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사로잡는 건축물, 잘나가는 최신형 놀이기구 하나 없는데 하루 약 5,500명(올해 방문 관광객 수를 365로 나눈 값)의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 있다. 바로 전라남도에 있는 순천만이다.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꼽히기도 하는 이곳은 주말이면 너무나 많은 관광객 때문에 조용한 여행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다. 대구에서는 꽤나 먼 거리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달려가 드라마촬영지나 낙안읍성 등을 더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순천 여행의 목적이 ‘자연 속에서의 휴식’ 정도라면 욕심을 버리고 순천만생태공원만 둘러보도록 하자.
터미널에서 길을 건너지 않고 농협이 보이는 맞은편 정류장에서 ‘순천만 버스’라고 적힌 67번 버스를 타면 20여 분 후 순천만에 도착할 수 있다. 주말에는 버스가 항상 만원이기 때문에 굳은 마음을 먹어야한다. 무려 2500헥타르(북구 산격동 면적의 5배가량)의 광활한 갯벌과 끝이 보이지 않는 갈대밭이 그려내는 한 폭의 동양화에 DSLR들의 셔터는 생태공원 입구에서부터 쉴 틈이 없다. 하지만 갈대밭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볍게 자연생태관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순천만의 가치와 순천만에 도래하는 철새, 외국의 습지 현황 등도 볼 수 있어 간단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햇빛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김승옥의 「무진기행」 중

소설「무진기행」의 배경인 순천만을 김승옥은 이렇게 묘사했다. 순천만이 어떤 곳인지 글로 익혔다면 이제 몸으로 느껴보자. 자연생태관을 나와 끝없는 인파 행렬을 따라가면 어느새 갈대밭 속에 파묻힌 자신을 볼 수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갈대 군락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온 세상이 갈대로 뒤덮여 있다. 혼자 온 여행객이라면 아마도 사색에 잠길 수 있을 것이고 연인이나 가족, 친구 단위의 관광객들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갈대밭을 걷다보면 ‘용산전망대에서 하늘이 내린 정원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라는 푯말이 있다. 군락지 입구에도 용산전망대에 오르지 않고는 순천만을 봤다고 말하지 말라는 식의 다소 도발적인 푯말이 있다. 용산은 갈대군락지 뒤에 위치한 나지막한 산인데, 순천만 일대에 이정도 높이의 산이 없기 때문에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갈대가 기하학적인 원 모양으로 뭉쳐있어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군락지 사이로 난 수로에는 배가 지나다닌다. 겨울이면 멸종 위기종인 흑두루미의 군무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비록 쉬지 않고 20여 분간 올라와야 하는 곳이지만, 이곳에 펼쳐진 풍경을 보면 이정도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순천하면 순천만을 먼저 떠올린다. 또 순천에서 한 곳만을 가야한다면 누구나 순천만을 추천한다. 이는 바로 순천만이 생태수도 ‘순천’만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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