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교 등록금 인하율은 0.5%이다. 평균 등록금이 약 180만원인 인문대를 기준으로 본다면 9천원 정도 인하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매체들은 반값등록금 보다는 확대된 국가장학금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반값등록금의 대안으로 제시된 국가장학금의 혜택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지급되지 않고 있다. 우리주변에서 국가장학금 혜택에서 소외된 학생들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본지에서는 그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1. 사범대에 재학 중인 A군의 방학은 바쁘다. 국가장학금에 매년 탈락한 A군은 경찰공무원인 아버지의 월급만으로는 등록금 내기에 벅차다는 것을 알기에 방학 때 공장에 나가 일을 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A군의 아버지는 A군에게 임용고시를 본 뒤에 군대에 가라고 말씀하셨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동생이 대학생이 되면 두 형제의 등록금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군대를 다녀온 뒤 임용고시를 보려고 했던 A군은 난감하다. 마음 같아선 그냥 군대를 가고 싶지만 동생 역시 장학금을 받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

#2. 올해로 26살이 되는 공대생 B군은 시간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수강신청한 과목이 모두 재이수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제대 후 빡빡한 전공 커리큘럼에 맞춰 수업을 듣다보니 수업 내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다수의 과목에서 재이수를 받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전 국가장학금 결과 발표날, 기대에 부풀었으나 탈락이라는 결과를 확인한 B군은 절망했다. B군은 올해로 9학기째다. 하지만 국가장학금은 8학기를 넘으면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재이수 때문에 학교를 다니는 것도 서러운데, 등록금까지 고스란히 낼 생각을 하니 B군은 막막해졌다.

#3. 인문대에 재학 중인 C양의 부모님은 작은 치킨집을 하신다. 하지만 수입이 넉넉지 않아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C양은 수업이 끝나면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마감타임에 하는 고된 서빙 아르바이트에 너무 피곤했던 C양은 몰려오는 고단함에 수업시간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시험을 망친 C양은 F학점을 포함해 C,D 학점 투성이의 성적표를 받았다. 평균 B학점인 국가장학금의 성적기준을 맞추지 못한 C양은 장학금 선정에서 탈락했다. 매일매일 밤늦게까지 하는 아르바이트가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어려운 사정에 부모님께 등록금을 내달라고 말하기는 죄송스러워 고민이 많다. (위는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국가장학금의 그림자A군은 자신이 직접 공장에 가서 돈을 벌어 와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장학금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무원의 자녀를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봉급과 세금 내역이 명확하게 공개되는 공무원의 경우 장학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흔하다. 한편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신고 과정에서 공무원보다는 비교적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소득분위 계산에 오류가 발생한다. 이러한 법의 맹점 때문에 정작 받아야 할 학생은 장학금을 못 받는 문제가 발생한다.

B군은 8학기를 초과해 재학했기 때문에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이는 예산의 부족으로 인한 한계이다.  한국대학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국가장학금의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도, 8학기를 초과한 학생들에게까지 확대한다면 지급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2년제 대학은 4학기, 4년제 대학의 경우 8학기까지로 장학금 수혜에 제한을 두고 있다. 불가피하게 9학기 이상 학교를 다녀야하는 학생들이 많은 최근 경향을 고려했을 때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C양은 평균 B학점, 즉 100점 만점에 80점이라는 성적기준을 맞추지 못해 장학금을 받지 못한 경우이다. 이는 탈락 이유 중 91.9%로 가장 많은 수의 학생들이 공감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저소득층 자녀들은 생활비나 등록금을 벌기 위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학업까지 챙기기 어려워 성적제한을 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게 생기는 것이다. 성적제한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전 성적기준을 낮추겠다는 말을 했지만 올해도 아직 성적기준은 개선되지 않았다.

올해의 국가장학금은?국가장학금은 대학등록금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2012년 등장한 장학금 제도이다. 재작년인 2011년 많은 대학생들이 길거리에 나와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시위를 했고 정치권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년제 국공립대학교는 전년대비 평균 5.5%, 사립대는 4%정도의 등록금을 인하했으며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되어 선발기준에 맞는 학생에 한해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올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국가장학금을 받는 대학생이 기존 7분위에서 8분위까지로 대폭 확대되었다. 또한 지원금액도 늘어나 지난해 1조 7500억 원이던 지급규모가 올해는 2조 7750억 원으로 약 1.6배 늘었다. 장학금 신청자 중 소득(8분위 이하) 및 성적기준(80점 이상)을 충족하는 학생은 등록금 범위 내에서 국가장학금 Ⅰ유형뿐만 아니라, 대학의 자체노력과 연계하여 지원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및 대학의 교내외 장학금 등을 함께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등록금 인하와 국가장학금 사이의 관계국가장학금은 소득수준에 따라 정부가 직접 정해진 금액을 지원하는 Ⅰ유형과 대학자체노력을 연계하여 지원하는 Ⅱ유형으로 나뉘어진다. 국가장학금 Ⅱ유형 참여는 대학이 등록금 인하 또는 동결, 장학금 추가확충을 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러한 기본 바탕 아래 지난 해의 경우, 등록금 인하 규모를 장학금 확충 규모보다 3배 더 인정해 이점을 줬다. 여기에 반값등록금 논란에 따른 정치권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평균 인하율은 4.5%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등록금을 인하하기 어렵다는 대학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등록금 인하 규모와 장학금 확충 규모를 같은 규모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임 연구원은 “지원금 규모를 산정하는 수식에서 지난해에 있던 1/3이라는 기준이 하나 없어진 것 뿐이지만 이 기준이 바뀜으로써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할 유인이 적어졌다”며 “올해 등록금을 인하할 경우 내년 등록금 산정 기준이 올해 등록금이 되므로 등록금 인하는 대학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등록금을 줄이고 장학금을 늘리라는 것이 대학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가장학금 대안은?국가장학금은 본래 반값등록금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성적제한 ▲행정력 부족 ▲지급범위의 모호성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아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유기홍 의원(민주통합당)은 “한국장학재단의 연구용역에서 기초수급자의 54%가 성적기준 B학점 미달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서도 제도를 시행했다”며 “진짜로 필요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국가장학금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성적기준을 낮추면 수혜학생이 늘어나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해져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 장학금 지원을 전담하는 ‘장학사정관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국가장학금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행정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며 “장학 담당자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대부분의 학교에는 장학 담당자가 1명뿐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임 연구원은 “국가장학금 자체가 개선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재정지원 확대를 통해서 등록금 고지서에 등록금을 반으로 깎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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