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오톡 - 남재일 교수(사회대 신문방송)가 바라본 이명박 대통령

실패로 끝난 한국의 첫 자본 정권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취임할 때 엄청난 기대 속에 등장하지만 퇴임할 때는 더 엄청난 실망과 비난을 받으면서 물러났다. 어느 나라의 대통령인들 취임 때의 국민적 기대를 고스란히 충족시키는 경우는 드물지만, 우리의 경우는 낙차가 유난하다.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대통령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제왕적 대통령의 존재와 무조건적으로 의지하는 국민성은 아직 시민참여가 부족한 정치현실을 반영한다. 성숙한 사회라면 취임할 때의 기대와 퇴임할 때의 평가사이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애초에 정책을 평가해서 투표하고 정책대로 통치하는 성숙한 정치문화가 전제된다면 기대와 평가 사이의 낙차가 그렇게 유별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갈수록 대중매체를 통한 이미지 정치의 경향이 심화되고, 유권자들도 정책보다는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성향이 강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조울증적 반응은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가 않다. 인물을 보고 투표한다는 것은 사실 ‘당신이 내 요구를 알아서 다 해주시오’란 소아병적 기대의 산물이다. 나는 시민으로서 투표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테니 내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표현이다. 인물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내가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적합한 인물과 내가 되고 싶은 인물을 혼돈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이 착시의 정치적 본질은 약자가 강자에게 과정과 절차를 떠맡기고 결과적인 수혜만을 나에게 달라는 헛된 희망이다. 즉석 복권을 긁으면서 잠시 머리에 떠올리는 환상과 같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애초의 기대와 현재의 실망은 그 어느 대통령보다 크다.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지만, 차기 대선 캠페인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은 모든 후보가 강력히 부정해야할 존재가 되었다. 정권에 대한 평가도 낮다. 양극화 심화, 대북관계 경색, 밀실인사와 측근들의 부패, 4대강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토건자본에 대한 특혜와 IT 산업의 퇴조, 각종 검열과 언론탄압 등 권위주의의 부활 등이 이 정권의 ‘과’로 제시된다. ‘공’이라면 부동산 가격 안정 정도이다. 내 개인적으로도 이 정권에 대한 평가는 매우 낮다. 그런데 한 정권의 공과는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재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불한 비용이 무엇인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공이 시간이 지나면서 과로 드러날 수 있고, 과가 공으로 역전될 수도 있다. 예컨대 이 정권의 부동산 가격 안정이 건설업에 대한 특혜와 그로 인한 타 분야의 상대적 박탈의 결과라면 그건 공이자 동시에 과가 된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의 정책에 대한 구체적 평가는 아무래도 뒤로 미루는 게 좋을 듯 싶다.
대신 왜 이명박 대통령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고도 이렇게 인기가 없어졌는가? 유권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현재 상태에 대해 지지자들은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까? 현재 대선은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당시의 대중적 욕망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등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게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정권의 공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결국 그 정권을 탄생시킨 시민성에 대한 평가로 확장되지 않으면 그 평가 행위 자체가 시민의 책임회피를 위한 언어로 잠시 소란을 떨다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평가가 아니라 성찰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캐릭터로 의인화된 대중적 욕망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게 지금 대선 국면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어서 1506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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