수 힘내라!’ 여자의 그 가냘픈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들이 경기장을 울렸다. 경기 시작과 함께 시합의 제1구가 빠른 속도로 창공을 갈랐다. 이내 관중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저거 남자 아니야? 여자가 뭔 공이 저렇게 빨라?’, ‘저 투수가 그 투수야?’ 그렇게 ‘마이티’의 에이스 신정은(22)은 1회 초를 1점으로 방어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공이 자꾸 빠지자 주장은 ‘똑바로 봐라! 정신 안 차리나!’며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1회 말 ‘마이티’는 4번 타자 신정은을 앞세워 4점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타자 한 명이 들어갈 때마다 선수들은 목놓아 ‘나이스 밧다(batter)’를 연신 외쳐대며 분위기를 달궜다. 약간은 싸늘했던 서울의 공기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열띤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2회 2점, 3회 4점을 내리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마이티’는 4회 초 좌익수 안타를 얻어맞고 4점을 내주며 맹추격 당하는 듯했다. 그러나 5회 초 ‘떳다볼’을 0점으로 막으며 경기는 2시간 1분 만에 10:7로 ‘마이티’가 승리했다.

경기 전 ‘마이티’의 박경미 감독님은 “모두 야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는 게 구장이 없다는 것” 이라며 “구장이 없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연습하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야구가 재미있어서 포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늘의 승리로 ‘마이티’에게는 다음 주에 또 시합이 주어졌다. 고생 끝에 얻어낸 승리인 만큼 훨씬 가치 있는 1승을 가지고 ‘마이티’가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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