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남대 자율전공부가 폐지되면서 자율전공 학생들의 처우와 진학문제가 논란이 됐다. 본교의 자율전공부도 2000년부터 매해 4백~7백여 명의 입학생들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특정 학과 진학 편중 ▲자율전공부 취지에 어긋난 운영 ▲자율전공부 지원 부족 등이 계속해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본교 자율전공부 운영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짚어봤다●

학부제의 ‘보완재’로 시작된 자전(자율전공)
1990년대 당시 교육부는 ‘학부제’라고 통칭되는 ‘모집단위 광역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교육부는 학부제 도입 근거로 ▲학생들의 전공선택권 확대 ▲경제구조의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전문인력 공급체계 확립 ▲학문 내 또는 학문 간의 경쟁 활성화로 인한 교육과 연구의 질적 향상을 내세웠다.

본교도 교육부의 방침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사회대 학장 노진철 교수(사회)는 “본교의 자율전공부 탄생은 교육부의 강력한 학부제 변경 압박에 맞서 도입한 제도”라며 “사실상 기존 학부제 운영의 재정비 필요성 때문에 만든 것으로 학부제의 변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율전공부 홈페이지에는 자율전공부의 목적으로 ‘▲사회의 수요를 반영하는 모집단위 입학정원의 유연성 확보 ▲학생의 학과 선택권 확보 ▲수험생의 학과 선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모집단위의 광역화’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에서 학부제 도입을 주장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이렇듯 학부제나 자율전공부 도입의 취지는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다. 자율전공부의 순기능은 학생들에게 여러 전공을 깊이 탐색할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자전은 예비경영학부?
하지만 현실은 자율전공학부의 이상과는 멀어 보인다. 얼마 전 자율전공 학생들의 학과설명회가 끝나고 ‘지망학과 선호도 조사’가 실시됐다. 올해 초 입학 당시 경영학부는 51명(24.5%)의 학생들이 진학을 희망했으나 선호도 조사에서는 75명(26.1%)이 1지망으로 경영학부 진학을 희망했다. 그 외에도 경제통상학부, 행정학부, 심리학과, 신문방송학과, 국어국문학과가 1지망 학과에 이름을 올렸다.

자연계열의 경우, 공대 화학공학과를 1지망으로 쓴 학생들이 35명(16.9%), IT대 전자공학부가 29명(13.9%)으로 자연대보다 공대와 IT대쪽에 학생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해 학과선호도 조사에서 전체 조사 참여 인원인 인문계 학생 1백8명 중 55명(50.9%)이 경영학부를 선택하는 등 학과 편중 심화현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밖에도 ▲진학 후 자율전공부 학생들의 적응 문제 ▲비인기, 소수학과의 정원 각출 등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비인기학과 조교에 따르면 “자율전공부 정원이 늘어나면서 학과 정원은 줄었는데 자율전공부에서 학생들이 오지 않아 학과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자율전공부장 정종화 교수(자연대 화학)는 “애초의 자율전공부 설립 의도 자체가 학생들에게 전공 탐색의 시간을 더 주기 위함이었다”며 “학생들이 시간을 두고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해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1학년 때 충분히 전공을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커리큘럼을 보유해야 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커리큘럼 확충과 더불어 교직원 확보가 중요하며 전공탐색을 위한 다양한 커리큘럼만이 인기학과 편중 문제 등 자율전공부의 고질적인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기본적으로 기초교양 수업의 경우 타 학과와 차이 없이 진행된다”며 “학생들이 자율전공부에 입학해서 1년 동안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충분히 고민해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수는 “철저한 안내를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기당 1학점 씩 전공탐색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물만 최고, 대우는 최저
올해 초 자율전공부 건물은 제2합동 강의동(현 약학대학)에서 글로벌프라자로 이전을 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프라자 건물에는 여러 단대의 강의실과 행정 사무공간, 산학협력 관련시설, 연구센터 등이 밀집해 있어 자율전공부만의 공간이 부족하다. 자율전공부가 사용하는 공간은 글로벌프라자 전체 17층에서 2층의 강의실 3개와 4층, 5층 뿐이다. 자율전공부 학생들은 과방과 여학생휴게실도 없는 건물에서 공부하고 있다. 휴게실은 인문자율, 자연자율로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 공간당 1백80명이 넘는 학생들이 쓰고 있다. 넓지 않은 공간에 책상과 의자밖에 없어 시설은 열약하다 게다가 휴게실이 덜 붐비도록 반마다 요일을 정해 쓰라고 학생회에서 공지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율전공부 학생회장 송민찬(인문자율 12) 씨는 “지난 축제 때 글로벌프라자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시끄러워서 안 된다길래 대강당 앞에서 행사를 진행했다”며 “평소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해 느끼는 불편함이 매우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송 씨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학생들의 학과 선호편중을 지적하기보다 학교 측의 시스템이 학생들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지원해주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며 “전공을 탐색할 수 있는 방법이 학과 설명회, 선호도 조사, 전공탐색뿐인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자율전공부 행정실 배윤주 주무관은 “본부에서 정원 조정시 우선적으로 자율전공부에 눈을 돌린다”며 “전임교수도 없고 대표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어리다보니 자율전공부 학생 수를 자꾸 줄이고 전임교수도 확보가 안된다”고 말했다.

허수아비 자전’ 해결책은 어디에?
2004년 교과부는 학부제 폐지를 공표하면서 학부제를 추진하던 정부조차 학부제의 실패를 인정했다. 학부제와 자율전공부는 외국의 제도를 한국에 도입하려다 실패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또한 학교 측의 성급한 도입으로 학부제의 이점은 하나도 살리지 못하고 부작용만을 가져왔다는 평이다. 이수연 연구원은 “취업을 위해 진학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형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대안은 ‘4년제 자율전공부’로 완전한 미국식 학부제이다. 그러나 4년동안 특정 전공을 배울 수 없어 취업을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 학생들에게는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대학원에 진학해야 전공을 배울 수 있어 학비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하지만 최근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학전문대학원과 같은 미국식 전문대학원을 도입하면서 앞으로 이 제도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규종 교수(인문대 노어노문)는 “자기 적성과 미래에 대한 전망 없이 담임교사와 부모가 학과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학과를 선택하는 자유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뜻 깊다. 하지만 한계가 있으므로 2011년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3개 교수 단체에서는 대학 사이의 완충 구실을 할 수 있는 기초학문 교육기관을 설립하자는 ‘국립 교양대학안’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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