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부터 7월까지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에 접수된 학교폭력 총 신고 건수는 3만4968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7개월간 접수된 건이지만 지난해 전체 접수 건수인 280건보다 125배나 많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이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교육개발원과 공동으로 지난달 27일부터 1개월간「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사회문제 중 하나였던 학교문제가 이제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각종 언론의 1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김태은 인권 상담가를 중심으로 ‘학교폭력’이 가지는 심각성에 대해 들어봤다●

<아래는 인권 상담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자가 각색한 내용입니다>


학교폭력에만 민감한 우리 폭력사회
학교는 ‘신성하고 희망적인 곳’이라는 막연한 관념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학교 내에서의 폭력이 다른 폭력보다 더 이슈화되는 것 같아요. 사회에서도 만연한 폭력이 학교 내에서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주목받는 건 오히려 우리 사회가 폭력에 대해 얼마나 무감한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최근 거론되는 학교폭력은 본래 의미와 달리 학생 사회에 일어나는 폭력에만 주목하고 있는데요, 여기엔 언론과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어요. 교육청이나 학교 등 교육기관은 본인들의 탓이라 생각하고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려는 측면이 있어요. 이 과정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미성숙’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그들에게 대안책을 쥐어 주는데 이것은 오만한 행동이에요. 어른들도 사회에서는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내가 선배다’라는 의식하에 이뤄지는 신입생환영회 때의 후배 술 먹이기 문화나 사회에서 학력이나 나이를 먼저 들이미는 것이야말로 미성숙한 행동 아닌가요. 대학교 내에서의 후배교육을 대학생들은 ‘대학문화’라고 하고 사회에서의 관등성명은 ‘관례’로 용인되죠. 이렇듯 사회적 폭력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에요. 이것은 사회적으로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책이 늦어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우리사회가 폭력 자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폭력 가운데서도 유독 학교폭력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해요.

왕따 후유증, 성인이 되어서까지
예전에 왕따를 당한 한 대학생의 사연을 말해줄게요. 대학생 길동이는 스물한살 성인이지만 어렸을 적 당했던 왕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어요. 여럿이 모여 대화를 나눌 때면 갑자기 말을 더듬고 현기증까지 느낀다고 해요. 학창시절에 겪은 왕따의 경험으로 성인이 된 현재에도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거죠. 길동이는 15살 때부터 당하던 왕따에서 고3이 돼서야 벗어날 수 있었는데, 부모님이 눈치를 채 전학을 보냈기 때문이죠. 아직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답니다. 청소년기의 왕따 경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남아 힘들어하는 성인들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참 많아요.
학창시절의 학교폭력 경험과 대학생활 간의 절대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폭력 당시 존엄감이 훼손된 것은 분명하죠. 이들이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심리치료와 더불어 ‘평화교육’을 받아야 해요. 이들 뿐만이 아니에요. 폭력이 만연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폭력의 이미지에 대한 재교육을 받고 폭력에 대한 정확한 이미지와 평화에 대한 중요성을 깨우칠 필요가 있어요.

폭력 당사자가 해결하도록 기회 줘야
옛말에 ‘싸우면서 큰다’고들 하는데 여기서 핵심은 싸우는 데 있는 게 아니에요. 싸운 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화해법, 갈등상황에서의 대처법에 있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요즘 학교폭력의 해결책이 어른들에 의해 모색 ‘당하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폭력 당사자인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관계형성에 문제를 느끼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폭력의 당사자들이 고민을 하지 않으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대안을 절대 스스로 찾아낼 수 없어요.

예비교사, 멘토 역할까지 나아가야
폭력적인 성향은 사회나 가정 등 여러 환경에서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교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여기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에요. 그렇다고 교사가 폭력을 방임해선 안되죠. 교사는 지식전달의 역할을 넘어 학교생활에 대한 멘토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서는 학생과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관계맺음을 통해 학생들의 인생에 대한 멘토 역할도 할 필요가 있어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즉 교사가 학생들에게 ‘관계 맺기는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롤모델로서의 ‘진짜’ 선생님이 되는거죠.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존댓말을 꼽을 수 있어요. 이해관계 이전에 신뢰관계를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에요. 형식적이긴 하지만 이런 절차를 왜 밟는지에 대한 설명을 통해 관계 맺는 방법을 보여주는 거죠. 즉, 선생과 학생 사이는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넘어설 수 있으며, 학생들도 이성적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동등하게 대우받을 자격이 있음을 인지시켜 주는 거에요. 대학생 가운데서 예비교사를 꿈꾸며 교사로서의 삶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을 거에요. 배움의 대상이 아닌 인격적으로 보살필 대상으로 학생을 바라봐 준다면, 학생사회의 폭력성을 줄일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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