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9일,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한다. 현재 대선 관련으로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앞선 선거에서 야당의 무상복지(3+1)의 보편적 복지와 여당의 선별적 복지가 중요한 화두였다. 이에 대선을 앞두고 복지의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의 양상과 특징을 알아보고 이러한 정책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지 알아보자●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비정규직 확산, 빈부 격차와 빈곤, 실업 등이 증가하면서 월가 점령 시위로 대표되는 탈자본주의 운동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우리가 알던 자본주의의 종말이 오고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자살율과 빈부격차 확대, 질 낮은 일자리의 증가 등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민들의 삶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등이 대선을 맞아 가장 격렬한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부각되었다.

 

선별주의와 보편주의
한국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대표적인 선별주의 사회복지라 할 수 있다. 선별주의는 특수 집단에 한정하여 수급 자격을 부여하고 급여 수준은 최저수준을 유지하려한다. 급여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부양 의무자가 없고 소득과 재산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거나 근로 능력이 없어서 일할 수 없는 등 가난과 생활 곤란을 증명할 수 있는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 옹호자들은 급여가 필요한 사람에게 집중하여 제공되므로 비용 효율성이 높고 자원낭비가 적다고 한다. 실제로 사회보험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선별주의를 전제로 하는 운용이 많다. 예를 들면 장애연금은 중증 장애인이면서 일정 기준이하의 소득과 재산을 가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기초노령연금도 연령기준, 소득과 재산기준을 요구하며 각종 복지서비스도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이면서 부양의무자가 없는 경우에 우선적으로 제공된다. 따라서 가난하고 무능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급여가 제공되므로 이용자에게 스티그마(낙인)를 주게 되고 이것으로 대상자를 분류하는 기능이 강하므로 사회통합에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반면, 보편주의 사회복지는 시민권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에게 복지를 권리로서 제공하려는 입장이다. 따라서 강제적으로 가입하거나 모두에게 균등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면 모든 국민이 소득 수준에 따라 부담하고 급여나 서비스는 균등하게 받고 이용하는 것이다.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등이 해당되며 사회보험료를 국가에 일괄 납부하고 욕구별로 급부를 받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도 이에 해당될 것이다. 낙인감을 방지하고 정책 균일성을 유지할 수 있고 소득 재분배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모두에게 확대하기에 무리가 있고 무임승차와 같은 낭비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편주의’ 자체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선별과 보편은 항상 대립적 관계?
양자를 대립적으로 분류할 경우에 보편적 복지는 자산조사와 빈곤층의 근로 및 부양능력 조사 등을 조건으로 하는 선별적 복지에 반대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즉 스티그마 없이 모든 시민에게 포괄적으로 급여를 제공하는 정책이라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개인을 대상으로 하므로 시민들 간의 차별을 제도화하지 않으며 가난한 사람을 포함한 욕구가 있는 사람을 분리하지 않는다. 보편주의 복지정책을 이상적으로 극대화할 경우 ‘기본소득’이 가장 적합하다. 이러한 소득보장 구상은 모든 개인들에게 어떤 조건도 없이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최저소득을 제공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무조건적 복지 제도를 도입한 복지국가는 지금 당장 현실화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보편주의의 수정된 형태가 보다 현실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면서 스웨덴을 중심으로 한 노르딕 복지국가에서 보편주의는 국가가 시민의 기본적인 욕구를 결정하는 방식이 아닌 개인의 다양한 욕구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재편되었다. 따라서 대상자에 대한 보편적 포괄성은 유지되었지만 급여방식은 균등급여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성과를 반영하는 소득비례 급여로 전환되었다. 보편주의 내에서 노동시장의 지위에 따라 차별적인 대응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논의를 고려하면 보편주의는 선별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보편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사안에 따라 선별적으로 보완하는 전략적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선별주의를 허용하면서 보편주의를 축으로 욕구나 지위에 따라 모두에게 확대 적용해 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탐욕스런 생산주의, 환경 파괴적 생산양식을 바탕으로 임금인상·생활 향상을 통해 복지를 지탱해 온 전통적인 베버리지형 복지국가가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더 이상 근로를 할 수 없거나 자산이 최하에 있는 취약한 사람만을 복지 대상으로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생산하락과 일자리 소멸로 모두가 ‘바닥을 향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선별적 복지의 고수는 어느 정도 소득과 재산이 있고 근로 능력이 있는 일반 국민은 배제시키는 기능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복지는 ‘선별주의의 보편화’로서 차별적이며 배제적인 복지, 엄격한 수급요건과 부정수급을 방지하는 복지로 고착화되어 대다수 시민들과는 관계없는 일부 계층의 복지가 될 것이다. 부담하는 자와 수혜 받는 자는 분절되어 복지는 사회 분열의 주범으로 배척될 것이다. 따라서 ‘선별’복지 범위를 보다 확장하여 오늘날의 일자리 위기, 생산의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오히려 보다 차별 없이 모든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경계가 유연하고 자유로운 복지국가가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선별 조건
우리나라는 식민지 시대와 독재 시대를 거치며 비교적 늦게 출발한 후발 복지국가라 할 수 있다. 지구상의 그 어떤 국가보다 빠르게 복지국가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형식적인 완결성과 달리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등에서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복지 서비스 역시 저소득 계층에게만 집중된 형태로 제공됨으로써 일반 국민들은 만족스럽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를 위한 부담이 개인의 생활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필수재로서 다가와야 하는데 일부 한계계층만 복지의 고객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복지와 국민이 분리된 한계 상황이 보편복지 요구를 분출시키는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다가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복지는 승패를 좌우하는 최대의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유력 대선후보 2인 모두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복지 등을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의 경우 연령별 조건을 전제로 무상보육, 고등학교 의무교육, 노인 근로장려세제 도입,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후보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와 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3+1로 불리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다. 양 후보 모두 보편복지 확대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별적 조건을 강조하는 정도에 있어서 이념적 차이가 있다고 느껴진다. 보편복지를 위한 재원으로는 새누리당의 경우 정부지출 구조조정과 세입 증대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며, 민주통합당의 경우 대기업 법인세율 인상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부자증세 도입을 주장한다. 분명한 것은 모두가 부담하고 모두가 누리는 보편복지를 위해서는 ‘더 많은 부담’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복지를 위한 부담 증가는 ‘악’이 아니고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생활에서 자유를 더 크게 누리기 위한 비용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튼실한 복지는 경제민주화의 토대이며 혁신적 미래의 토대라 할 수 있다. 특히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오늘날 이 땅의 청년들은 삶의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선택하며 함께 하는 세상,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서도 보편복지 확대를 적극 주장해야 할 것이다.
                                                                         글: 이명현 교수(보건복지학부 사회복지전공)

