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이지만 2008년 「스토리문학」에서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독특한 학생이 있다. 지난 14일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를 출판하며 세상에 소설가로서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박재현(공대 화학공학 05)씨를 만나봤다●

 

 

-공대 화학공학과에 재학중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소설을 쓸 결심을 하게 되었나?
사실 난 대학 1학년 때까지는 책을 일 년에 다섯 권도 채 읽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군입대 전 우연히 유럽여행을 떠나게 됐는데 입대를 한 뒤에 늘 똑같이 흘러가는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고 여행 때 느꼈던 영감을 떠올리며 책을 150권 정도 읽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떤 젊은 작가의 소설을 보고 ‘이 정도면 나도 쓰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안 쓰면 평생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쓰기로 마음먹었다.

 

 

▲박재현 씨 (공대 화학공학 05)

 

-책이 최근에 출판돼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대략적인 줄거리 소개를 부탁드린다.
어느 날, 주인공인 ‘나’에게 형사가 찾아오는데, 그 이유는 바로 사망한 나의 전 여자친구 때문이다. 형사는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로 쳐다보지만, 다행스럽게도 누군가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돌아가고, 나는 당황한다. 그러다 전날 그녀의 집에서 떨어뜨렸던 라이터를 떠올리며 불안감에 결국 집을 나서게 되고 전국으로 도망을 다니며 주인공의 로드무비가 시작된다.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나와 가족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뒷부분에서는 유력한 용의자로 꼽힌 전 여자친구의 친했던 남자에게 메일을 받게되면서 반전을 거듭한다.

-책 첫페이지에 ‘이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입니다’라고 쓰여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이 본인의 이야기인가?
작가인 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와 사회적 위치가 같고 이름도 같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그 외 인물들은 모두 가상 인물이다. 이 페이지는 현실성을 위해서 고안한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미 책을 다 읽고 덮으신 분들은 ‘이게 본인의 이야기일 리가 없구나’라고 느끼실 것이다.

 

-문학적인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현실에서 가장 많이 얻는다. 현실만큼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없다. 또,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데 그런 취미가 글쓰는 데에도 많이 도움을 준다. 음악가 중에서는 특히 송창식 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음악에는 음악을 학문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과 음악에 대한 색다른 실험정신이 함께 녹아있다. 요즘사람들은 단지 음악을 즐길 거리라고 생각하는데 음악은 평생 공부해야 하는 것이라는 그의 마음가짐이 내게 특별하게 와닿았다. ‘음악이 글에 영향을 주면 얼마나 주겠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음악에 있는 리듬이 글 속 문장의 길이, 문장의 어체나 여운을 주는 공백을 조율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

 

-앞으로의 계획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는데 우선은 동남아 일주를 떠날 생각이다. 아예 글 쓰는 일을 할 건지 전공을 따라가는 삶을 살게 될 건지 이번에 결정을 하게 될 것 같다. 지금은 글 쓰는 일 쪽으로 추가 기울어져 있기는 하지만. 소설가로서 1년에 한 권씩 꾸준히는 못 쓰겠지만 사람들과 계속 소통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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