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기입학생(1~2월생)의 고충민원이 매년 1~3월에 반복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의 주요 내용은 아르바이트 시 청소년보호법으로 인한 취직 제한에 대한 것과 주점 출입 제한에 따른 불편 등으로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빠른 년생은 교우관계에 있어 서로에 대한 호칭문제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런 빠른 년생, 뭐가 문제일까●
 
#1. 저는 빠른 92년생입니다. 저 같은 경우 신입생 때 선배들과 함께 간 술자리에서 거부를 당하는 바람에 혼자 멀리 떨어져서 음료수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또 호칭 같은 경우도 미안했던 적이 많아요. 생년월일로 따지면 한 주 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제가 선배가 되고 상대방이 후배가 될 때 굉장히 불편합니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똑같은 생활을 해온 친구들인데도 불구하고 주민등록상 성인이 안됐다는 이유로 이렇게 사회적으로 제약이 있다는 것은 제도적으로 모순인 것 같습니다.
-박진원(사범대 생물교육 10)씨

#2. 저는 재수를 한 빠른 93년생이에요. 생활관에 살면서 방 친구들이 다 93년생이었어요. 방 친구들에게 같은 93년생이니까 그냥 편하게 말 놓고 지내라고 했어요. 그러다가 제 방 친구가 제가 있는 동아리에 들어오게 됐어요. 그런데 거기에 제 92년생 친구가 있어서 제가 언니라고 불렸거든요. 근데 방 친구 중 한 명이 들어오게 되면서 호칭이 서로 꼬여버렸어요. 그때 정말 난감했죠. 정말 빠른 년생들은 애매해요. 이제까지 92년생들 사이에서 살면서 내가 92년생인 줄 알고 살았는데 갑자기 93년생으로 취급 받으니까 정체성에 혼란이 와요.
- 익명
 
빠른 년생은 1월과 2월에 태어난 사람으로 초등학교 진학할 때 출생연도보다 한 해 빠른 아이들과 함께 조기입학을 한 자를 말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월과 2월 출생자 비율은 약 18%정도이다. 하지만 이들은 법과 현실 사이에서 많은 고충을 겪는다.

1월과 2월 사이에 태어난 죄?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을 ‘만 19세 미만의 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년생은 대학을 진학하더라도 1년 동안은 청소년으로 취급받는다. 예를 들어 1994년 출생자의 경우에는 그 출생월일을 불문하고 2013년 01월 01일부터 청소년에서 벗어나지만 빠른 94년생의 경우 청소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2013년 12월 31일 자정이 지나야 한다. 이는 대학진학여부와 상관없이 적용되기 때문에 많은 빠른 년생인 대학생이 주점 출입,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관람에 있어 제약을 받는다. 빠른 년생인 김민영(과학대 자동차 12)씨는 “학과에 남학생이 많아 술자리가 잦은데 굉장히 불편했다”고 말했다.

빠른 년생, 널 어떻게 부를까?
본교생 1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빠른 년생 응답자 24명 중 13명(53.8%)과 빠른 년생을 친구로 둔 응답자 79명 중 27명(30%)이 상대방에 대한 호칭과 존댓말 여부에 대해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빠른 년생인 김미지(보건복지 11)씨는 “주민등록상의 나이로는 어리지만 한 학년 위일 때 상대방에 대한 호칭 문제로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덕호 교수(인문대 국어국문)는 “기수를 통해 서열을 정하는 군사문화가 전쟁과 군사독재시절을 거치면서 우리 생활에 스며들면서 기수나 나이에 따라 서열을 정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며 “오늘날처럼 나이에 따라 서열을 정하고 높임말을 강요하는 문화보다는 서로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서로 존댓말을 쓰는 것이 전통적인 우리 문화에 맞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와 음력의 합작품 빠른 년생
이런 빠른 년생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생기기 시작한 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유력한 설로는 첫 번째, 음력생일설이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달이 차고 기우는 모양 변화를 기준으로 날짜를 정한 책력 체계인 음력을 통해 날짜를 계산했다. 그러다가 을미사변 이후 양력이 들어왔고 고종 때인 1896년 1월 1일부터 정식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음력을 쓰는 것이 일종의 항일운동으로 여겨지면서 우리 민족은 해방 후에도 음력을 즐겨 썼다. 하지만 음력을 기준으로 생일을 계산한다면 대략적으로 후년 2월까지가 전년도로 포함된다. 이 때문에 빠른 년생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두 번째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의 조기입학제를 도입하면서 빠른 년생이 발생했다는 설이다. 일본은 4월 입학제로 4월 1일생부터 이듬해 3월 31일 사이에 출생한 아이들이 한 해의 입학대상이 된다. 이런 입학제도가 우리나라에 전해져 우리나라에서도 3월 입학제를 실시하게 됐고 그 전까지 태어난 아이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빠른 년생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사라지는 빠른 년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빠른 년생은 이미 사라졌다. 지난 2007년 초중등교육법의 개정으로 초등학교 취학기준일이 3월 1일에서 1월 1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조기 입학한 빠른 2001년생이 졸업하는 2020년이 되면 빠른 년생으로 인한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남아있는 빠른 년생 문제에 대해 김 교수는 “나도 빠른 년생인데, 어릴 땐 형, 동생 하던 친구들이 지금은 나이 구별없이 모두 어울려 지낸다”며 “굳이 빠른 년생이라고 위계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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