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08년부터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상업적으로 침체된 전통시장을 문화체험 공간이자 일상의 관광지로 활성화하기 위해 건축·문화기획·공공디자인·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컨설팅단이 구성돼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스토리텔링 방식의 문화마케팅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구의 ‘방천시장’도 이런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진행된 시장중 하나이다. 김광석이 울려퍼지고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있는 ‘방천시장’으로 지금 떠나보자●


방천시장 가는길

경북대학교 북문건너에서 305번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만 가면 방천시장에 도착한다. 방천시장이라고 쓰여 있는 커다란 초록색 문으로 들어가면 기대했던 것과는 약간 다른 회색빛 풍경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 아련한 노랫소리와 함께 이야기가 있는 벽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을 보면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김광석 거리와 수다방

약 350m에 달하는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이하 김광석 거리)은 김광석의 모습들과 노랫말, 예쁜 벽화들로 가득 차 있어 눈을 떼기 힘들다. 김광석 거리는 2009년에 예술가들이 시장의 빈 점포에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방천시장을 꾸미고, <별의별 시장> 으로 전통시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데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방천시장 뿐만 아니라 대구의 명물이 돼서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간다.

김광석 거리를 걷다 지치면 속닥속닥 수다방에 한번 들러 보는 것도 좋다. 속닥속닥 수다방은 김광석 거리의 중간쯤 되는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아무런 부담 없이 들어가면 3~4평 남짓한 크기에 앉을 공간과 마실 것 등이 준비돼 있다. 김광석 거리 말고도 방천시장 곳곳에서 예술가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골목 한 켠에 쌓여 있는 사과상자 마저 아름다운 동네다.


다른 곳엔 없지 이런 가게

푸른 문을 활짝 열고 즐비한 잡동사니들을 자랑하는 듯한, 특이한 바비큐가게 ‘피크닉’은 전형적인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일종의 테스트 공간인 ‘프로토 타입’ 가게이다. 시내처럼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업주가 실내 장식도 마음대로 꾸미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실험해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가게를 정돈하고 있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어딘가 따라 할 수 없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런 특색 있는 가게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방천시장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카페 ‘Autumn’은 미모의 한 작가가 작업실 겸 카페로 운영하는 곳이다. 내부에는 갤러리처럼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방천시장에는 이런 곳이 많다. 영업을 목적으로 한 카페나 상점보다는 작업하면서 겸사겸사 작품이나 커피 등을 파는 곳이 많은 것이다. 이런 곳에 들러서 조용히 책 한 권 읽다 가거나 가게 주인과 한마디 나누어 보면 좋지 않을까?




채소가게에는 무슨 일이?

방천시장에는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이 있다. 바로 대구지역 전방위독립문화예술단체 ‘인디053’에서 방천시장을 소재로 만든 앨범이다. 대구의 여러 인디가수들이 참여한 이 앨범의 제목은 <시장이 시작이다> 인데, 그 중 6번째 트랙에는 채소가게 아가씨라는 노래가 있다.


작은 채소가게에 수줍던 아가씨

주인 아저씨 보면 숨이 턱턱 막혀

피망 사이로 몰래 키워왔던 마음

그저 바라만 봐도 좋더래요

작은 버섯들 사이로 몰래 그댈 훔쳐봐

예쁜 파슬리 사이로 내 마음 발견해줘

-채소가게 아가씨- 초콜릿 팩토리


이 노래는 실제 방천시장에서 채소가게 주인과 점원으로 만나 결혼에 성공한 일을 소재로 삼았다. 주제가를 가지고 있는 시장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한편, ‘어서 와요’라는 노래는 방천시장으로 놀러 오라는 가사의 노래인데 특이하게 주민이 직접 녹음에 참여해 시장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시장이 시작이다> 앨범에 담긴 수록곡은 전체를 멜론에서 들을 수 있다.


시장에 울려퍼지는 우쿨렐레 소리

골목을 따라가 보니 기타가 보이는 한 작가의 스튜디오가 보였다. 문을 열어 들어가 보니 우쿨렐레를 강습해주고 계신 구근재 씨가 있었다. 스튜디오는 사용되지 않던 곳을 리모델링해 우쿨렐레 강습소와 카페로 활용되고 있었다. 구 씨는 “우쿨렐레뿐만 아니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술작가들에게 대관도 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서 전시하기도 한다”고 말하면서 “방천시장에는 우리처럼 다양한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위층도 구경하고가라”는 구 씨의 말에 가파른 계단과 어두운 조명을 지나 나온 곳은 기타 강습이 진행되는 오즈스튜디오였다. 이곳의 아티스트 권형진 씨는 “그림,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철학적인 토론을 진행하기도 하는 곳”이라고 이곳을 설명했다. 작은 공간에서 울리는 기타 소리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시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실망감과 달리 구석구석 살펴볼수록 하루가 부족할 정도였다. 문정성시 프로젝트 이후 전통시장의 활성화 효과가 없었다는 의견과는 다르게 방천시장은 많은 사람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까지 둘러보고 나니 이곳이 시장인지 예술거리인지 헷갈릴 정도 였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방천시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방천시장’ 이라는 것. 4월, 봄바람 휘날리며 예술과 시장이 공존하는 방천시장으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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