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보다 널리 알려져 있는 황악산 직지사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33개의 관음성지 중 하나로 김천에 있는 대표적인 고찰이다. 김천 여행을, 특히 직지사 여행을 계획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는 것이 좋다. 김천의 전부를 보지는 못하더라도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여행을 시작하자. 김천역에서 11번 혹은 111번 직지사행 버스를 타면 30분 가량 걸려 종점인 직지사 정류장에 내릴 수 있다. 직지사 정류장에 내리면 직지사가 바로 보이지는 않는다. 산채나물이 유명한 한식점들과 조그만 도랑을 지나면 직지사 입구 전에 넓은 직지문화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김천시가 야심차게 조성해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직지문화공원에는 조각과 정자, 폭포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잠시 앉아서 다리를 쉬기에 좋다. 3~4분을 걸어 직지문화공원을 지나서야 직지사를 들어서는 문인 산문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다시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많은 관문이 남아 있다. 쉽게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 직지사에 서운해하지 말고 왼편에 흐르는 계곡에 맞춰 약간 휘어져서 건축된 일주문, 대양문, 금강문, 사천왕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넓은 공터와 함께 만세루가 나온다. 만세루의 계단을 올라가면 드디어 대웅전과 삼층석탑이 보인다. 대웅전을 살펴보고 왼편으로 위치한 관음전을 지나 비로전으로 가보면 천개의 작은 불상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위엄으로 감탄이 나오는 천개의 불상 중 벌거벗은 동자상이 하나 있다. 여기에는 비로전에 들어서자마자 그 동자상과 눈이 마주친다면 옥동자를 낳는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비로전 앞의 오백년 묵었다는 측백나무도 볼만하다.허기가 지는 점심시간에는 직지사 밖의 한식점을 찾아가도 좋지만 절에 왔으니 절밥을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간에 맞춰 공양간을 찾아가면 점심 공양을 먹을 수 있다. 조금 소박하고 싱거울 수 있지만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절밥은 남기지 않을 만큼 받아 맛있게 먹어야 하고, 스스로 설거지까지 해야 한다. 경내 한가운데를 차지한 기역자 모양의 성보박물관에는 직지사의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또한 직지사가 관할하던 말사의 유물도 함께 전시되며 비로전 삼층석탑(보물 제607호) 등의 문화재도 볼 수 있다. 한국의 명수로 알려진 직지사 약수정을 비롯하여 절 곳곳에 널려있는 샘물이 목마른 관광객의 목을 축인다.직지사를 둘러보다 잠시 숨을 돌리고 싶을 땐 직지사 안에 있는 찻집을 찾아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입맛에 맞는 차 한잔을 마시면서 홀로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한 느낌을 느껴도 좋고 마음 맞는 사람과 담소를 나누어도 좋다.‘명산은 사찰을 품고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직지사는 황악산을 품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절의 공간이 넓기 때문에 절 속에 숲이 있는 느낌이 든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각자의 특징이 있고 매력이 있는 전각들 사이를 걸으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면 해가 훌쩍 질 것이다.직지사에서 다시 김천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전 여유가 있다면 직지문화공원 근처에 위치한 다른 관광지를 들러도 좋다. 세계도자기박물관과 시인 정완영 선생의 작품들을 전시해놓은 백수문학관이 그것이다. 만약 김천역에 도착해서 시간이 남는다면 역 주변의 김천의료원부터 시작되는 자산동벽화마을에 들려도 예쁜 사진이 남을 것이다.시대적 변천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 중건되어 직지사의 옛 느낌은 많이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잠시 머물다 떠날 때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두고 올 수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김천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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