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의 도시’ 수원에는 동대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3시간 15분을 달려 도착했다. ‘수원 화성’은 조선 22대 왕 정조의 개혁에 대한 열정과 아버지에 대한 효심의 결과물이다. 수원은 정조가 개혁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세운 계획 신도시이며, ‘화성’은 정조의 부친 장헌세자 묘(현륭원)를 화산으로 옮기면서 축조된 것이기 때문이다.

수원역 1번 출구에서 경기도청까지는 도보로 약 30분이 소요된다.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다가 남치(화성의 치성 중 하나)와 남포루(화성의 포루 중 하나) 사이의 문을 통해 화성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화성열차 승강장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면 넥타이 부대를 비롯하여 노부부, 가족, 젊은 커플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화성은 문을 걸어 잠그고 보존하는 ‘유적’이 아니라 후대의 시민들과 함께 살아 숨쉬는 ‘유산’이었다. 화성열차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으로 만석을 이뤘다. 이번 여행에서는 여유 예산이 있으므로 열차(1500원)를 타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승강장을 지나면 높이 6m, 너비 3m의 거대한 ‘정조 대왕 동상’을 만날 수 있다. 해발 143m의 팔달산 중턱에서 동상 앞에 앉아 정조 대왕과 함께 탁 트인 수원 시내를 바라보며 한숨을 돌린다. 화성열차 경로를 따라가다가 성벽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서북각루를 볼 수 있다. 현대식 아파트 숲을 배경으로 조선 시대에 지어진 건축물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역설적이었다. 곧장 보이는 화서문에서 화성행궁 방향으로 되돌아가는데, 화성 속 시내의 모습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그 옛날 조선시대 백성들처럼, ‘세계문화유산’ 속에서 수원 시민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화성에 진입한지 2시간 20분 만에 화성행궁에 도착했다. 화성행궁은 전쟁과 같은 비상시에 국사(國事)를 계속 하기 위해 마련된 행궁 중에서도 규모나 기능 면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매표소에서 화성행궁과 화성박물관, 수원역사박물관 입장권을 통합권으로 판매하는데, 3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20여분 동안 화성행궁을 둘러보고 나와 우측으로 가면  행궁길을 볼 수 있다. 가볍게 행궁길을 살펴보고 ‘무예24기’ 공연을 보기 위해 급히 행궁 입구로 돌아온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두 차례 이루어지는 ‘무예24기’는 정조 때의 관군이 익혔던 궁중 무술로, 한중일 동양 삼국 무예의 정수를 모아 정립됐다고 한다. 이처럼 화려한 무술 공연과 세계 유산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수원 시민들이 새삼 부러워졌다

.

무술 공연을 보고나니 어느새 시계는 3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제야 허기를 느끼고 화성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식당에서 라면을 사먹었다. 화성박물관 또한 2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었는데, 정조의 일생과 화성의 축조 배경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었다.

화장실을 주제로 한 세계 최초, 최대의 화장실 문화공원 ‘해우재’는 편하게 둘러볼 수 있어서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좋았다. 해우재 앞 동원고 맞은편 큰길에서 수원역으로 직행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수원역에서 동대구역으로 가는 마지막 무궁화호를 타고 정조대왕이 꿈꿨던 계획 신도시를 그려보며 잠이 든다.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