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AIDS(이하 에이즈) 라는 병은 이미 듣기에 익숙한 질병이지만 감염자에 대해서는 기피하려하는 시각이 대다수다. 많은 이들이 ‘가까이 가면 옮을 것이다,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는 ‘에이즈’. 그렇다면 이 병의 감염인들은 어떨까? 타인들이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따가운 시선만 보낸다면 어떤 느낌일까. 최근 치료약 개발로 병 자체보다도 그들을 보는 시선에 더욱 아파하는 감염인과 대구 레드리본센터의 김지영 사무국장을 함께 만나봤다●

2011년 12월 기준 국내 에이즈 감염인은 8천 5백명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실제 에이즈 환자는 통계치보다 10배는 더 많다고 본다. 이는 에이즈라는 병 자체가 10년동안 무증상으로 ‘잠복’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사무국장 김지영 씨는 “에이즈 감염인 중 50% 정도가 감염되고 10년이 지나 폐렴이나 결핵으로 갑자기 아프기 시작한다”면서 “에이즈는 신체적으로 안 드러나다보니 본인이 밝히지 않으면 잘 모른다”고 말했다.

 

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니다!
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니다. 최근 에이즈 치료약이 개발돼 6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먹으면 혈중 바이러스가 0%로 떨어진다. 그렇지만 6개월 먹는다고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한 달에 약값이 약 120만원정도 드는데 국가가 전액 지원해준다. 그러나 김 씨는 “단순 약값만 드는 게 아니라 치료나 입원을 해야 하고, 간병인을 두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많다”고 말했다. 

 

에이즈보다 깊은 마음의 병
‘감염인 가까이에 가거나 신체접촉을 하면 옮는다. 음식을 함께 먹거나 악수, 포옹을 해도 옮는다.’ 이러한 생각은 일반인들이 가지는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다. 에이즈는 일상생활이나 침이나 키스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이런 잘못된 생각들이 에이즈 감염인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99%가 성접촉에 의해서 일어나기 때문에 ‘감염인은 부도덕하다’는 사회의 시선이 강하다.
감염인의 50% 이상이 혼자 지낸다. 김 씨는 “자살 시도를 하는 분도 많고, 우울증상의 경우 일반인의 10배 이상이다”며 “병 때문에 가족과 단절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편견으로 헤어진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병이 알려지면 가족들이 피해입을까봐 일부러 집을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차별의 눈초리
사회에서 드러나는 차별은 의료현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개인병원의 경우 에이즈 환자임이 밝혀지면 치료조차 못하고 문전박대 당한다고. 김 씨는 “국내 여론의 90% 이상이 에이즈를 부정적인 질병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병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구 레드리본센터에서는 의료인들과, 의대생이나 간호대생과 같은 예비 의료인들의 인식전환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최근 10·20대 감염자 늘어나
에이즈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최근 5년간 20대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 이유는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고 혼전성관계가 많아지는 등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젊은 감염인들에 대해 김 씨는 “자신의 몸을 아끼는 생각,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성 문화에 대해서도 “피임 기구를 어떻게 쓰는 지도 모르는 여성들이 많다”며 “흔히 여성은 성에 대해 잘 모르고 몰라야 한다고 인지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식구!
현재 대구 레드리본센터는 전국 11개의 지역에 설립된 에이즈 감염인 지원센터 중 하나로, 이용자 수는 백여명 정도다. 매주 목요일마다 15명의 감염인들이 모여 웃음치료나 문화생활, 운동 등의 활동을 한다. 김 씨는 이곳에 오는 감염인을 ‘식구’라고 표현한다.
올해 3기를 맞이한 대학생 레드리본 봉사단과 감염인들이 함께 에이즈 교육과 인식 바꾸기 캠페인를 하고, 에이즈와 관련된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 토론하고 수정을 요청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년째 대구 레드리본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박진주(대구대 사회복지 10) 씨는 “에이즈 예방 캠페인을 하면 처음에는 지나가던 행인들이 그냥 지나치려하다가도 와서 몰랐던 것을 알고 가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사람으로 사는 고민 필요해
김 씨는 “정부에서 관리, 감시의 차원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복지, 인권 차원에서 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진주 씨는 “‘에이즈는 성적으로 문란해서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빨리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감염인 지원 ‘레드리본 센터’

30대 에이즈 감염환자의 고백

“절망의 끝에서 새로운 희망 봤죠”

‘에이즈’를 진단받은 지 3년, 갓 30대에 들어선 김재희(가명) 씨는 현재 레드리본 정보센터(이하 레드리본) 모임에서 활동하며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고치기 위해 얼굴을 드러내고 노력하는 몇 안되는 감염인 중 한 명이다.
“그 때를 떠올리기가 너무나 힘들다” 3년 전 심한 폐렴증세로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도 ‘설마 에이즈겠나’는 마음으로 에이즈 검진조차 하지않았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에이즈 감염의 대표적 징후 중 하나인 대상포진이 온 얼굴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의사는 에이즈 검사를 했지만 그는 ‘설마’했단다. 6인실에 입원해 진단결과를 기다리는데 의사가 “1인실로 옮기십시오. 에이즈 입니다”라고 말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가족의 이해가 절실한 병, 에이즈
아무생각도 안 들었어요. 혼자 1인실 방에서 멍하게 있는데 그동안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요. 정말 펑펑 울었어요. 에이즈를 불치병으로 알고 있던 나는 ‘어차피 죽을 병인데’싶어 자살을 하려했어요. 뛰어내릴 작정으로 당시 입원실이었던 8층인가 10층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큰 누님이 내 손을 꼭 잡더라고요. ‘살 수 있다’고. 그 순간 누나가 제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전 지금 여기 없을 거에요.

 

‘당신 에이즈네, 다신 오지마’
에이즈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 질병에 쉽게 걸린다. 그만큼 병원에서의 진료가 절실한 것이다.
“병원에 가면 제 정보에 ‘희귀성 난치질환 코드’가 뜨고 의료진들이 백이면 백 ‘무슨 질환이냐’고 물어요. ‘에이즈 환자입니다’라고 하는 순간 그 병원에 다시는 못 가게 되는 거죠” 감염자라고 밝힌 후 의료진에게 받은 상처는 에이즈의 고통보다 더 컸다. “면전에서 ‘당신 에이즈네, 다신 오지마’ 라고 하는 곳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매번 쫓겨나다시피 해 김 씨가 옮긴 병원만 여럿이라고 한다. “대학시절 학과대표도 했을 정도로 활달했던 내가 대인기피증에 걸릴 정도로 사회적 시선은 각박했어요. 그러다가 입원 중에 받았던 레드리본 소개책자를 펼친거죠” 그는 그 때 눌린 레드리본 전화번호를 ‘희망의 버튼’이라 말했다.
“처음 레드리본에 방문했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 내게 숟가락이 두 개 꽂혀진 팥빙수를 내놓으며 “같이 먹자”고 했는데, 항상 내쳐지고 외면당하던 제겐 ‘감격’이었죠. 여기서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배우며 희망을 가지게 됐어요”
앞으로의 꿈을 묻자 그는 “안좋은 병의 이미지로 음지에 숨어 뿔뿔이 흩어진 에이즈 감염인들과 더불어 살며 함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싶어요”라며 소망을 내비쳤다. 최근 20대 에이즈 감염자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 김 씨는 건전한 성생활을 해야 하며 여러 이성과의 즉흥적인 만남을 통한 무분별한 성관계가 자칫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에이즈 감염인 김재희(가명)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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