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동 주변 동산에 산수유와 매화 꽃봉오리가 살찌고 있다. 봄이 가까웠다는 신호다. 그와 더불어 경북대학교에도 13학번 새내기들이 들어왔다. 이제 갓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모르겠다. 아직 솜털이 뽀송뽀송하고 어린 티가 역력한 청춘이 대거 밀려들어온 것이다. 앞으로 닥칠 거칠고 흉흉한 세파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어린 후학들에게 이 글이 작지만 의미 있는 지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대학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지난 12년의 형설지공(螢雪之功) 결과로 얻은 공훈이 대학 입학이었으니 그럴 법하기도 하겠다. 하지만 어디 세상일이 만만한가?! 스무 살 청년시인 동주가 일갈(一喝)한 것처럼 시작은 끝이고, 끝은 시작이기 때문이다. 서강 벌에서 전차를 타고 동대문까지 왔다 갔다 하기를 되풀이하면서 동주는 “시(始)는 종(終)이요, 종은 시다!”는 깨달음에 도달했던 것이다.

새내기 여러분은 고등학교의 끝에서 대학의 시작으로 진입했을 뿐이다. 여기서 시작은 또 다른 끝을 향한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나친 흥분과 방종, 과음과 태만은 여러분 인생의 소중한 출발에 먹구름을 드리우기 십상이다. 오히려 차분하고 여유 있게 여러분이 걸어온 길을 반추(反芻)하기 바란다. 부족한 점과 넘쳐났던 것, 잘한 것과 못한 것, 행복했던 시간과 괴로웠던 순간을 찬찬히 살피면서 정진했으면 한다.

대학은 여러분 부모님이나 언론사 기자들과 선생님들이 말한 것처럼 ‘직장인 양성소’가 결코 아니다. 크고 너른 학문을 배우고, 전혀 새로운 사람들과 대면하고 알아가면서 세상과 인간과 역사를 익히는 커다란 집이 대학이다. 자유와 자율이라는 두 개의 바퀴에 의지하면서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수레가 대학이다. 대학은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보편적인 학문과 인식의 너른 마당이다.

21세기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양상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최고의 공간이자 도량이 대학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여러분 개인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 나아가 국가와 동아시아, 세계 전반을 통찰하는 역사 인식과 폭넓은 지식 함양이 필수적이다. 신속하게 변화하는 지구촌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자 도구로 대학과 지식을 활용하기 바란다. 오지 않은 날들에 지나치게 함몰되지 말 것이며, 영원히 사라진 과거에 연연해 하지도 말 일이다. 지금과 여기에 최대한 투신하되, 역사를 관통하는 밝은 눈을 가질 일이다.

그것을 얻기 위한 최적의 방안은 깊이 있고 다채로운 독서와 사유, 기록과 대화일 것이다. 한 달에 최소 한 권 정도의 유의미한 독서를 하기 바란다. 그것에 의지하여 깊이 생각하고, 좋은 글을 썼으면 한다. 독서와 사유, 글쓰기에 기초한 토론과 대화가 여러분을 살찌우기 바란다. 그리하여 조만간 닥쳐올 거친 세상살이의 든든한 바탕을 새내기 시절부터 준비했으면 한다. 여러분의 앞날에 커다란 행운과 신의 따뜻한 가호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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