복지는 시대의 부응을 담아

복지정책은 정책이 제정된 당시의 시대상과 국민의 요구를 담는 것이 기본적이다. 국내·외의 정세나 경제적 여건, 국민의식의 변화에 따라 복지정책은 점차적으로 다양해지고 대상자들이 더욱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모해 왔다. 현재의 복지정책이 나오기까지에는 과거의 여러 복지정책이 모태가 되고 여러 정책에 변화하는 국민성과 시대적 상황이 결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복지 요구가 직접적으로 표출되지 않았던 1950~1970년대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유신정권까지 제정된 사회복지법들은 입법은 됐지만 시행할 만한 여건은 갖추지 못했다. 정책 입안자나 국민들이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지에 대한 요구는 국민들 사이에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일제의 침략과 한국전쟁을 거친 당시에 국민들이 보아 왔던 모습은 모두가 똑같이 빈곤했던 모습들 뿐이었다. 때문에 궁핍했던 당시의 상황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또한 이승만 정권부터 유신정권에서 국민들의 요구는 오직 하나, 바로 민주화다. 국민들이 한 목소리를 낼 시민사회의 역량이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력을 다해 민주화를 부르짖으니 복지에 대한 요구가 나올 틈이 없었다.

 

요구하는 소리가 점차 들리기 시작했던 1980~1990년대 중반
복지의 요구는 민주화의 정도와 맥을 같이 한다. 반대로 대통령 간선제나 유신정권 때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복지정책이 국가적 차원이라기보다 민간 차원에서의 서비스정도에 그쳤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대통령 직선제가 주창된 전두환 정권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국가적 차원의 사회복지정책이 확대되기 시작한다. 핵심적인 사회복지정책들이 제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두환 정권 말인 1986년 제정된 국민연금법이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1989년부터 의료보험법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 실시된 것도 이 시기다. 이어 1993년에 고용보험법이 제정되면서 4대 보험이 완성된다.

뒤바뀐 정권, 복지를 원하는 정권이 등장
1998년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난다. 김대중 정권 이전의 정부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복지에는 큰 관심은 없었지만 김대중, 노무현 등 양 대통령시기에 다양한 복지법이 제정된다.
김대중 정권의 시기는 IMF외환위기 시기이기도 하다. 수많은 기업들이 합병되고 도산해 실업률이 굉장히 높아졌던 이때 최저생계비를 반영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다. 사실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1961년에 제정된 생활보호법으로 국민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긴 했다. 하지만 생활보호법은 최저생계비라는 개념이 있기 전에 제정된 법이어서 실제 수혜금액은 일반 국민이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보편적 복지의 화두, 3+1의 무상복지 시리즈
최근 들어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의 서비스에 반값등록금까지 일명 ‘3+1 무상복지 시리즈’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전면에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환준 교수(사회대 사회복지)는 “투표권을 가진 20~40대의 고민과 현실적인 문제가 바로 등록금, 보육 등이며 이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것이 무상복지 시리즈”라면서 “정책은 반드시 욕구의 분출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욕구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도에 의해 이슈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경제적인 성장과 민주주의의 발달로 국민들의 복지 증대 요구는 계속될 것이며 보편적 복지의 도래는 필연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의 보편적인 확대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납부하는 세금의 증대가 필수적”이라며 “복지만 누리고 증세는 반대하는 인식은 개선돼야한다”고 말했다.
                                                                                         자문: 김환준 교수(사회대 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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