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교생들의 솔직대담한 ‘성’ talk

우리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방적인 문화와 자유로운 연애관이 관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끝없이 일어나는 성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로 고민하며 성 에너지를 억압 당하고 있다. 남녀의 소통이 부재할수록 성은 더욱더 음지 속에 파묻히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두 남녀가 허심탄회하게 성에 대해 얘기하기란 쉽지 않다. 본지에서는 본교생 200명(남 98명, 여 102명)을 대상으로 성 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본교생으로 구성된 패널 6명과 그동안 숨겨온 우리들의 성 의식에 대해 솔직대담하게 얘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패널 소개>
밀키스(여, 23), 앙마(여, 21),
나쵸(남, 23), 병장(남, 22),
카스(여, 23), 요롱이(남, 27)


<당신의 성 의식은 어떤가요>

본교생 설문조사 실시 결과 자신이 개방적인 성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남학생 비율이 56%였으며 여학생 비율은 45%로 나타났다. 또한 혼전 순결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학생이 남학생 15% 여학생 22%로 혼전성관계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혼전 동거에 대해서 남학생은 나쁠 것 없다는 답변이 61% 였으며 여학생의 경우 44%로 약 17%의 차이를 보였다.

Q. 혼전순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밀키스:
나는 개방적인 편인 것 같다. 혼전순결은 하나의 이상

이지 않을까? 성 관계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나쵸: 개방적인 태도가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열린 사고 방식을 가진 게 닫힌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혼전순결에 대해서도 옛날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옛날 같았으면 지금의 우리는 결혼할 나이인데 그때의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옛날의 가치를 지금 적용할 필요는 없다.
 
앙마: 나는 좀 보수적이다. 아직까지 공적인 장소에서 섹스라는 단어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경직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보수적이라고 해서 숨기고 감춰야 한다는 게 아니라 요즘의 문란한 성 관계나 무분별한 낙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혼전순결주의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남편에게 나의 순결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내가 무슨 물건도 아니고. 정신적,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결과를 책임 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관계를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카스: 혼전순결 부분에 있어서 여자 쪽이 좀 더 보수적일 수 있는 건 여자는 임신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혼전순결 문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Q. 동거에 대한 생각은?
카스:
주위에 동거하는 커플 중에 여자의 경제력이 떨어져서 남자에게 얹혀 사는 걸 봤는데 그런 경우는 좀 별로인 것 같다.

앙마: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 아니지만 내 연인이 과거에 동거경험이 있다면 연애의 큰 걸림돌이 될 것 같다. ‘얘는 다 해 봤겠구나. 나랑 뭘해도 새롭지 않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밀키스: 해외에 있을 때 동거하는 커플들을 굉장히 많이 봤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서로가 좋으면 같이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왜 동거가 나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남녀 서로 다른 인식의 잣대>

 

Q. 남자들 사이에선 소위 군대 가기 전에 총각 딱지 떼는 게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겨지는 문화가 있다는데 실제로 그러한가? 또 군대를 기점으로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다는 얘기가 있던데.
나쵸:
군대에 있을 때 밤에 심심하면 하는 얘기가 주로 여자 얘기인 건 맞다. 하지만 가치관이 변한다기보단 오히려 내 가치관을 더 확고하게 굳히게 된 것 같다. 군대에서 왜곡된 성 의식이 생긴다고 하는 것은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다. 선임이 성매매 업소에 데려간다고 하는데 부대마다 다르다. 오히려 성에 대해 잘 몰랐거나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확 깨이는 부분들이 많고(웃음) 군대 가기 전에 총각 딱지 떼고 가는 것에 대해서는 다 사람 나름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이 속해있는 친구 그룹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병장: 나도 주변에 군대 간 친구들이 많은데 ‘군대 가기 전에 해결하고 가야지’ 이런 생각 보다는 오히려 첫 휴가 나오고 나서 욕구가 불타오르는 듯하더라. 그 짧은 4박 5일 기간 안에 정말 열정적으로 성욕을 해결하려 하는 경우를 봤다.

Q. 남자들 사이에서는 성 경험 없는 것이 치부로 여겨지는가?
나쵸:
남자들끼리 있으면 성 경험 유무로 자존심 세우고 기 싸움 하려고 하는 풍토가 있다. 자기 존재가치를 그런 식으로 알리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일반화된 경우는 아니다.

요롱이: 한번도 경험이 없다고 하면 머저리 취급을 하면서 돈을 모아 사창가에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 모든 집단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진짜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런 경우가 많다.

병장: 주위에 보면 성 경험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좀 이해가 안 간다. 그게 그렇게 과장해서 자랑할 거리인지도 잘 모르겠고.

