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미 추구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

로키산맥 해발 3,000미터 높이에 수목 한계선인 지대가 있습니다.

이 지대의 나무들은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곧게 자라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한 채 있어야 합니다.

이 나무들은 열악한 조건이지만 생존을 위해

무서운 인내를 발휘하며 지냅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가장 공명이 잘 되는 명품 바이올린은

바로 이 ‘무릎을 꿇고 있는 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영혼을 갖고 인생의 절묘한 선율을 내는 사람은

아무런 고난 없이 좋은 조건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

온갖 역경과 아픔을 겪어 온 사람입니다.
-『지혜로 여는 아침』중에서-

가끔씩 힘차게 달려가다가도 급정거를 할 때가 있다. 건강에 적신호가 왔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갑작스런 이별을 하게 됐을 때, 예상치 못했던 실패나 좌절을 경험했을 때, 그리고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고 나 자신이 완전히 소진되어 버린 듯한 느낌 등등...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다. 평소엔 우리 곁에 있는 줄도 모르다가 이렇게 급정거하고 난 뒤에 보는 세상은 뭔가 의미 있는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곤 한다. 혹시 우리 대부분이 이런 급정거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먼저 생각하지는 않을까?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생존경험을 오히려 성장과 성숙경험으로 승화시켜 의미치료라는 실존치료 방식을 창안한 빅터 프랭클에 의하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는 의미 추구 욕구라고 한다. 그는 우리가 삶에서 이와 같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방식은 다음의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첫째,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의미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창조적 가치라 하는데,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이 축구를 할 때 완전히 몰입해 그 순간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거나,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타게 됐을 때 자신의 존재감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것 등이 바로 이러한 예에 해당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의미추구를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는 경험을 통한 의미의 추구로, 이를 경험적 가치라 한다. 이것은 반드시 창조적 가치에서처럼 자신이 어떤 일을 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절정감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어떤 일을 직접 행하지 않고 단지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예술과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감동,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전율 등이 바로 그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바라볼 때 무조건적으로 느껴지는 환희와 충족감,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며 소름 돋는 감동을 느껴본 기억들과 같이 이러한 경험적 가치 또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다.

세 번째 가치는 바로 삶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련에 의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을 태도적 가치라고 하는데, 프랭클은 이러한 태도적 가치야말로 인간이 가장 인간적일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하였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하여 창조도, 경험도 하기 힘든 경우라 할지라도 우리는 태도적 가치를 통하여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극도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운명을 어떻게 맞이하느냐 하는 태도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 진단과 함께 시한부 삶을 통보받은 환자가 태도적 가치를 통해 남은 시간을 지나온 삶을 통합하고 보다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삶의 운명 자체를 통제할 순 없다 할지라도 그 운명에 대한 선택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엄청난 재난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의 95%는 그러한 경험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부정적 결과가 아닌 인격적 성숙과 성장경험으로 끌고 간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참으로 많은 의미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인생에서 NO는 거꾸로 보면 ON이라는 진행의 의미가 숨겨져 있음을 우리 모두 잊지 않았으면 한다.

2. 화합으로 가는 길 ‘공감적 이해’

이처럼 삶의 시련들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것들이다.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커다란 고통과 절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이러한 시련들을 의연히 맞이하기 위해 이제 내가 나 자신과 화해하고 화합하기 위한 치유의 길, 즉 상담과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상담이란 전문적 훈련을 받은 상담자와 심리적 어려움 때문에 타고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내담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과정을 의미한다. 상담에서는 이처럼 상호작용이라는 관계적 요소가 전문적 요소만큼이나 중요하므로, 우선 상담관계에서 중요한 상담자의 태도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새의 노래 소리는

