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곳곳이 자취골목일 정도로 자취생이 많은 본교. 과연 그들은 어디서 장을 볼까? 쪽문 주변에 동대구시장, 복현오거리에 시장골목이 펼쳐져 있지만 그곳에서 학생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반면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 Market)에는 장보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과연 대형마켓이 정말 저렴할까? 지갑 얇은 자취생들의 가장 큰 구매기준인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본교 북문에서 약 1km 떨어져있는 롯데마트 복현점과 복현오거리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그리고 동대구시장에서 같은 품목을 구입해 가격을 비교해봤다●

# 본교 테크노문 주변에서 자취하는 A 씨는 오늘 함께 사는 친구와 장을 보기로 했다. 주변에 조그만 마트와 시장이 있긴 하지만 더 다양한 물건과 쾌적한 쇼핑환경을 갖춘 대형마트를 자주 찾는다. 1km정도 떨어져 있지만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면 금세 도착한다. 마트에 들어가면 각종 할인세일 스티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밑반찬은 이미 만들어 팩으로 판매하는 ‘간편 조리코너’에서 구매하고, 과일은 한 끼 대용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바나나를 구입한다. 오전 수업에 허겁지겁 빈 속으로 뛰어갔던 생각이 나, 빵 마감세일도 지나치지 않는다. 모두 세일품목에 해당하지만 계산대에 찍힌 총 구매 가격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동대구시장 VS 대형마트 - ① 반찬본지 기자는 자취생들이 자주 구입하는 물품인 반찬, 과일, 빵을 각 3곳에서 구입했다. 반찬은 가장 보편적인 김치와 젓갈류로, 과일은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자취생들이 자주 구입하는 편인 바나나와 딸기를 구입했다. 빵은 구입처마다 차이가 적은 샌드위치 식빵과 단팥빵, 그리고 롤케이크를 구입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무게를 달아 일정 무게 당 가격을 비교했으며, 재료와 크기도 비슷한 것으로 각각 구매했다.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동대구시장의 반찬가게에서 구매한 김치는 420g에 3,000원으로 100g에 약 714원이다. 오징어 젓갈도 비슷했다. 옆 가게에서 똑같은 품목을 구입했다. 반찬 3가지를 고르면 5,000원에 가져갈 수 있다. 검정콩자반부터 갓김치까지 10여 가지의 반찬이 있었다. 각각 팩에 담겨있는 이 반찬들은 한 팩당 약280g이다. 이는 100g당 약 600원에 해당한다. 동대구시장에서 들른 반찬가게들은 모두 땅콩반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칠성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구해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고 있었다.40년 간 동대구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해 온 ‘부산식품’ 주인은 새벽 6시에 가게 문을 연다. 남편이 칠성시장에서 질 좋은 국산 재료들을 가져오면 양념부터 속 재료 하나하나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다. 아침 8시, 반찬 칸이 하나 둘 채워지고 손님들이 모여든다. 인기 있는 반찬은 금세 동이 난다. 아침에 만들어뒀던 속 재료를 꺼내 다시 반찬을 만든다. 그는 “예전에는 경대 학생들이 자주 왔었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다”며 “예전에 학생들이 졸업하고 취업하면 찾아와서 그동안 반찬 잘 먹었다며 감사인사를 하고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2대째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쌍둥이 반찬가게’의 주인은 “어머니가 운영할 때보다 학생손님이 많이 줄긴 했다”며 “예전엔 동아리 MT시기쯤이 되면 여럿이서 몰려와 반찬을 한 아름 사갔는데 요즘은 대형마트에서 한 번에 사가니 우리 손님이 그만큼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에서는 원재료에 중국산이라고 표기된 게 많을뿐더러 맛있게 보이기 위해 색소를 쓰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우리 가게 반찬은 칠성시장에서 질 좋은 국산재료를 직접 보고 사와서 만든 것이라서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MT때 이 반찬가게를 자주 이용해왔다는 본교 풍물동아리 농악반 회장 조봉균(농대 응용생명과학 10) 씨는 “시장의 정과 질 좋은 반찬 때문에 다시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학교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위치한 롯데마트에는 자취생들을 위해 한 팩에 반찬을 모아서 파는 ‘간편 조리코너’가 있다. 여기도 3종 반찬세트(오징어 젓갈과 무말랭이, 김치)가 있어 구입했다. 총 240g에 3,990원이다. 100g에 약 1,700원. 시장에 비해 약 3배나 비싸지만 원재료를 보니 죄다 중국산인데다 향미증진제까지 첨가돼 있다. 하나로마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6g에 3,000원. 우리농산물로 만들어 건강엔 좋아보였지만 100g당 가격이 2,000원이 훌쩍 넘는다.

