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에서 길을 건너지 않고 농협이 보이는 맞은편 정류장에서 ‘순천만 버스’라고 적힌 67번 버스를 타면 20여 분 후 순천만에 도착할 수 있다. 주말에는 버스가 항상 만원이기 때문에 굳은 마음을 먹어야한다. 무려 2500헥타르(북구 산격동 면적의 5배가량)의 광활한 갯벌과 끝이 보이지 않는 갈대밭이 그려내는 한 폭의 동양화에 DSLR들의 셔터는 생태공원 입구에서부터 쉴 틈이 없다. 하지만 갈대밭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볍게 자연생태관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순천만의 가치와 순천만에 도래하는 철새, 외국의 습지 현황 등도 볼 수 있어 간단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햇빛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김승옥의 「무진기행」 중
소설「무진기행」의 배경인 순천만을 김승옥은 이렇게 묘사했다. 순천만이 어떤 곳인지 글로 익혔다면 이제 몸으로 느껴보자. 자연생태관을 나와 끝없는 인파 행렬을 따라가면 어느새 갈대밭 속에 파묻힌 자신을 볼 수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갈대 군락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온 세상이 갈대로 뒤덮여 있다. 혼자 온 여행객이라면 아마도 사색에 잠길 수 있을 것이고 연인이나 가족, 친구 단위의 관광객들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갈대밭을 걷다보면 ‘용산전망대에서 하늘이 내린 정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라는 푯말이 있다. 군락지 입구에도 용산전망대에 오르지 않고는 순천만을 봤다고 말하지 말라는 식의 다소 도발적인 푯말이 있다. 용산은 갈대군락지 뒤에 위치한 나지막한 산인데, 순천만 일대에 이정도 높이의 산이 없기 때문에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갈대가 기하학적인 원 모양으로 뭉쳐있어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군락지 사이로 난 수로에는 배가 지나다닌다. 겨울이면 멸종 위기종인 흑두루미의 군무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비록 쉬지 않고 20여 분간 올라와야 하는 곳이지만, 이곳에 펼쳐진 풍경을 보면 이정도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순천하면 순천만을 먼저 떠올린다. 또 순천에서 한 곳만을 가야한다면 누구나 순천만을 추천한다. 이는 바로 순천만이 생태수도 ‘순천’만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