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은행이 기증해 호미곶의 명물이 된 ‘상생의 손’에는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빈다

사진: 옥동진 기자/odj12@knu.ac.kr

구룡포와 호미곶, 물회를 품은 포항은 오늘날 국제교류와 해양문화의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구룡포의 근대문화역사거리도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포항시내에서 10분 간격으로 다니는 200번 버스를 타면 40분 뒤 구룡포에 도착한다. 그리고 구룡포6리 정류장 길 건너편에 보이는 것이 바로 근대문화역사거리 입구이다.

지난해 12월, 국토해양부 주관 제2회 대한민국 경관대상 최우수상 수상을 기념하는 깃발들이 입구에서부터 관광객을 반긴다. 근대문화역사거리는 100여 년 전 황금어장이었던 구룡포에 만선(滿船)의 꿈을 품고 온 일본인들이 모여들어 형성된 거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 가옥들과 한국식 건물들이 공존하며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거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탁 트인 구룡포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또 계단에서 내려와 왼편 거리를 5분여간 걸어가면 현재 근대문화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당시 큰 성공을 이루었던 ‘하시모토’ 가족의 2층집을 볼 수 있다. 신라 진흥왕 때 용 열 마리가 하늘로 승천하다가 한 마리가 앞바다에 떨어지고, 아홉 마리만 승천했다고 하는 구룡포의 전설 또한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가옥 내부에 있으면 후쿠오카의 시골 마을인 야나가와가 연상될 정도로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근대문화역사관을 천천히 둘러보고 나와 입구방향으로 거리를 걸으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감미로운 음악에 괜히 감상에 젖게 된다. 근대문화역사관 반대편에 있는 거리는 꽤나 길어서 천천히 둘러보기에 좋다. 이 거리는 1992년 국민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촬영지였다고도 한다. 거리 곳곳의 건물에는 조그마한 안내판이 붙어있다. 과거 일본인들이 살았던 당시 그 건물이 어떻게 쓰였는지 간략하게 설명이 돼있어 이를 읽으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리를 걷다보면 눈에 띄는 가게가 하나 보이는데, 바로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후루사또야’ 라는 찻집이다. 근 80년이 넘은 찻집의 건물은 전형적인 일본 가옥의 형태를 보여준다. 찻집이지만 간단한 요깃거리도 함께 판매하는 이곳은 약밥이나 단팥죽을 주문하면 녹차의 일종인 일본 호지차 한 잔도 함께 맛볼 수 있다. 거리가 형성되기 전부터 이곳에서 찻집을 운영했다는 주인은 “손님 열 명 중 한 명이 일본인일 정도로 일본인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일본식 찻집이지만 한복을 입고 오는 손님에게는 모든 메뉴를 반값으로 깎아준다고도 한다.

다음 목적지인 호미곶은 한반도 호랑이의 꼬리라고 불리는 곳으로, 새천년기념관과 등대박물관이 둘러볼 만하다. 단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가는 버스의 배차간격이 길게는 1시간 30분까지 벌어지므로 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한다. 새천년기념관은 포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관이다. 1층에는 과거 포항의 모습들이 흑백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는데, 4~50대 관광객들이 향수에 젖기도 한다. 이어서 옥상전망대에 올라가면 호미곶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호미곶의 명물이 된 상생의 손도 이곳에 있다. 새천년기념관에서 약 5분여를 걸으면 등대박물관에 갈 수 있다.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인 만큼 국내를 비롯해 세계의 등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호미곶에서 죽도시장으로 돌아오면 어느덧 어둠이 내려온다. 동해안 최대의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의 횟집거리는 호객행위가 심한 편이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새콤달콤 고소한 물회에서 느껴지는 동해 바다의 싱싱함은 대구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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