동대구시장 VS 대형마트 - ② 과일 & 빵반찬에 비하면 큰 차이는 아니지만 과일 또한 동대구시장이 더 저렴했다. 사과나 감은 대형마트와 동대구시장의 판매가격이 비슷했지만 바나나와 딸기는 확연히 시장이 싸게 팔고 있었다. 1kg의 국산 딸기를 작은 스티로폼 2박스로 5,0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롯데마트에서는 1kg에 8,990원, 하나로마트에서는 반짝 할인가로 7,8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바나나 또한 동대구시장은 대형 1600g을 4000원에 판매해 100g당 250원에 해당하지만 롯데마트는 이에 거의 2배에 달하는 100g 499원에 해당하는 스위티오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빵 또한 의외로 큰 차이를 보였다. 동대구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굿모닝 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빵들은 단팥빵과 같은 기본 품목의 단품은 개당 500원에 판매되며 맘모스빵, 갈비빵과 같은 대형빵은 3,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또 식빵은 샌드위치 식빵 1,500원에서 잡곡식빵 2,000원까지의 가격대였고 롤케이크는 기본형 4,500원, 모카 롤케이크는 5,000원이었다. 유명 제과점의 반 값에 해당하는 가격이지만 크기, 재료 등 외관상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굿모닝 베이커리의 사장은 “싼 값으로 손님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내부적인 큰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재료비 모두 올라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스스로 직접 반죽부터 판매까지 하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는 “거의 똑같은 맛과 재료인데 학생들이 고급스러운 겉모습에 발길을 돌리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마트 안에 제과점이있다 보니 쇼핑객은 마트 안에서 손쉽게 빵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베이커리 점은 전국에 350여 개다. 실제로 롤케이크나 큰 빵을 제외하고, 자취생들이 자주 구입하는 단품의 경우 대형마트나 시장의 제과점이나 큰 가격차이가 없지만 대형마트 주변의 길거리 제과점들은 쇼핑편의성에 밀려 프랜차이즈, 동네의 제과점 할 것 없이 매출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동대구시장 VS 대형마트 - ③ 만원의 행복본지 인터뷰를 통해 본교생들 대부분이 주로 대형마트에서 식료품을 구입함을 알 수 있었다. 테크노문 주변에서 자취하는 정준용(사회대 정치외교 10) 씨는 “시장이 싸고 주고받는 정이 있지만 한 번에 다양한 품목을 구입할 수 있는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한다”고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한 식료품을 자주 구입한다는 허윤서(사회대 정치외교 11) 씨는 “시장보다는 대형마트가 좀 더 위생적일 것 같다는 편견 때문에 할인마트에서 구입한다”고 말했다. 채희진(사범대 지리교육 11) 씨 또한 “시장에 가면 조금 더 쌀 진 모르겠지만, 집에서 시장보다 더 가까운 대형마트를 이용한다”고 답했다.그러나 동대구시장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정문에서는 124m떨어져 있어 걸어서 약 12분이 걸리고, 쪽문에선 577m 거리에 있어 걸어서는 약 9분이 걸린다. 생각보다 판매 품목도 다양하다. 앞서 말한 반찬과 과일가게 외에도 고기와 국거리, 죽, 분식류 등이 한 골목에 모여있다. 특히 분식은 일반 프랜차이즈 분식점보다 작게는 절반에서 크게는 3배 가까이 저렴하다. 시장 특유의 인심도 매력 중 하나다. 얼굴이 익으면 갈 때마다 덤을 받기도 하고 잔돈을 ‘땡처리’ 하기도 한다. 마감시간에 가면 더욱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3종세트 반찬(5,000원)과 딸기(3,000원), 그리고 맘모스 빵(3,000원). 만 원으로 이 모든 것을 살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 딸기 한 박스를 살 돈으로 동대구시장에 가면 일주일이 거뜬하게 해결된다. 동대구시장, 이 쯤되면 대형마트과 겨룰만 하지 않은가.이주원 기자/ljw11@knu.ac.kr

▲ 반찬을 담고있는 동대구시장의 상인 모습

 

사진: 이주원 기자/ljw1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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