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사이에 경북대학교는 교육과 연구 환경을 많이 개선시켰다. 교내의 정원을 정비하고 산책길의 포석을 산뜻하게 꾸몄다. 그런데 경북대 교정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하면 그야말로 거창한 ‘국제적’(?) 명칭을 잘도 붙인다. 국제화 수준을 높이려는 의도일까? 

전임 노동일 총장은 정문 앞의 허술한 수풀을 정비하여 보기 좋은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정원 입구에 큼직한 바위를 세우고서는 그 바위에 영문 알파벳으로 ‘KNU CENTRAL PARK’라 새겼다. 여기가 뉴욕인가? 총장 이름은 왜 영문 알파벳으로 안 썼을까? 궁금해진다. 또 학교가 가진 쌈짓돈(주차 수익금)까지 퍼부어 고층의 통유리 빌딩을 지었다. 20년 전에 유행하던 구태의연한 디자인에다가 난방비와 냉방비가 많이 들어 전혀 친환경적이지 못한 이 건물! 앞으로의 유지비가 걱정된다. 철근에 통유리를 감싼 건물은 싸게 빨리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런 통유리 고층건물을 지어 놓고서는 이름 붙여 왈, ‘GLOBAL PLAZA’. 물론 경북대의 세계적 비상을 꿈꾸기 위해 지은 이름이라고 좋게 봐 줄 수도 있다. 경북대에는 ‘글로벌 챌린저’, ‘글로벌 인재학부’도 있다. 이렇게 교내에 ‘글로벌’이 넘쳐나는데도 국제화 지수는 높아지지 않고 있다. 외국어식 이름을 학교의 주요 공간과 건물 명칭으로 삼는다하여 경북대학교의 국제화 지수가 높아질까? 

경북대의 상징물은 첨성대와 별, 그리고 감꽃이다. 정문 가까이 있는 이 공원의 초입에 오래된 감나무가 몇 그루 서 있고 가을이면 노란 감이 주렁주렁 달린다. ‘CENTRAL PARK’가 아니라 ‘감꽃공원’이 더 예쁘고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그리고 청도의 반시, 상주의 홍시는 우리 지역의 주민은 물론 전국민에게 사랑받고 있다. ‘감꽃공원’이 본교생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 훨씬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이다. 굳이 학교 중앙임을 강조하려면 차라리 ‘복판공원’으로 하든지. ‘CENTRAL PARK’, 이게 뭡니까?

‘GLOBAL PLAZA’라는 이름도 이게 최선일까 의심스럽다. ‘첨성학술관’ 같은 이름을 붙였다면 경북대 구성원과 지역 주민에게 호소력 있는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다. 경북대학의 상징물인 첨성대는 신라인의 탐구 정신을 상징한다. 그리고 경주의 첨성대는 지역 주민은 물론 한국인 모두에게 자긍심을 주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경북대 교가에 나오는 ‘팔공산’과 ‘낙동강’도 교내 공간의 이름 붙이기에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뿌리를 둔 지역밀착형 경북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내 공간과 건물의 이름을 제대로 짓는 것은 의미 있는 실천적 방안이다. 경북대에 있는 공간의 이름을 누구에게나 가슴에 와 닿게 붙여야 그 공간이 지향하는 가치를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다. 경북대의 수준을 높이면서 국제화로 나아갈 수 있는 진정한 방안이 무엇인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혜롭게 생각하고 제대로 실천하자. 우리 경북대가 못할 일이 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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