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대하는 건 작은 변화뿐인데 내가 이룬 작은 변화는 뭘까? 무엇이 나 때문에 좋아졌을까? 내 인생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 변화를 주었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 것도 없구나, 전혀…아무것도… <영화 「어바웃 슈미트」중에서>
위 영화는 평범한 중년남자가 기부를 통해 다른 이의 삶을 변화시키고 위로 받는 내용이다. 당신은 누구에게 도움이 되어본 적이 있는가? 혹은 당신의 삶이 다른 이의 삶에 조그만 변화를 일으킨 적이 있는가?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다른 이의 삶을 변화시키는, 또 자신도 ‘힐링’ 받은 경북대의 재능기부자를 찾아 보았다. 재능기부는 개인이 갖고 있는 재능을 개인의 이익이나 기술개발에만 사용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형태를 일컫는다. 경북대의 숨어있는 재능기부자는 누가 있을까?●



크누크누, 제가 불편해서

‘재능기부’
새 학기를 시작할 무렵 학생들이 누구나 접하는 모의시간표. 본교의 모의시간표를 쉽게 만들 수 있는 ‘크누크누’라는 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는 본교생 약 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그럼에도 “제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라며 이름조차 밝히기를 꺼리는 박크누(가명) 씨는 이 사이트의 운영자이다. 박 씨는 “저의 재능을 기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웹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좋아하고 즐겼다”며 “모의시간표나 수업에 관한 기존 사이트의 불편한 점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던 중 ‘내가 바꿔볼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크누크누는 이제는 본교생 만여 명의 삶에 작지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크누크누’는 광고없이 비영리로 운영된다. 때문에 사이트를 유지하기 위해선 박 씨의 개인 사비가 들어간다. “학우들이 좀 더 편하게 이용하라고 만들었기 때문에 돈은 필요없다. 다만 서버 유지비를 더 들여서 서버를 증설하고 싶다. 이번 계절학기 때 300여 명이 동시접속해서 서버가 터져서…(웃음)”라고 말했다. 본인이 운영하는 크누크누를 사용하는 학우들을 볼 때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는 박 씨는 “앞으로 더많은 사용자를 위해서 본교 수업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도서관 전용 아이폰 앱 개발 후 기증

IT를 이용한 본교의 재능기부 사례가 또 있다. 도서관 전용 아이폰 앱을 개발해 기증한 김우성(IT대 컴퓨터 06)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 씨는 “아이폰의 경북대 도우미 앱의 경우 도서검색 등이 실행되지 않았다”며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참에 은혜 한 번 갚자’라는 생각으로 기존 앱을 쓰면서 불편한 점을 개선해 도서관 전용 앱을 만들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이 앱을 만들기 위해 경북대 도우미 앱을 만든 본교 선배를 찾아가서 세미나를 듣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본교생 천여 명 정도가 이 앱을 사용한다. 아이폰 사용자 비율로 볼 때 이용율은 아주 높은 편이며 피드백과 업데이트는 전적으로 김 씨의 작업으로 이뤄진다. 
재능기부에 대해 김 씨는 “우리 모두 사회에 작게나마 빚지고 있고 이걸 환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삐걱거리는 사회에 재능기부는 윤활유가 될 수 있고… 사실 재능이 있다면 기부는 의무다, 의무.(웃음)”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씨는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려면 1년에 12만 원 정도가 필요한데 한 달에 만원으로 학우 천 명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북대 병원의 작은 연주단

‘아름다운 선율’은 간호대생 16명의 봉사 동아리다. 이들은 매달 마지막 금요일 경북대병원을 찾아가 연주로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위로한다. 병원 로비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공연은 이젠 제법 많은 환자들의 주목을 끈다. 어떻게 이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냐는 질문에 ‘아름다운 선율’ 회장 김춘재(간호대 간호 11) 씨는 “좋아했던 피아노 연주를 계속 하고 싶었다”며 “이런 봉사활동이라면 좀 더 자유롭고 의미 있게 연주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게 봉사활동은 지치고 따분한 일이 아닌 자신들의 재능과 열정을 표출할 수 있는 하나의 무대였다. 그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남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봉사활동과 다른 점 같다”며 “다른 봉사활동에 비해 부담도 적고 지속적으로 활동하기도 쉬운 편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생활과 연주연습을 병행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른 동아리들이 시험기간엔 그 활동을 멈추는 것과는 달리 ‘아름다운 선율’팀은 시험기간에도 쉴 수가 없다. 김 씨는 “시험기간과 봉사 기간이 겹칠 때는 힘들긴 하지만 연주를 마칠 때마다의 그 뿌듯함과 성취감이 그 고충을 씻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니 학우들이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 옥동진 기자/odj12@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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