이미 새의 몸 안에서 노래 불렀고

사과나무는 꽃을 피우기 전에

이미 사과를 품고 있었고

연꽃은 물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연꽃으로 있었듯이

우리가 찾고 있는 것도

이미 자기 안에 갖추어져 있지 않을까요?
-『이미 갖추고 있기에』중에서-

위의 문윤정 님의 글처럼 로저스는 우리들 모두의 내면에는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와 잠재력이 존재한다고 여겼는데, 이러한 선한 의지와 동기를 끌어낼 수 있는 상담자의 태도가 바로 진실성, 공감 그리고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라고 하였다.
진실성이란 상담자가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담자의 태도를 통해 내담자는 자신의 가치를 느끼게 되고, 상담관계는 강화되고, 상담 과정은 좀 더 효과적으로 될 수 있는 것이다.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곡하거나 자신의 문제로 인해 상황을 부인하게 되면 이러한 진실성은 나타나기 어렵다.
공감적 이해란 상담자가 내담자가 경험하는 방식으로 내담자의 세계를 경험하고 내담자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손을 잡고 여행을 하면서 그가 말하는 모든 것에 귀 기울이며 함께 거닐면서 바로 그의 곁에 있어준다. 이러한 환경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숨겨진 비밀이나 깊숙이 간직한 감정, 자신에게 매우 끔찍한 기억이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은 개인적인 것들을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이란 내담자를 판단하지 않고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며, 내담자가 한 인간으로서 갖는 약점과 긍정적 측면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내담자의 가치를 상담자가 동의하고 수용하는 것이나 잘못된 행위조차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란 상담자가 내담자를 있는 그대로, 한 사람의 가치 있는 인간으로 수용함으로써 내담자의 행동을 판단하지 않고 상담자의 가치를 내담자에게 전가시키지 않음으로써 내담자가 개인적 자각의 증진과 함께 계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될 때 내담자는 자기 신뢰와 존중을 획득하게 된다.

3. 상담의 진행 단계
일반적으로 상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와 만나 상담 목표를 세워 구체적인 개입을 하기 시작할 때까지를 초기 단계라 한다. 이 단계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와 관계 형성, 내담자의 문제이해 및 평가, 상담 구조화, 상담목표 수립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진실성, 공감적 이해 및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을 통해 따뜻한 신뢰관계를 형성해야만 하며, 문제의 정확한 이해와 평가를 위해 심리평가를 시행하기도 한다. 또한 내담자의 문제를 다각도에서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제공자(예컨대, 부모나 형제, 교사 등)와의 면담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상담의 중기 단계는 초기 단계에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설정한 상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시기로, 내담자는 현재 문제와 관련된 자신의 부적응적 사고, 감정, 생활 패턴을 자각한다. 또한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해결하지 못할 부분에 대해 판단하고, 상담자의 도움을 받아 변화를 위한 실천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상담자는 상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상담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계획을 내담자와 함께 수립하고 내담자에게 실천하게 하며 마지막으로 그것을 평가한다. 이 때 사용하는 주된 상담기법은 심층적 공감, 감정의 반영, 재진술, 자기 개방, 피드백, 직면 및 해석 등이 있다. 이러한 기법들은 내담자와의 관계 속에서 적재적소에 치료적으로 시행되어야만 효과적인 문제해결이 이루어질 수 있다. 중기 단계에서는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에 자각하게 될 때 이로 인한 불안과 실행과정에서의 저항 등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종결 단계는 상담목표가 도달되는 시점으로, 상담자는 여러 가지 종결에 대한 징후가 나타나면 종결을 치밀하게 계획하여 진행해 나간다. 이 단계의 과제는 종결 시 이별의 감정 다루기, 상담 성과에 대한 평가와 문제 해결력 다지기, 추수상담에 관해 논의하기 등이다.
최근 들어 상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상담의 필요성을 보다 인식해 가고 있고, 이에 따라 상담을 받고자 희망하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상담이란 심각한 정신병리적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비밀스럽고 마법과 같은 방법 혹은 무시무시한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아니다. 결국 상담이란 내 자신 속에 존재하는 지혜와 의미추구의 본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인 것이다.


장문선 교수(사회대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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