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위한 예술’, 예술을 바라본 새로운 개념인 탐미주의라는 사조는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에 의해 본격적으로 구현되기 시작한다. 탐미주의는 이후 표현법의 다양화를 가져와 상징주의에 영향을 주면서 현대시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다. 현대의 문학과 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준 탐미주의, 김성택 교수(인문대 불어불문)에게 탐미주의에 대한 여러 궁금증에 대해 들어봤다.

- 탐미와 유미는 다른 개념인가요?

한글적인 어휘의 느낌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느낄 뿐이지 근본적으로 같은 말이에요. 하지만 유미주의의 ‘유미’는 ‘오직’ 미만을 추구하는 것이고, 탐미주의의 ‘탐미’는 미에 ‘빠지’고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유미주의가 더 강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어요.

- 탐미주의 입장에서는 미를 추구하기 위해서 하는 어떤 행동도 다 인정이 되는가요?

어떤 행동도 다 인정되지요. 일반 사람들은 경멸하는 여러 행위들이나 자기가 갖고 있는 모든 돈을 다 탕진하면서 쓸데없는 아름다움 추구하는 것들도 다 인정해요. 탐미주의자에게는 세속적인 가치는 전혀 중요하지가 않아요. 비윤리적인 행위도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이들은 아름다움은 최상위의 정신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의 순수한 정신에 자신의 정신이 이르게 하기 위한 실천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다만 이들은 아름다움이라는 정신적인 쾌락을 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육체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제일 저속하게 봐요. 그래서 자신의 성적 쾌락이나 육체적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이나,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은 저속한 행위라고 인식한답니다.

- 탐미주의의 모태가 된 작품은 무엇인가요?

프랑스의 문학가 ‘테오필 고티에’가 쓴 『마드모아젤 모팽 양』이 탐미주의의 모태가 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서문에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탐미주의가 말하는 예술을 함축한 문장이죠. 이 문장이 의미하는 아름다움이란 형식적이고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 나간다는 것이랍니다. 고대 그리스 조각품 같은 형식적인 아름다움을 시나 예술 속에 갖고 와야 한다고 말해요. 때문에 형식적·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되 작품 속에 굳이 작가가 말하는 사랑이나 자유, 평등, 박애 등의 고품격 상징가치를 넣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해요. 음악, 예술의 형식이 아름다우면 그 작품도 충분히 미적 가치를 가진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예술을 위한 예술’의 운동을 주장하는 그룹이 바로 파르나소스파 입니다. 그리스 올림푸스 산 아래에 파르나소스 산이 있는데, 이 산에는 음악과 예술의 신인 아폴론 신이 산다고 믿습니다. 올림푸스 산에서는 운동을 좌우하고 올림픽 경기에서 승리한 사람에게 올리브 관을 씌워줬듯이, 파르나소스 산에서는 예술과 음악, 시 같은 정신적인 시합을 열어 우승자에게 월계관을 씌워줬어요. 그래서 파르나소스 산은 아름다움, 미가 최고인 공간으로, 이 이름을 따 파르나소스파라고 했습니다.

- 당시의 지배적이던 예술 정신에서 탐미주의를 봤을 때는 거부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원래 탐미주의는 낭만주의의 한 줄기에서 나왔습니다. 낭만주의는 두 가지 줄기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사회에 봉사하는 예술이고, 또 하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에요. 프랑스의 19세기는 정치적인 변혁이 심해 참여적인 문학으로 사회를 직시하며 봉사하는 문학이 주를 이뤘죠.

이런 사조를 비판하며 나온 것이 탐미주의라 이 당시에 탐미주의 책들은 잘 알려지지도 않고 팔리지도 않았어요. 그렇지만 미를 추구하는 몇몇에게는 진귀하게 보였죠. 그래서 ‘소수를 위한 예술’이라는 말도 나왔어요. 일반사람들은 경멸했지만 소수를 위한 작품으로서 가치를 가졌어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추구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정신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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