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과 녹색성장을 목표로 4대강 사업을 실시했다. 사업에는 총 22조여 원이 들었으며, 강바닥을 파내고 총 16개의 보를 설치했다. 사업이 완료된 지 1년. 영남의 젖줄이라 불리는 낙동강에는 어떤 변화와 생겼을까?본지는 지난달 6일 ‘대구환경운동연합’과 SBS의 ‘물은 생명이다’팀, 그리고 생태사진가 박용훈 씨와 함께 구미 해평습지부터 낙동강 최상류 지류인 내성천과 회룡포를 지난 2월 15일에 방문해 본지 1450호와 1469호에 이어 낙동강의 상황을 또다시 살펴봤다●

죽어버린 해평습지 생태계  “여긴 원래부터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지난 2월 15일 오전 8시, 철새가 거의 보이지 않는 해평습지에 도착하자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전국장의 해평습지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다. 정 국장은 얼음 위에 쉬고 있는 철새들을 가리키며 “강은 계속해서 흐르기 때문에 어는 경우가 없었지만, 댐이 완성되고 담수를 시작한 작년 12월 초순쯤부터 유속이 느려져 강이 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국장은 “강이 얼고 강바닥을 파내 수초가 사라져 철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기 어려워졌다”며 “이제는 철새뿐만 아니라 근처에 사는 고니와 같은 야생동물들이 식수와 먹이를 찾지 못해 아사 직전이다”고 말했다. 또 정 국장은 해평습지의 옛 사진을 보여주며 “철새로 가득 찼던 모래톱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며 “전 세계에 8천 마리 밖에 남지 않은 천연기념물 ‘흑두루미’의 절반이 매년 왔었지만 이젠 모래톱이 사라져 더 이상 이곳을 중간 기착지로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변해버린 강으로 인해서 생태계가 달라진 것이다.

강의 재자연화. 공사는 도루묵?구미보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눈에 띈 것은 구미보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형성된 모래톱이었다. “해평습지의 경우 4대강 공사로 강바닥의 모래톱이 전부 사라졌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 국장은 “강은 스스로 재자연화 되는 능력이 있다”며 “스스로의 힘에 의해 침식이 이뤄져 모래톱이 형성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 국장은 “결국 이곳은 재공사를 하는 등의 추가비용이 계속해서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인간이 인위적으로 강을 조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영주다목적댐,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영주다목적댐의 시공현장에 도착하자 커다란 건설장비가 산을 깎아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특히 댐 공사현장 하류는 이전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고운 모래들은 사라지고 거친 흙과 자갈이 드러나고 있었다. 생태사진가 박용훈 씨는 “공익사업은 사업으로 인한 편익이 희생되는 가치보다 클 때 하는 것”이라며 “강물을 내려 보내기 위해 강을 파는 것이 내성천의 원래 가치보다 큰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단순히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 1조 원을 써가며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강을 훼손하고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고 했다. 영주다목적댐 건설로 금강마을 등 일부 지역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지역 전체가 수몰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주에 거주하는 박윤선(보건복지 12) 씨는 “당장 보상을 받은 현재는 괜찮을지 몰라도 댐으로 인한 안개 때문에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영주시 농민들은 작물 생장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강물과 금빛 모래, 아직은 건재한 회룡포마지막으로 본지에서 2년 전에도 방문했던 회룡포에 다시 들렀다. 다행히 당시 봤던 회룡포의 장관은 아직 남아있었다. 하지만 박용훈 씨는 “2~3년 전 이곳 주민들이 4대강 사업이 우리랑은 상관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모래가 빠지고 있다”며 “그 이유 중 첫째는 낙동강 준설로 생긴 깊이 차이를 유지하려고 모래가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이고, 둘째는 회룡포 위에 영주다목적댐을 준공해 모래가 아래로 빠져나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즉, 위에서는 모래가 공급이 안 되고 아래에서는 모래가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강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길은?몇 년간 낙동강은 급속하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정 국장은 “흐르는 강, 살아있는 강을 통해 야생동물도, 국민들도 자연 속에서 치유 받을 수 있다”며 “4대강은 귀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석우 하천조사팀장은 “4대강을 복원하기 위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빨리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손댄 강과 자연 그대로의 강 중 어느 강이 인간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4대강 사업, 어디서부터 잘못됐는가?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을 맡고 있는 노진철 교수(사회대 사회)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시작부터 잘못된 사업이다”며 “500억 원 이상의 국책사업을 진행할 시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시행해야하는데 그 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법원에서도 국가재정법위반을 인정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사업이 불법으로 판결났음에도 시공이 계속 진행된 이유를 묻자 노 교수는 “당시 사업이 90% 이상 진행된 상황이라 큰 매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됐으며 이 때문에 부실공사가 진행됐고 사상자들 또한 많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노 교수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이 진행됐지만 서민들의 경제위기는 극복하지 못했다”며 “사업비는 전부 대형건설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이 수주 받았기 때문에 빈부 격차는 더 심해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4대강 공사가 시작되기 전 많은 철새들의 도래지였던 해평습지의 모습

▲모래톱이 대부분 사라져 철새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된 현재 해평습지의 모습

▲침식으로 자갈만 남은 구미보 부근의 모습

▲영주댐 공사현장 하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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