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이하 다큐 영화)는 허구가 아닌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현실을 허구적으로 해석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다큐 영화는 실제 사람과 공간뿐만 아니라 사건과 행동들에 관심을 둔다. 한국에서 다큐 영화는 1980년대 비디오 카메라의 보급으로 크게 부흥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의 다큐 영화는 단순한 문화적 성격보다는 민중, 노동운동으로서의 사회적 성격이 강했다. 이러한 특성은 관객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 상업 영화에 밀려 주춤했지만 다큐 영화는 2009년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를 시작으로 대중들의 영화 선택에서 비중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다큐 영화의 수는 이미 개봉한 6편에 곧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영화까지 모두 9편이다. 또한 독립영화의 흥행 기준이라 할 수 있는 1만 명을 넘은 영화가 무려 5편에 달해 다큐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깊은 관심을 반증하고 있다. 주제 또한 다양해졌다. 용산 참사를 주제로 하여 역대 다큐 영화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한 ‘두 개의 문’,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영찬과 척추장애를 가진 순호 씨의 아름다운 사랑을 담은 ‘달팽이의 별’과 암에 걸린 시한부 건축가의 마지막 작업 일지 ‘말하는 건축가’ 그리고 남극의 황제펭귄의 고군분투를 담은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까지 올해 다큐 영화는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가까이 다가온 다큐 영화
우리 지역에서도 다큐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열렸다. 본교 복현교지 주최로 지난달 21일부터 이틀간 열린 ‘왼손잡이 영화제’이다. 왼손잡이 영화제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을 조명하는 영화제다. 여기에서 본교의 비정규직에 대한 학생들의 시선과 현실을 담은 ‘일상에서 만나는 그들의 일상’, 감정 노동자로 불리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한 ‘이상한 나라의 서비스’ 등의 다큐 영화가 상영됐다. 이번 영화제를 관람한 김보금(인문대 철학 12) 씨는 “다큐 영화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서 친근감이 든다”며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비 감독이 말하는 내 이웃과 나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이야기, 그렇지만 반드시 보아야 할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장르가 있다.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다. 다큐멘터리 영화 <개청춘>, <송여사님의 작업일지>, <당신과 나의 전쟁> 등을 연출한 나비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해 이해의 깊이를 더해봤다●


Q.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계기가 뭔가요?
대학 졸업 후 한참 진로를 고민하던 때, ‘미드액트’라는 곳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수강했어요. 그곳에서 마음에 맞는 지민, 송경화 감독을 만나 현재의 ‘여성영상집단 반이다’를 결성했죠. 청년 세대의 불안이 사회적인 이슈였던 당시 이를 주제로 <개청춘>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면서 연출을 시작했어요. 

Q. 대본이 짜여진 일반 영화와 달리, 다큐멘터리 영화는 대본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나요?
다큐멘터리에서는 감독이 연출하거나 직접 사건에 개입하지 않아요. 때문에 간혹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감독의 의도에 맞춰 작업을 구성해요. 극영화처럼 완전히 감독이 자유롭게 상황을 구성할 수는 없겠지만, 촬영된 영상을 선택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Q. 요즘 정치색 짙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간단히 말하자면 정치에 문제가 많아지고 그에 대해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다큐멘터리는 민주화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요구가 한창일 때 발전했어요. 마음껏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현실에서 ‘영상’이 출구가 된 셈이죠. <MB의 추억>, <맥코리아> 같은 영화가 나온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정치적인 다큐멘터리들이 최근에 급증한 것은 아니에요. 한국다큐멘터리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상계동 올림픽>도 정치색을 띠었거든요. 이 영화는 올림픽의 성화 봉송 코스라는 이유만으로 자신들이 살던 동네가 없어지는 현실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억울하고 불합리한 현실을 말하고 싶은데 사회는 입을 막죠. 영상에서 이런 것을 다루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것 아닐까요. 

 

Q. 우리 사회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가 맡은 역할은 어떤 것인가요?
‘다큐멘터리 영화는 우리 주변의 현실을 너무 잘 보여줘서 꺼림칙하기도 하다’는 관객의 말을 들었어요. 이 말처럼 다큐멘터리는 힘들지만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장르 같아요. 얼마 전 저의 어머니가 퇴직금을 받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회사와 맞서 싸우는 내용의 <송여사님의 작업일지>를 연출했어요.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멀게만 느꼈던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처럼 다큐멘터리의 역할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좀 더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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