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천시장은 1945년 광복 후 사람들이 신천제방을 따라 하나 둘 모여 장사를 시작하면서 생긴 대구의 전통시장이다. 한때는 1000개가 넘는 점포가 있어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두루 이용하던 대표적 시장이었지만, 시장 둑이었던 곳에 신천대로가 생기고 달구벌대로가 생기면서 방천시장이 조각조각 났다. 그래서 전통시장에 대한 수요가 저하돼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지난 2009년 대구 미술평론가협회가 방천시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문화가 함께하는 시장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죽은 동네를 살려보자’

“처음 시작은 죽은 듯이 조용한 이 동네를 한 번 살려보자는 것이었어요”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벽화를 담당하는 예술감독 손용복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대구 미술평론가협회와 중구청 그리고 방천시장 상인회가 모여 방천시장을 이슈거리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던 것이 시작이었어요” 이후 방천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에서 주최한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 ‘문정성시 프로젝트’에 선정돼 ‘전통시장의 새로운 변화형식! 문화예술장터 방천시장’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업을 진행했다. 방천시장 상인회 회장 신용식 씨는 “처음에는 예술가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분들도 많았어요. 그림쟁이들이 어떻게 시장을 살리겠냐고 말하시는 분들도 많았고요”라고 말했다. 연세가 많은 상인에게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신 씨는 “사람들이 다시 찾는 모습에 작지만 상인들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방천시장은 이후 오후 5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시장을 여는 5·5시장,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픈스튜디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한 예술가들이 상인들과 일촌 맺기, 즉 자매결연을 해서 두 상점당 예술가 한 명이 물건 진열하는 법, 간판 손보기 등을 도와줬다. 또 조각, 음악, 회화 등 각 분야 전문 예술가들이 상인들을 도와 시장을 활성화 시키는데 기여했다.

김광석과 함께 다시 태어나다

방천시장은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신문팔이를 했던 곳이며, 프로야구 양준혁 선수에겐 가방장사를 하던 아버지가 계셨던 정겨운 놀이터였다. 그리고 가수 김광석이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방천시장은 이야기와 노래가 있는 거리를 표방하며 김광석을 그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7080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은 적중했다.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은 전국에서 찾는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신 씨는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방천시장으로 찾아오고 있다”며 “길을 찾은 사람들이 시장도 구경하고 밥도 먹으면서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끊어진 지원, 찾아온 위기

승승장구하던 방천시장은 문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지원이 없어지면서 작가들도 한계를 느꼈다. 아무리 사업 취지가 좋고 자신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지만, 재정적인 지원이 없어 계속 사업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지원을 받아 들어온 작가 30명 중 23명이 방천시장을 떠났다. 상인들은 의욕을 잃었다.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중소기업의 후원을 일시적으로 받기도 했지만 임시방편 수준이었다. 지속적인 시장에 대한 지원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중구청이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확장사업을 시작하고 지원이 끊어진 방천시장의 새로운 협력자로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하는 방천시장

최근 예술가들과 현 상인들이 함께 방천시장상인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방천시장이 채소, 과일뿐만 아니라 예술가들도 자신들의 작품을 팔 수 있는 곳이 되길 꿈꾸고 있다. 손 씨는 “현재 예술가들이 방천시장 내에 많이 들어와 있지만 작가들의 작업공간으로 많이 쓰다보니 오픈된 공간보다는 작가만의 폐쇄된 공간이 많다”며 “시장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자원을 바탕으로 문정성시 사업에서 시행했던 야시장처럼 외부에서 상인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예술 노점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광부 문전성시사업단 홍보팀장 조은영 씨는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지는 문화를 끌어내주는 것이 목적”이라며 “시장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알고 그 문화를 통해 시장의 새로운 가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문화사업과 지원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전성시 1차 프로젝트 마스터 이정호 교수(공대 토목건축)는 “전통시장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상인들이 진취적으로 뭔가를 바꾸려는 의식과 물건들을 직거래하는 등의 현대적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교통문제에 대한 편의 제공 기반 시설도 필요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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