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테크노문을 나서면 한 교회를 볼 수 있다. 이 교회와 붙어 있는 경북대 기독 학생회관에는 현재 60여명의 본교 학생들이 살고 있으며 이 중에는 외국인 유학생도 있다. 옆방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학교 기숙사와는 달리 이들은 새벽마다 함께 기도를 하고 함께 밥을 먹는다. 이처럼 모든 사생들이 한가족 같이 지내는 기독 학생회관의 하루는 늘 시끌벅적하다. 본교 본관이 지어질 때부터 그 역사의 시작을 함께한 기독 학생회관을 찾아가 현재 경북대교회의 목사로 있는 이상욱(인문대 독어독문 82) 씨를 만나봤다●

Q. 기독 학생회관은 어떻게 설립됐나?1955년 제 4회 국제 워크 캠프가 본교에서 개최됐다. 기독 학생회관은 이때 미국, 필리핀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경북대 학생들이 직접 지은 건물이다. 그 당시 총장님과 여러 교수님들도 함께 벽돌을 나르곤 했다고 한다. 첫 기독 학생회관은 당시 지금의 공대 3호관이 위치한 곳에 있었으며, 1977년에 그 회관이 지금의 위치로 옮겨진 후 2000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잡게되었다. 지금의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도 학생들의 자원봉사가 소중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기독 학생회관의 학생들은 주인의식이 강했다. 시설이 학교 기숙사보다 못할지 모르지만 학생들 대부분 자발적인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다.

Q. 5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사생일지’에 대해 설명해달라.기독 학생회관의 자랑거리이자 지금도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사생일지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당번을 맡아 기숙사의 청소 및 잡일을 하면서 쓰는 짧은 일기형식의 글이다. 1957년의 일지부터 보관하고 있는데, 그 당시의 일지를 살펴보면 1960년 4월 26일 ‘다시 비상계엄령’부터 1990년 6월 12일 ‘시험기간이지만 월드컵 축구 중계에 열중하는 사생들’ 등 당시 시사부터 크고 작은 학내 사건까지 많은 얘기가 담겨있다. 역사가 오래된 일지들은 현재 본교 박물관 자료 역사관에 보관 중이다.

Q. 기독 학생회관만의 특이한 활동이 있다면?매 학기 한 가지의 주제를 정해 학생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학기 주제는 ‘세계관’이며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영어로 토론 한다. 또한 성탄절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초콜릿으로 위로를 전하기도 하며 수위아저씨들께 양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버스를 대절해 유학생 대구 시티투어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탁구대회를 연 적도 있었다. 작년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온 학생끼리의 결혼식을 교회에서 주최한 적도 있다. 현재 해외봉사도 준비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외국학생들도 많이 모집할 예정이다.

Q. 기독 학생회관의 대표로서 목표가 있다면?봉사로 만들어진 건물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가 퇴색된다는 느낌이 든다. 가족같은 분위기 속에 살면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점차 잊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좀 더 많은 곳에 우리의 도움의 손길이 닿았으면 한다. 글로벌한, 다문화적인 기독 학생회관이 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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