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011년 12월 30일 속칭 ‘시간강사법’을 통과시켰다. 침묵하는 대다수 여야 의원들 앞에서 “17대 국회에서 비정규 악법을 통과시킨 우를 18대 국회에서 다시 범해서는 안 됩니다. 대학판 비정규 악법을 막아야 합니다.”라고 호소하는 권영길 의원의 목소리만 잠시 울려퍼졌다.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직 교수들의 대표 조직인 비정규교수노조는 이 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수 년간 농성과 집회를 해 오다 2012년 8월 8일에는 시행령 공청회 장소를 점거하여 공청회 자체를 무산시키기도 하였다.


원래 시간강사법의 입법 취지는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과 신분 보장이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 법에 처우개선 관련 재정 추계는 아예 빠져 있다. 즉, 소요 비용은 대학이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시간강사의 계약기간도 6개월에서 1년으로 바뀔 뿐이어서 신분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강사는 교육공무원도 아니고 연금도 못 받는다고 명시한 차별적 법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 법은 전임강사로 뽑힐 사람을 연봉 1~2천만 원을 받는 1년짜리 강사로 대체함으로써 정규직 교수가 될 사람이 비정규직 교수가 되도록 만들어 버린다. 더욱이 1주일 9시간 강의 담당 강사만 교원확보율에 포함시킴으로써 1만 명 이상의 시간강사가 사회적으로 타살(대량해고)될 공산도 크다. 대부분의 시간강사가 한 대학에서 4~5시간 강의하는데 9시간 담당 강사만 교원확보율에 포함된다면 강의를 몰아서 받는 사람과 아예 배제되는 사람들 간의 잔인한 ‘의자놀이’가 횡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강사들은 이 법에 대하여 시급을 받는 강사, 즉 ‘시간강사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는 정부의 속임수’이자 ‘6개월 외거노비제(주인과 떨어져 살면서 직접 노동력이 아닌, 그에 상응하는 반대 급부를 갖다바치는 노비제도)를 1년 솔거노비제(주로 주인과 같이 살거나 주인집 근처에 거주하면서 직접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비제도)로 바꾼 꼼수’이며 ‘시간강사 타살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소모품처럼 취급되어 온 ‘크리넥스 노동자’의 지위를 거부하고 ‘의자를 걷어차 버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대학원 붕괴를 막을 수 없고 자신들의 미래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연봉 1~2천만 원을 받다가 수시로 해고되는 강사가 되기 위해 10여 년씩 공부에 전념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겠는가.


시간강사법은 법으로 정해 놓은 정규직 교수 충원을 줄여도 정부가 눈 감아 주는 법이기 때문에 대학의 돈벌이 수단으로는 유용하다. 하지만 이렇게 정규직 교수 숫자를 줄이다 보면 오래지 않아 대학이 본연의 기능(학문탐구, 고등교육 담당 등)을 수행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전임교원들의 학사 업무와 강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고 강좌가 줄어들며 수강인원이 증가하고 폐강이 많아지기에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강사들의 해고 관련 송사(소청심사)로 인해 대학은 늘 분쟁의 싸움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희대의 악법을 굳이 대학들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까.


마침 수백 개 대학의 의견을 모으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회장이 경북대학교 총장이다. 시간강사를 사회적으로 타살하고 대학원의 종말을 가져올 크리슈나의 수레(많은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제도나 장치), 시간강사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결집시키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국회도 문제 해결을 위해 비정규직 교수의 생활임금과 교권을 보장하는 정부 재정 지원의 연구강의교수제를 곧 발의할 예정이다. 아직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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