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는 울산, 포항과 더불어 교과서에 나오는 삼대 공업도시다. 그래서 흔히 구미에는 공장 외에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구미를 잘 모르고서 하는 말이다. 대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약 40분 정도 가면 구미에 도착한다. 구미역에서 나오면 바로 일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를 볼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가, 구미역 바로 앞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의 사거리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구미에서 유명한 싱글벙글 복어집 본점이 있다. 이곳에서 새콤한 식초 맛이 중독성 있는 복매운탕이나 복불고기를 한번 먹어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내려가서 왼쪽편을 바라보면 ‘구미중앙시장’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구미 중앙시장은 구미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으로, 구미중앙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서서 먹는 노점 떡볶이다. 중앙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제대로 된 방법은 상인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릇 하나만 달라고 한 다음, 커다란 쌀 떡볶이와 계란, 양배추와 양념을 마음 내키는 대로 국자로 떠먹는 것이다. 쌀 떡볶이 하나, 계란 하나, 어묵 하나만 먹으면 엄청나게 배가 부른데도 천원밖에 들지 않아서 돈 없는 여행자에겐 최고의 식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배를 든든히 채운 다음 다시 구미역으로 돌아와 12번 버스를 타면 금오산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버스가 하루에 8회밖에 운행하지 않으니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구미역에서 금오산 도립공원까지는 30분 정도로 동행과 담소라도 나누면서 슬슬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금오산이 나타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립공원인 금오산 도립공원에서 흙길로 된 인도를 20여 분 따라 올라가다보면 금오산 입구가 나온다.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지친 당신, 케이블카를 타고 여유롭게 올라가는 것도 하나의 좋은 선택이다. 편도는 4000원, 왕복은 7000원으로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하자. 최대 30인까지 탑승 가능한 케이블카는 창가 쪽이라면 어느 쪽이라도 좋지만 앞쪽이 가장 전망이 좋다. 올라가다보면 중간 중간 금오산성 위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깨알 같은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표지판을 따라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도선굴과 폭포가 나온다. 도선굴은 신라 말 풍수의 대가인 도선이 참선하여 득도한 곳이라 하여 도선굴로 불린다. 동굴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간이 울타리 옆으로는 바로 낭떠러지라 매우 조심해서 올라가야 한다. 사실 동굴 자체보다는 오르내리는 길이 더 스릴 있고 재미있다. 동굴에서 내려오면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대혜폭포가 눈앞에 있다. 3월인데도 불구하고 폭포에는 얼음이 꽝꽝 얼어있었다. 거대한 기암 절벽을 따라 흐르는 폭포를 고개를 들어 쳐다보고 있으니 새삼스레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졌다. 여기서 금오산 정상 등반을 하고 싶다면 약 2km를 더 올라가면 된다. 가벼운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폭포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금오산의 명물인 올레길을 걷는 것을 추천한다. 금오산 올레길은 금오산 저수지를 빙 둘러 만든 길로 한 편은 아예 강 위를 가로지르도록 만들어 놓아 강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쪽에서는 오리배 몇 대가 한가로이 떠다니고, 이에 잔잔히 물결치는 푸른 강물을 보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올레길을 혼자 걷는 것도 사색에 좋겠지만,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걷다보면 문득 내 옆에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옆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행복한 추억을 가지고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쭉 내려와 길을 물어물어 구미역까지 가면 오늘의 여행은 끝이 난다.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라. 여행의 묘미는 길을 걸어 내가 모르는 세상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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