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고을’ 충청북도 청주시는 대구 서부터미널에서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할 수 있다. 11시 40분 경 청주 터미널에 도착한 뒤 고인쇄박물관을 가기 위해 터미널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831번 버스를 기다렸다. ‘직지박물관’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고인쇄박물관은 실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인 직지가 인쇄된 흥덕사지 터에 건립됐다. 스스로를 ‘직지도시화’하고 있는 청주는 마을 곳곳에 직지의 흔적을 품고 있다. 인류의 유산이기도 한 직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청주시의 노력이 느껴졌으나, 결국 직지는 현재 너무나도 먼 이국에 있다는 사실에 씁쓸함만 삼켰다. 평소 인쇄매체에 꽤나 깊은 관심과 흥미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교과서 이상의 깊은 내용이나, 흥미로운 체험활동 혹은 볼거리 등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인 상당산성으로 향한다. 박물관에서 나와 버스를 타면 30분 정도 걸리는 상당산성은 청주의 자연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18만 제곱미터(본교 대구캠퍼스 면적의 약 1/4)에 이르는 산성 성벽은 멀리서 보아도 상당산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남문 앞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돗자리를 깔고 휴식을 취하는 청주 시민들의 모습에서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주의할 점은 상당산성 입구 정류장이 실제 상당산성과 꽤 먼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15분여를 느긋하게 걷고 싶다면 산성 입구 정류장에서 걸어가도 되지만, 상당산성 남문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을 추천한다. 남문을 지나 오른편으로 걸어 내려가면 곧 널찍한 한옥 식당가에 도달할 수 있다.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익히 알려진 맛집들이 즐비해 있어 어느 집에 들어가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동문을 따라 다시 남문으로 돌아내려오면 유일하게 시내로 나가는 862번 버스를 탈 수 있다. 주말에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버스가 가득 차서 등교시간의 937 버스를 연상하게 된다.

다음 목적지인 수암골은 도청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도달할 수 있다. 수암골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달동네다. 이 자그마한 마을이 변화를 맞게 된 계기는 2007년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진행된 벽화작업 덕분이다. 이후 수암골은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의 촬영지가 되면서 이제는 꽤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아직도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이 마을은 넉넉하게 잡아도 30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때문인지 조그마한 골목마다 사진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슬퍼져 수암골의 유명한 맛집인 ‘영광이네 국수’로 향한다. 드라마 ‘영광의 재인’ 촬영지이기도 한 이 식당은 마을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국수 양이 정말 많아서 결국 다 먹지 못했다. 빵집에서 ‘김탁구빵’을 사먹을 것이라면 둘이서 국수 하나로도 충분하다.

고인쇄박물관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씁쓸함을 날려버릴 만큼 상당산성과 수암골에서 볼 수 있었던 청주의 소박한 매력. 그 기억을 되새기며 동대구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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