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저장되는 지식은 크게 ‘철수는 오늘 영희와 집 앞에서 만났다’와 같이 사건(에피소드)에 대해 기억하는 ‘삽화기억’과 암기와 경험들의 일반화를 통한, 예를 들자면 ‘A는 알파벳이고 1은 숫자이다’와 같은 ‘의미기억’, 그리고 ‘자전거 타기’처럼 몸으로 체득한 경험에 대한 기억인 ‘절차기억’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기억된 지식은 자극이 없어도 뇌에 저장되었다가 다시 회상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능력을 기억력이라고 한다.

치매와 건망증은 달라!
치매와 건망증의 공통점은 둘 다 기억력의 장애로 인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이고 일시적인 과정으로 이해되는 건망증과, 예방과 빠른 대처가 요구되는 질병인 치매는 여러모로 다르다. 건망증은 사건의 전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와 달리 사건의 일부만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힌트가 될 만한 단어를 던져주면 연상 작용으로 사건을 기억해낼 수 있다. 또한 건망증은 초기에 방치할 경우 악화가 되는 치매와 달리 그대로 두어도 문제가 진행되지 않는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은 기억력에 장애가 있을 뿐, 인지능력에는 이상이 없다. 이러한 건망증은 뇌세포의 소실이 아니라 뇌세포기능이 약화된 것으로, 주로 스트레스에 의해 우울증, 불안증 등의 질병과 함께 나타난다. 이러한 건망증의 증세는 방어기제를 통해 극복하거나 면담이나 약물요법의 도움으로 해소하면 건망증은 사라질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치매, 네 정체를 밝혀라
‘치매(dementia)’라는 말은 라틴어로 ‘정신이 나가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치매는 기억 장애뿐만 아니라 시공간에 대한 판단력 장애를 의미하는 진압력 장애, 언어와 계산과 집중력 등에서의 장애까지 포함하는 질병이다. 치매의 종류는 70여 가지로 이 중 10% 가량은 완치가 가능하며 30% 가량은 발견했을 때 조기 치료를 시작하면 완화 및 억제를 할 수 있다.
치매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질병이 ‘알츠하이머’이다. 이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뉴런 즉, 뇌세포가 죽어감에 따라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수는 그만큼 증가하지 못해서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생기는 질환이다. 알츠하이머의 경우 감각을 인식하고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측두엽의 뉴런이 가장 먼저 소멸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알츠하이머 환자는 사건을 기억하는 삽화기억, 암기된 지식을 기억하는 의미기억을 먼저 잊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면 이 외의 다른 기억들도 잊게 되어 성격장애, 운동장애 등도 발생한다. 한편,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많이 걸리는 ‘파킨슨병 치매’는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의 상당수가 걸리는 질환이다. 알츠하이머처럼 퇴행성 뇌질환에 속하지만 언어나 운동에 영향을 주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먼저 파괴되므로 손떨림, 경직, 자세불균형과 같은 운동기능의 장애가 먼저 일어난다. 이처럼 치매는 뉴런이 소멸되는 뇌의 위치에 따라 초기 증상도 제각각으로 나타난다.

치매는 치료 가능한 질병
치매는 뇌세포가 사멸하는 퇴행성 질환 외에도 감염이나 염증과 같은 내분비성 질환, 외상성 질환, 뇌동맥경화나 뇌졸중과 같은 혈관성 질환 등 90가지 이상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치매의 위험인자에는 나이, 성별, 가족력과 같이 제어할 수 없는 것도 존재하지만 고혈압, 당뇨, 음주, 고지혈증, 뇌경색, 우울증 등 생활습관에서 원인을 제거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존재한다. 치매는 조기 발견과 치료를 통해 개개인의 발병을 5년 정도 늦추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나라 전체에서 볼 때 20년 후의 치매 유병률이 57% 수준으로 낮아진다. 치매는 더 이상 나이든 사람이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젊은 시기부터 예방해야 할 질병이다.

자문: 이정재 임상교수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센터장)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