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라는 공간에 갇힌 아이들은 폭력의 유혹 혹은 폐해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다. 바깥 공기의 유일한 통로인 창문이 꽉 닫힌 교실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복잡한 생각들로 침묵한다. 한 개인으로서의 권리는 찾아보기 힘든 교실에서, 그들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공부를 잘해내거나 돈 혹은 힘을 통해 폭력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런 그들에게 손을 내밀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있다. 바로 진냥 씨이다. 아이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 무렵, 우리는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동시에 학교폭력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진냥 씨를 만났다●

Q. 현재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지금 학교는 폭력이 지배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 갈등이 없는 것은 그들의 관계 속에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학생들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해요. 학생들이 애정이 결핍되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폭력이라는 수단을 취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생각해 보세요. 가해학생들은 어떻게 보면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는 거랍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많은 사람이 권력의 선두에 서 있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 입시 사회에서 가장 성적이 높은 학생이 후에 사회를 지배하는 것처럼, 학교라는 사회에서 힘이 제일 센 학생들이 학생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죠.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학생들은 폭력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너무도 잘 알기에 폭력을 쓰는 것이죠. 교실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아이들이 말 한마디 할 때도 얼마나 계산적인데요”

Q. 실제 선생님들은 학생 사이에 폭력사태가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A. “보통 학생 간 폭력이 일어나면 선생님들은 해당 학생을 불러요. 가해자와 피해자를 앞에 두고 서로의 행위에 대한 시비 판단을 교사가 하죠. 그러고 나서 가해학생의 잘못이 명백해지면 가해학생은 피해학생한테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한테 사과를 해요. 정말 웃기는 상황이죠. 가해학생은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단순히 교사가 주는 벌을 수행해요. 사실 ‘진짜’책임을 지려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며 자신이 끼친 피해나 부작용 등 폭력의 영향에 대해 최대한 협조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죠”

Q.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교폭력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정부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단기적인 목표만 세워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요. 대표적인 예로 정부에서 학교폭력의 방지책으로 학교 교실의 창문이 20센치만 열리도록 공사한 적이 있어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죠.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대책이라는 큰 틀을 세우고 그 안에서 단기대책이라는 작은 목표들을 차례로 수행해야 하는데, 장기대책 없는 단발적인 대책만 내놓는다면 앞으로 어떤 대책이 나오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거에요”

Q.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인데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보시나요?
A. “저는 학교폭력을 ‘삭제’하는 게 아닌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러한 면에서 학교에서 운영하는 상담소나 상담교사 같은 제도는 학생들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한 수단일 수는 있어도 실질적인 대안은 될 수 없어요. 또 학교라는 프레임을 바꿔야만 학교폭력이 해결될 수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학교라는 인간이 있다면 팔 하나가 부러진 것이 아니라 전체가 백혈병에 걸렸다든가 체질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거죠. 현재 학교폭력은 깁스를 해서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체질 자체를 고쳐야하는 문제라는 거에요”

Q. 선생님께서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학교:부서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었으며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제가 만들기 시작한 건 아니고 원해수 감독님이 만드시는 작품에 제가 참여한 거에요. 원해수 감독은 청소년문제에 전문가가 필요했고 저는 원해수 감독 같은 촬영감독이 필요했는데 둘이 시의적절하게 만나게 돼 다큐를 제작하게 된 것이죠. 제목은 학교에서 모든 사람들이 부서지면서 학교가 부서진 학생들을 사회에 내놓게 되어 결국 그들이 이루는 사회는 부서진 사람들로만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Q. 두 명으로만 다큐멘터리를 찍으려면 힘드실 텐데 재정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또 다큐의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A. “소셜펀딩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후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 중 단체들보다도 개인 후원이 많은데 학생들이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분들도 많답니다. 그분들의 후원을 받을 때마다 어깨가 무거워져요. 촬영의 경우 학생들의 인터뷰가 많이 들어가는데 실질적으로 몇 시간씩 학생들을 인터뷰하려면 방학밖에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학기 중에는 <학교>의 내용을 짜는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현재는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계획에 약간 차질을 빚고 있지만 내년 2월 개봉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많은 분들이 후원과 용기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