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평소 존경하는 어느 교장 선생님으로 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경북대에 합격한 사랑하는 딸이 입학식도 하기 전에 학교에 소집되어 학과 선배들로부터 참기 어려운 기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분은 격앙된 목소리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총장실을 찾아가 항의하겠다는 것이다. 직접 알아보고 적절히 조치할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전화를 끊은 적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대학 캠퍼스에서는 신입생과 재학생들의 대면식이 유행하고 있다. 이 대면식은 원래 고교를 갓 졸업한 병아리 신입생들에게 학과를 소개하고, 선후배가 안면을 터서 대학 생활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것을 좋게 보면 서로 무관심하고 인정이 메말라 가는 각박한 우리 현실에서 선후배끼리 대화를 나누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새내기의 대학 생활 적응을 위해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면식의 형식이나 방식이 원래의 취지나 궤도에서 이탈하는 데 문제가 있다. 그것이 때때로 강압적인 대면식으로 변질되어 학내외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캠퍼스에서는 아직도 새내기들이 목에 명패를 걸고 선배들의 인솔 하에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마치 군에 갓 입대한 신병들이 조교의 명령에 따라 행렬하는 옛날의 모습이 연상된다. 아직도 일부 대학에서 선착순 달리기, 단체 구호, 군대식 오리걸음, 얼차려 라는 기합도 있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강압적인 분위기를 참지 못한 신입생이 입학을 후회하고 자퇴까지 생각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또한 회식 자리에서 강제로 술까지 강요하는 음주 문화는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이다. 며칠 전 어느 대학에서는 과도한 음주로 신입생의 사망 사고까지 있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 우리 대학에서는 이러한 강압적인 대면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단과대학이나 학과에서 이러한 잔재가 남아 있는 듯하다. 그들은 새내기에 대한 강압적인 대면식 문화를 소속 단대나 학과의 전통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이 역시 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이며 잘못된 처사이다. 사실 강압적인 대면식 문화는 명령과 복종이라는 군사 문화의 소산이며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군국주의 폐습에 기인한다. 이것은 우리 군대에서도 엄격히 금지하는 악습이며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할 과제이다.  
시대는 저만큼 앞서가는데 우리 대학인들이 이러한 대면식 문화마저 고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학과에서는 음주 문화 전통을 아예 없애고 건전한 게임 문화로 바꾸고 있다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차제에 각 학과의 전통이나 전공에 맞는 흥미로운 행사 프로그램을 마련하여야 한다. 대학 당국이나 교수도 이에 대한 세심한 지도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새내기들의 본 대학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대학의 건전한 대면식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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