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동부터미널에서 2시간 가량 달려 영해터미널에 도착했다. 출발에 앞서, 이번 여행은 걷기 위주로 진행될 것이므로 가벼운 신발 및 마실 물과 초코바 등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일정은 터미널에서 시내 쪽으로 5분여 걸어 들어가면 좌측에 보이는 ‘맛깔나는 우리집 국시’에서 2,500원짜리 국수를 먹는 것으로 시작했다. 가격에 비해 푸짐한 양은 좋았으나 벽에 쓰인 ‘소문 듣고 왔어요.’나 ‘맛은…있어요…’라는 낙서를 보아 맛에 관한 호불호가 나뉘는 듯했다. 국수를 먹고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주신 복숭아를 먹으며 가게를 나섰다. 터미널에서 시내 쪽으로 들어가면 갈색 표지판이 괴시마을을 가리킨다.


괴시마을은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 선생이 나고 자란 마을로, 조선시대의 유교 정신과 전통, 주택 양식 등이 남아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실제로 만난 괴시마을은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다. 우리의 전통 한옥 양식보다는 일본풍 가옥이 꽤 많이 보여 역사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을관광보다는 뒷산에 있는 목은 기념관을 들러 쉬어가는 정도가 적합하다.


곧바로 다음 일정인 블루로드 C코스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영덕 블루로드는 강구항에서부터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약 50km의 도보여행을 위해 조성된 해안길로 A, B, C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괴시마을은 C코스에서도 후반부에 등장하는 곳으로, 여기서부터 약 2시간을 걸으면 코스의 종착지인 고래불 음악분수에 도착하게 된다.


괴시마을에서 대진해수욕장으로 가다보면 작은 가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꽤 오랜 거리를 걸어야 하므로 생수 하나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생수는 7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대진해수욕장을 지나면 등장하는 고래불대교에서는 강의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색다른 광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교를 지나고 나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약 5km 구간의 도보길은 바다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어 조금은 아쉽다.


고래불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은 목은 이색 선생이 분수를 뿜으며 노는 고래들을 보고 ‘고래뿔’이라 불렀던 것이 유래가 됐다고 한다. 8월 중순이었는데도 물이 맑았다. 물놀이 도구를 준비해 온다면 해수욕을 통해 걷기의 피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해수욕장 뒤편에는 횟집이 늘어서 있었다. 그 유명한 영덕 대게의 가격은 얼마나 할까? 멀찍이서 보이는 메뉴판에는 ‘시세’라고 적혀있었다. 가게에 들어가 가격을 물어봤다. 11월부터 6월 말까지가 대게 철이며, 보통 마리 당 3만원정도 한다고 한다. 주머니 속 5만원을 쥔 채 상상으로만 대게를 음미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영해행 버스를 기다렸다.


영해터미널에서 영덕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영덕 터미널 근처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한정된 예산 때문에 6,000원짜리 정식을 선택했다. 밑반찬은 예닐곱개로 푸짐한 편이나 영덕이라는 지역 특성에 맞게 온통 해물 반찬이었다. 해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터미널 앞의 중국집에서 4,000원짜리 자장면을 먹는 것도 좋겠다.


식사를 마치고 찜질방을 찾기 위해 터미널로 돌아왔다. 출구에서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작은 다리가 있는데, 다리를 지나지 말고 왼쪽으로 내려가다가 ‘맘애듬’ 아파트가 보이면 골목으로 들어간다. 골목을 지나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청호찜질 사우나가 있다. 만족스럽지 못한 시설임에도 7,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애써 마음을 달랬다. 다음날에는 블루로드 B코스를 본격적으로 걸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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