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의 나이에도 스키 선수로 활약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교수가 있다. 바로 본교 권용정 교수(농생대 응용생명). 정식 체전에 참가한 지 5년째인 권 교수는 대구에선 1등, 전국체전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등 젊은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달 18일에 개최된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선 스키 알파인 남자 일반부로 출전해 회전과 슈퍼대회전에서 5위를 기록했다. 어느덧 41년차인 스키어 권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어떻게 스키를 시작하셨나요?A. 스키를 처음 접한 건 72년도였습니다. 본교 1학년 학생이었죠. 그 때는 군대 중에 스키부대라는 게 있었어요. 산악부라서 설악산에 갔다가 처음으로 스키 타는 걸 보고 관심을 가졌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장비를 사들이고, 겨울이 되면 대관령에 가서 스키를 탔어요. 당시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김진록 씨 가족에게 스키를 배웠습니다. 그 이후로 공부할 때 잠깐 쉬었던 것 빼고는 꾸준히 타고 있어요. 눈이 오지 않을 때에는 스키를 탈 때와 비슷한 근육을 쓰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면서 체력을 단련합니다.

Q. 오랫동안 스키를 타셨는데, 기억나는 에피소드 하나 말씀해 주세요. A. 2000년 초에 무주리조트 해발 1400m정도에서 스키를 타다가 우연히 겨울 곤충을 발견했어요. 그 전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곤충이었죠. 변온동물인 겨울 곤충은 아무리 추워도 체액이 얼지 않아요. 체내의 ‘생체부동액’이라는 특수한 성분 덕분이죠. 겨울 곤충의 생체부동액을 연구하면 보온도구를 쓰지 않고 스스로 동상을 예방하는 것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곤충에 ‘눈각다귀’라는 이름을 붙였고, 현재 3종류를 더 찾았습니다. 곧 국내 저널에 소개할 예정이에요.

Q. 본교 학생들에게 스키를 추천해주세요.A. 우선 건강해집니다. 제 신체나이는 20대나 다름없어요. 스키 덕분에 감기도 걸리지 않고, 골다공증도 없습니다. 덕분에 수많은 부상을 입고도 버틸 수 있죠. 솔직히 제 나이쯤 되면 배도 나오는데, 스키를 타기 위해 술·담배를 하지 않고 운동을 꾸준히 하니 배도 나오지 않아요. 스키를 타고 활강할 때 평균 70~80km/s의 속도가 나오는데 그 때의 해방감과 짜릿함은 정말 좋아요. 높은 산에서 타기 때문에 호연지기도 기를 수 있습니다. 대회에 나가기 전 출발선에 섰을 때 순간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분출하는데, 그 묘미가 스키를 그만둘 수 없게 합니다. 그런 긴장은 정신건강에도 좋죠. 또한 해외 전지훈련을 가면 보통 영어와 독일어로 교육 받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스키는 마라톤처럼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1000분의 1초로 승부가 갈라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죠. 본교 학생 여러분, 공부하는 스키어가 되세요. 스키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지세요.

▲권용정 교수(농생대 응용생명)의 모습

사진: 권용정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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