앙마: 반대로 여자는 해도 안한 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솔직히 “나 성관계 했어!” 이러면 보는 시선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으니까. 여성의 성 경험에 대해서는 금기시하는 사회 전반적인 풍토가 여자들로 하여금 점점 숨기게 만들고 성을 음지화시키는 것 같다.

밀키스: 여성의 자위에 있어서도 여성들 스스로가 말을 안 한다. 어렸을 때부터 안 좋다고 생각해 왔으니까 더럽다고 여기는 거지. 또 본인들의 성욕에 대해 인지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아닌 사람도 꽤 있지만. 성과 관련된 행사를 하면서 알게 된 건데 여성의 80퍼센트 정도는 자위를 한다고 한다. 또 성관계를 하면 마치 ‘남자는 좋고 여자는 안 좋다’는 피해의식이 내면 깊숙한 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들이 서로를 더 갈라 놓는 것 같다. 여자들도 차라리 솔직하게 나오는 것이 좋을 텐데 정작 자기 욕구를 표출하는 것은 꺼린다. 개인적으로 그런 문화를 바꿨으면 좋겠다.

나쵸: ‘남자들은 무조건 육체적 관계에 목맨다’고 매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남자들도 정신적인 사랑 안 하는 거 아니다. 여자들도 육체적인 사랑을 원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정신적 사랑 육체적 사랑의 조화가 어느 정도의 선에서 이루어 지는가가 중요한 거지 남녀를 극단적으로 이분화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성지식 얻기 힘들어>

 

Q. 성에 관한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을 경우 주로 어떻게 해결하는가?
밀키스:
가까운 지인이나 부모님에게얘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부모님은 좀 불편해 하시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얘기를 잘 안 하게 된다. 이번에 성 관련 행사 준비를 하면서 느낀건데 학교에서도 성 교육이 잘 안 이뤄지고 그렇다고 부모님에게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부분 성 관련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게 되는데 친구가 과연 전문가인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아직까지 교육 시스템이 미비한 것 같다.

요롱이: 한국의 부모님들은 그저 회피 내지는 터부시한다. 성에 관련해서는 아예 묵묵부답이니 그게 더 문제인 것 같다.

카스: 내가 말한 건 1이라면 부모님이 생각하는 건 10일 듯.(웃음)
 
나쵸: 다들 공론화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부모님들은 금기시하지만 우리 세대들은 바꿔보려고 하는 태도가 있으니까 지금이 과도기인 것 같기도 하고

Q. 성 지식을 얻는 통로가 친구 말고 또 있는가?
요롱이:
700페이지 정도의 논문을 본 적도 있고 여성 동아잡지 부록을 보고 스스로 학습한 경우도 있다.(웃음)

나쵸: 사실 교육적인 것을 먼저 접해야 하는데 대체적으로 포르노를 통해 성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 같다.

요롱이: 부모님은 묵묵부답이고 선생님도 말을 안 해주시는데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일 때는 당연히 포르노를 접할 수 밖에 없지. 이것 외에도 언론매체 속 여성 성상품화는 너무나 심각하다. 영화 색계를 보고 작품성을 논하기 보단 정사신만 집중적으로 보도한다거나 자극적인 언어로 연예인의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것도 늘 문제다. 아무리 오픈 마인드를 가지려 해도 대한민국은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성에 대한 난상 토론 필요해>

카스: 평소에 성 문제에 대해서 쉽게 밖으로 털어놓지 않는데 여기서는 개방적으로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배운 것도 많고 듣기 전과 듣고 나서의 생각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병장: 아무래도 친한 지인들과 얘기할 때만큼의 노골적인 발언은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고 여러분들도 그런 걸 조금은 염두하고 말하셨을거라 생각한다.(웃음) 
요롱이: 남학우, 여학우 간에 벽이라는 게 있는데 면대면으로 하는 간담회에 참석하는 게 어려운 발걸음이긴 하지만 더 좋은 것 같다. 남자들끼리 백날 얘기해봐야 그 얘기가 그 얘기.
나쵸: 여자랑 한 테이블에서 성에 관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눠본 게 처음이다. 개방적인 여자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보수적인 입장, 중립적인 입장 등 여러 가지 입장을 들어볼 수 있어서 뜻 깊은 시간이었다.
밀키스: 1학년 때 ‘인간과 성’ 교양 수업을 되게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모두 그런 수업을 한번쯤 들어보길 추천한다. 배우는 것도 진짜 많고. 매번 동아리 사람들과 성 얘기를 주로 하다가 이번에 잘 모르는 사람들과 얘기해봤는데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앙마: 성에 대해 평소에 사람들과 직접 마주하면서 심도있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다 보니 내 관점이나 생각이 점점 고립되고 폐쇄적으로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이라는 민감한 주제에 대해 터놓고 말함으로써 다양한 주장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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