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핫이슈>

1. ‘강제징용 피해 배상’ 첫 승소
2. 4대강 입찰 담합 확인
3. 통합진보당 압수수색 파장
4. 보안법이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한국사회
5. 위안부할머니 사진전, 이유없이 취소당해


다들 고등학교 시절 ‘수능 끝나면 꼭 해봐야지’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었을 거야. 답답한 기숙사 생활에 질릴대로 질렸던 내겐 ‘매주 등산하기’가 나의 그것 중 하나였지. 수능이 끝나고 나는 생각했던대로 등산을 시작했어. 학교에만 갇혀 살던 내게 ‘이것이 아름다움이다’ 가르쳐 줄 자연을 기대하며 오른 첫 등반길. 하지만 웬걸, 뒷산을 오르내리며 뇌리에 질리도록 박힌것은 녹색 나무, 알록달록 꽃, 푸른 하늘보다 고동빛의 굳은 땅이었어. 잘 포장된 길에 익숙해진 발이 산길에 놓이자 행여나 넘어질까 발 내디딜 곳만 살피기 바빴기 때문이지. 그 뒤에 몇 번 더 등산을 했지만 상황은 비슷했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고들 하는데 나는 ‘나무’조차 볼 수 없을 만큼 안전하게 ‘걷기’에 온 신경을 쏟았으니까. 결국 등산에 흥미를 잃은 나는 더 이상 산에 오르지 않았지.
한국과 일본간 역사분쟁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면 꼭 이때의 내 모습 같아. 다음 발자국이 찍힐 발 앞에만 집중하다 보니 숲은커녕 나무도 못보고 있어. 곱게 포장된 길만 걸어오던 정부는 역사분쟁이란 울퉁불퉁한 길 앞에만 서면 주춤하잖아. 그런데 최근 희소식이 들려왔어. 바로 일본 국가권력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관련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야. 이것으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에게 강제노역에 시달린 지 70년 만에 손해배상과 미지급 임금을 받을 길이 열렸다고 할 수 있지. 땅만 보며 걸어온 정부 탓에 2005년 중앙 지법부터 고법까지 줄줄이 패소하며 대법원 판결 또한 기대를 안 했기에 소송에 참여한 징용피해자들은 한명도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 이번 소송의 한 당사자인 강제징용 피해자 신천수 할아버지는 한 때 국적포기신청서도 내려했다니 그동안 얼마나 정부의 외면에 실망하셨는지 짐작이 가. 김능환 대법관이 3년 3개월의 뚝심으로 뒤집은 이번 판결은 그동안의 정부의 그릇된 행동에 큰 변화를 주리라 기대해. 행여나 외교관계가 틀어질까 눈앞의 현실적 상황에 맞추기 급급했던 정부는 땅만 보다 산이 끝나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오기 전에, 이번 기회로 고개를 들고 익숙하지 않을 울퉁불퉁한 길을 잘 다져놓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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